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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 영화 '검은 사제들' 의 배우 김윤석.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
(서울=포커스뉴스) "사람들이 '검은 사제들'을 보고 기도의 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으면 좋겠어요."
배우 김윤석이 말했다. 그가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악령에 씐 영신(박소담 분)을 구하기 위해 장엄구마예식을 진행하는 김신부 역을 맡은 이유 중 하나다. "기도라는 것이 특별한 종교에 구한 된 게 아니잖아요.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고, 스스로 돌아보면서 자기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를 깨닫고 반성하는 거죠"라고 그는 덧붙였다.
"자기 자신을 만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는 홀로 일기를 썼는데 요즘에는 SNS같이 남에게 보여주는 일기를 쓰죠. 그러면서 타인의 불행을 조롱하고, 비꼬고 하는 면이 스스로 천박해지는 거로 생각해요. '남들은 그렇지만 난 안 그래'라고 생각하기보다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영화 속에서 악령이 사람을 '원숭이, 짐승'이라고 표현하거든요. 그런데 우리에겐 어차피 인간만이 희망이잖아요. 인간이 자기 자신을 아껴야죠."
'검은 사제들'은 한국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인 악령을 퇴치하는 의식인 구마예식을 보여준다. 판타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영화는 이것을 명동 한복판에서 일어나는 현실로 다룬다. 지구 위에 우뚝 서 있는 히어로가 아니다. '인류를 위험에서 구했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인물을 영화는 담았다.
김윤석이 영화 속에서 맡은 역할도 비슷했다. 영화 속에서 주가 된 것은 김신부를 돕는 최부제 역의 강동원이었다. 수도원에서의 문제 학생인 최부제가 자신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면은 영화에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관객은 최부제의 행동을 따라가야 해요"라고 김윤석은 말하며 자신에게 쏠려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양보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성장드라마죠. 김신부는 가톨릭 의식의 기반을 현실적으로 보여줘야 해요. 최부제가 감정의 흔들림으로 힘들어할 동안 김신부는 기복 없이 냉정하게 인간적인 감정을 끊어야 하죠. 그리고 예식이 끝난 후에서야 김신부가 무너져요. 마지막에서야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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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검은 사제들'에서 배우 김윤석이 김신부 역을 맡아 열연하는 모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
앞서 김윤석은 한국영화계에 스릴러라는 장르가 흔하지 않을 때 당시 신인이었던 나홍진 감독과 '추격자'(2008년)로 스릴러라는 장르를 시도했다. 이번에 그는 '검은 사제들'이 첫 장편영화 데뷔작인 장재현 감독과 함께했다. 두 작품이 그에게는 비슷한 의미가 있다.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감독이 나와서 '이런 것들이 있구나' 알려줬으면 좋겠어요. 맨날 신파만 하고, 액션만 하고 이러면 한국영화가 질적으로 양적으로 성장할 수 없잖아요. '검은 사제들'이 대박이 나고 천만 관객을 넘고 이런 걸 바라지 않아요. 용감하게 시도를 했고 결과가 좋게 나와서 보람을 느끼는 딱 그 정도가 됐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의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들이다. 반응이 좋았던 블라인드 시사회는 그를 기대하게 하였다. "대중들을 목표로 하는 거잖아요. 돈 내고 볼 관객들이 흥미롭게 봐줘서 다행이다 싶었죠. 무거운 종교 이야기가 아니니까 사람들이 선입견을 품지 않고 영화의 다양함을 봐줬으면 좋겠어요. 젊은 친구들이 좋아한다니 더 다행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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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영화 '검은 사제들' 의 배우 김윤석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
'검은 사제들'에 임한 그는 분명한 목표를 말했다. 주고 싶은 새로운 메시지와 새로운 장르의 좋은 시작이 되었으면 하는 점이다. 그런 그는 배우의 길과 수도자의 길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배우는 이 전에 했던 배역은 버려야 하고 새로운 배역에 집중해야 하죠. 배우를 수도자의 길과 비유한 것은 그만큼 쉽지 않다는 점에서예요."
"연극배우들은 너무 어렵게 살면서 극을 올려요. 조금 인기가 생겼다고 해도 겸손해야 하죠. 많은 사람이 연기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배우의 꿈을 꿔요. 참 많이들 찾아오지만, 그만큼 많이 포기하고, 좌절하고, 돌아갔어요. 굉장히 힘든 길이에요."
출발선에 선 배우들은 자신의 목표를 묻는 말에 "믿고 보는 배우"라고 답한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어느 덧 그 지점에 선 김윤석은 꾸는 지금의 꿈을 말했다.
"배우라기보다 한 사람의 바람이겠죠.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 부의 축적이나 명예욕으로 이야기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이 나이를 들어서도 일을 하면서 사람을 만나면 외롭지 않아요. 집중하면서 할 일이 있고, 만날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일이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말년이 외롭다면 억만금이 있어도 무슨 소용이겠어요. 오랫동안 일을 하는 것이 지금 제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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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검은 사제들'의 배우 김윤석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유근 기자 kim123@focus.kr |
조명현 기자 midol13@focu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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