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고 덕에 한국 가격경쟁력 저하 상쇄되는 양상
위안화 약세 흐름 작년 8월부터 지속돼, 향후 더 이어질 것인지는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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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원·달러 환율 추이 |
(서울=포커스뉴스) 원달러 환율이 13개월 만에 1100원대 아래로 밀리면서 국내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원화 강세가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의견에 힘이 실린 분위기다. 업종에 따라 수혜를 보는 곳도 있는 데다 원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엔화나 위안화 등 주변국 통화정세도 양호한 형편이다. 환율 말고도 수출경쟁력을 결정짓는 요인이 다양해진 탓도 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원달러 환율은 1095.3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00원대를 밑돈 것은 지난 2015년 6월 22일 이후 약 13개월 만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 주식·채권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원화 가치는 솟구쳤다. 각국 은행들이 비상대책 일환으로 시중에 많은 돈을 풀었고 미국도 금리인상 시기를 늦춘 상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7월에만 국내 상장주식 4조111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여기에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하는 등 원화 강세를 부추기는 재료들이 많은 실정이다.
이처럼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쟁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화 가치가 오르면 수출상품의 가격이 상승해 국내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은 저하된다. 또 달러 표시 매출 감소세로도 이어져 환율 하락폭 만큼 영업이익도 줄어든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수출업체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의 원화 강세가 수출업체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환율 하락이 악재로 작용하는 기업이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호재로 작용하는 업종도 존재한다. 이에 전체 수출이 부진을 면치 못할 것이라 단정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자동차와 전자 업종 등은 환율 하락으로 수출 부담이 커지나 원자재를 수입해서 국내에서 가공한 뒤 되파는 철강과 석유제품 등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채산성 개선을 노릴 수 있다.
과거보다 환율이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영향도 약해졌다. 가격보다는 제품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 품질 등이 가격보다 중요한 지표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원화 강세가 실제 가격경쟁력에 영향력을 미칠려면 최근같은 단기 급락세로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도 힘을 받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통화정책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원화 강세가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는 약화됐다”며 “일시적 강세가 아닌 상당 기간 원화 강세가 지속된다면 저물가와 수출에 상당히 부담을 줄 수 있다고는 본다”고 말했다.
수출경쟁력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정도로 원달러 환율 하락 행진이 장기간 이어질 확률도 아직은 낮은 상황이다. 각국이 경기 위축 대응 차원에서 돈풀기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한국도 동참할 경우에는 원화 강세가 주춤할 수 있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유동성 과잉에 원화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원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 한은의 추가 금리 인하로 원화 공급이 증가한다면 원화 가치 상승세에 한계가 생긴다”며 “당장 원화 강세가 반전될 분위기는 아니지만, 현재 원달러 환율이 1090원에서 큰 저항을 보이고 있어 전저점인 1980원대까지 밀리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문병기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도 “미국 금리 인상 기대 약화와 경상수지 흑자 지속에 12월 미국 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며 “미국 금리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이 올라갈 확률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변국 통화 가치도 수출기업에 나쁘지만은 않다. 일본 엔화는 강세다. 최근 엔달러 환율은 101엔대까지 내려갔다. 중국 위안화 약세는 지난해 8월부터 나타난 흐름이라 새삼 부정적인 효과를 단정짓기는 어렵다.
문 수석연구원은 “중국과 경합하는 품목이 많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위안화가 IMF 준비통화 특별인출권(SDR)에 편입된다면 약세로만 갈 수는 없다”며 “아직까지는 중국보다 일본과의 경쟁이 더 치열해 엔고가 가격 경쟁력 저하를 상쇄시켜 나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우리 수출 부진은 가격경쟁력보다는 세계 저성장에 따른 수요 위축이 근본적인 원인”이라며 “세계 경기나 경제 흐름에 따른 변동성에 대한 대비책으로 기업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나 보험 등 환리스크 관리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서울=포커스뉴스) 10일 서울 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7원 내린 1095.4원에 마감했다. 원·달러 환율은 2015년 6월 22일(1098.8원) 이후 최저치로 약 14개월만에 1,100원선 밑으로 하락했다.2016.08.10 이희정 기자 수출 대기 중인 자동차 (Photo by Carl Court/Getty Images)2016.05.17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지난 1년간 엔달러 환율 동향 <자료출처=네이버 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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