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대안학교 떠나는 졸업생 '기대 반, 걱정 반'>
지구촌학교 졸업생 전원 중학교 진학…일부 위탁생으로 돌아와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좋긴 한데 새로운 학교에 갈 생각하니 걱정이 돼요."
12일 다문화 대안초등학교 지구촌학교의 졸업식에서 만난 동남아 출신의 한 졸업생은 소감을 묻는 질문에 수줍은 목소리로 '걱정'이라는 단어부터 꺼냈다.
4년 전 지구촌학교에 오기 전 일반 학교에 다닌 그는 남들과 다른 외모와 서툰 한국말로 동급생들의 놀림감이 되곤 했다.
지구촌학교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을 만나고, 집중적인 한국어 수업을 받으며 학교 생활이 비로소 즐거워졌다.
그는 "이곳은 선생님도 더 친절하고, 친구들도 이전보다 더 많이 사귈 수 있었다"라며 떠나는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A 군은 다른 14명의 졸업생과 마찬가지로 일반 중학교에 진학한다.
하지만, 예전 학교에서 있었던 힘든 기억이 떠오르는 듯 A 군은 "중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를 만나는 게 걱정"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올해 졸업생들은 중국·우즈베키스탄·필리핀·모로코·일본·태국 등 6개국 출신의 부모를 두고 있다.
이들은 생긴 모습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로 지구촌학교를 찾아왔다.
한국인과 재혼한 태국인 엄마를 따라 태국에서 한국으로 왔지만, 너무나 낯선 환경과 언어 문제로 학교에 못 가고 집에서만 지내던 B 양. 말투가 달라 일반학교에서 놀림받는 게 너무 힘들었다는 중국동포 C 군.
여러 사정으로 학업에 공백이 생긴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차별과 편견에 상처받았던 아이들은 이곳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꿈을 키워왔다.
하지만, 중학교 입학은 이들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다. 일반 학교는 다문화가정을 배려하고, 이들에게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지구촌학교와는 다르다는 걸 학생과 부모들은 경험을 통해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 학부모는 "무사히 졸업을 해서 기쁘기는 하지만 아이가 새로운 환경에 다시 적응할 생각을 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라고 속내를 전했다.
일부는 중학교에 진학했다 위탁생으로 다시 이 곳을 찾기도 한다. 실제로 이날 졸업식에서는 중학교 3학년 전 과정을 위탁생으로 수료한 학생이 수료증을 받기도 했다.
학생들을 떠나보내는 선생님들의 마음도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제자들이 자부심을 갖고 새로운 세상을 헤쳐나가길 바랄 뿐이다.
박세진 교장은 "우리 학교에서는 아이들이 비슷한 환경의 친구들을 만나다 보니 예전보다 더 마음을 열고 즐겁게 생활했던 것 같다"며 "앞으로 새로운 환경에서도 아이들이 편견을 딛고, 씩씩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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