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한국서 이주민 돕는 뉴질랜드인 맥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5-02-05 13:55:05
  • -
  • +
  • 인쇄
'지구촌사랑나눔'서 자원봉사…"한국인들의 이중적 시각 이해안돼"
△ 지구촌사랑나눔 인턴 맥스와 카타리나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맥스웰 웨스트롭 씨(왼쪽)와 카타리나 스타케씨. 웨스트롭 씨는 3개월간의 자원봉사 인턴활동을 마치고 오는 7일 뉴질랜드로 돌아간다. 2015.2.5 okko@yna.co.kr

<사람들> 한국서 이주민 돕는 뉴질랜드인 맥스

'지구촌사랑나눔'서 자원봉사…"한국인들의 이중적 시각 이해안돼"



(서울=연합뉴스) 고현실 기자 = "제게는 딱히 고향이라고 부를 만한 곳이 없었는데 지금은 여기가 고향이라 느껴져요."

이주민지원단체 지구촌사랑나눔에서 지난 3개월 간 자원봉사자로 활동한 뉴질랜드인 맥스웰 웨스트롭(22.이하 맥스)은 5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불과 석달 만에 이런 감정을 느끼다니 정말 신기하다"며 밝게 웃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표정에서는 이틀 뒤면 이 땅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에 대한 아쉬움이 짙게 묻어났다.

맥스가 한국 땅을 처음 밟은 건 지난해 11월.

평소 국제적인 자원활동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한국에서 선교 봉사활동을 했던 지인의 소개로 지구촌사랑나눔의 자원봉사자로서 낯선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뉴질랜드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그는 처음에는 또 다른 외국인 자원봉사자인 카타리나 스타케(26.독일)와 함께 다문화가정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에게는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만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맥스 역시 한국에서 말하는 다문화가정 출신이다. 뉴질랜드인 아버지와 인도네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운송회사에서 일하는 아버지를 따라 인도네시아·필리핀·싱가포르·홍콩 등지를 오가며 자랐다.

맥스는 "나 같은 아이들이 한 공간에 모여있는 게 신기했다"고 아이들을 처음 만나던 순간을 떠올렸다.

"일부 아이들은 제가 겪었던 고민을 하고 있었어요. '어디를 고향이라고 불러야 할까' '나는 누구일까' 등등 자신의 정체성에 관한 고민들을... 저도 비슷한 처지라 아이들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었죠."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지만 쉽지 않은 경험이었다.

그는 "한국어를 못하는 내가 영어를 못 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힘들었지만 함께 놀아주는 건 자신 있었다"며 "아이들과 함께하며 나 역시 많이 배울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처음 두 달간 영어 선생님으로 활동한 그는 현재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 업무를 돕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각종 행사에서 청소나 정리를 도맡아 하고 큰 덩치만큼 넉살도 좋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고 한국음식도 가리는 것 없이 잘 먹는단다.

바쁜 봉사활동 틈틈이 그는 비무장지대(DMZ)와 제주 강정마을, 광주 5·18 기념공원 등을 방문하며 한국 사회의 역사와 사회 이슈를 몸으로 느끼고자 했다.

맥스는 "처음에는 한국에 대해 잘 몰랐지만 마음을 열고 다가가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내 시야를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지난 3개월을 되돌아봤다.

하지만,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이중적인 시각은 그에게는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다.

"한국은 외국인에게 굉장히 친절하지만,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을 대하는 태도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그런 경험이 없었지만 자원봉사를 하며 만난 분들 가운데 굉장히 힘든 경험을 하신 분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 분들과 다른 대우를 받고 싶지 않아요. 외국인이나 다문화가정 모두 동등하게 대우 받았으면 좋겠어요."

맥스와 함께 일한 카타리나 역시 "지금 한국 현실에서는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자신의 가능성을 실현할 기회가 적은 것 같다"라며 "학업 부담은 크지만 한국어 실력도 부족하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집이 많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맥스는 오는 7일 귀국 후 뉴질랜드의 학교로 돌아가 학업을 마칠 예정이다.

그는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전했다.

지구촌사랑나눔은 맥스와 카타리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더 많은 외국인들에게 자원봉사의 기회를 줄 예정이다.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