2차대전 실종 영국군 결혼반지 70년만에 유족 품
(서울=연합뉴스) 김성진 기자 = 2차 세계대전 당시 발칸반도 알바니아 상공에서 작전 도중 실종된 영국 항공병의 결혼 반지가 약 70년 만에 유족의 품에 돌아왔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실종 당시 23세인 존 톰슨 공군 상사의 결혼 반지가 9일(현지시간) 알바니아 국방부에서 열린 반환 의식에서 유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여동생 도로시 웹스터(92)에게 인계됐다.
톰슨 상사는 1944년 10월 29일 핼리팩스 전폭기에서 독일 나치와 대치중인 알바니아 레지스탕스들에게 군수 물자를 투하하는 임무를 수행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기체가 산마루를 스친 후 추락하면서 다른 승무원 6명과 함께 행방불명 처리됐다.
이 임무 자체가 비밀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수 십 년 동안 수소문을 했음에도 생사 확인을 하지 못했다. 알바니아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것도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원래 이 반지는 1960년 자호 칼라라는 이름의 알바니아 현지인이 산에서 나무를 하다가 발견했다. 그는 공산 당국의 눈초리가 무서워 반지를 집에 간수하다가 임종 시에 아들 저밀에게 주인을 찾아주라고 당부했다.
경찰관이 된 아들 저밀은 이후 여러 차례 반지의 주인을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그러던 중 2년 전 문득 2차대전 당시 알바니아에서 비행 임무를 하던 연합군의 소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도 티라나에 있는 영국과 미국 대사관을 접촉했다.
저밀의 제보 이후 작년 10월 영국과 미국 관리들은 해발 1천829m 산사면에 있던 추락 전폭기 잔해를 발견했고, 결국 탑승 승무원들의 전사 사실과 함께 반지의 주인이 톰슨 상사임을 확인하기에 이르렀다.
이 금반지 안쪽에는 존과 신부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톰슨 상사는 현역 파병에 앞서 1944년 6월 조이스 모즐리라는 런던 출신 여성과 결혼했다. 그녀는 전후에 재혼했다가 1995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여동생 도로시는 AP 통신에 "70년을 우리는 기다려왔다. 오늘 이 자리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저밀은 "선친 묘소에 가서 이제 유언도 이뤄졌으니 편히 쉬시라고 말씀드려야겠다"며 기쁨을 표시했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