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료 폭탄 무섭다" 신형 에어컨 찾아나선 서민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11 15: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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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형 에어컨에 소비전력량 낮추는 인버터 컴프레서 등 탑재

지갑 얇은 서민들, 전기료 아끼려 신형 에어컨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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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당장 돈이 좀 들더라도 앞으로 전기료만 아낄 수만 있다면 차라리 바꾸는 게 낫죠."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가전마트에서 만난 김재훈(32)씨는 30여분을 에어컨만 바라보고 있었다.

벽걸이 에어컨부터 최근 나온 무풍 에어컨에 이르기까지 김씨가 에어컨을 살펴보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전력소비량과 에너지효율 등급이다.

그는 고민 끝에 300만원 상당의 무풍 에어컨을 12개월 할부로 구매했다.

금형 공장에서 일하며 월 급여 190여만원을 버는 김씨에게 분명 부담되는 값이지만, 여름마다 수십만원의 전기료 폭탄을 맞느니 전력소비량이 적은 고가의 신형 에어컨을 선택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아들 때문에 항상 일정 수준 이상의 실내온도를 유지해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하루종일 에어컨을 틀어놔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효율이 좋은 신형 에어컨을 고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날 관악구의 한 중고가전매장에서 만난 장일호(71)씨는 기존에 사용하던 구형 에어컨을 내다팔고 대신 실외기 없는 이동식 에어컨을 사러 나왔다.

장씨가 사용 중이던 구형 에어컨보다 실외기 없는 이동식 에어컨의 에너지효율이 2~3배가량 좋기 때문이다.

그는 매장 점원과 10여분의 가격 실랑이 끝에 13만원의 웃돈을 주고 실외기 없는 이동식 에어컨을 구매했다.

그가 투덜거리며 주머니에서 꺼낸 꼬깃꼬깃한 쌈짓돈 13만원은 노인일자리 지원사업을 통해 한달가량 노인복지회관에서 소일거리를 하며 번 돈의 절반이다.

장씨는 "에어컨을 틀면 누진제로 많은 전기료가 나올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한달 생활비(30만원)를 전기료로 내느니 미리 웃돈을 주고 소비효율이 좋은 에어컨으로 바꾸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다"고 말했다.

에어컨이 누진제에 따른 전기료 폭탄의 주범으로 몰린 가운데 에너지효율이 좋은 신형 에어컨 구매에 서민들이 몰리고 있다.

연일 폭염특보가 발효되는 상황에서 전기료를 아끼고자 선풍기 등으로 무더운 여름을 나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최근 신형 에어컨 중 에너지효율 1등급 제품들은 냉매를 압축해 액화시키는 부품인 인버터 컴프레서를 탑재하고 있어 전력소비량이 적다.

이들 신형 에어컨의 전력소비량은 인버터 컴프레서가 없는 구형 에어컨의 30~40% 수준이다.

그러나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의 신형 에어컨을 새로 사기에는 서민들의 주머니 사정은 녹록치 않다.

안진걸 참여연대 공동사무처장은 "산업용 전기에 있어서도 누진제를 적용하는 한편, 가정용은 완화해 모두 절전에 노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며 "서민들이나 저소득층이 무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형평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도록 누진제를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연이은 무더위로 전력 수요가 높아지는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중구의 한 건물 외벽에 에어컨 실외기가 돌아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정오를 기준으로 최고전력 수요가 7905만㎾를 기록해 여름철 기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2016.07.25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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