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조차 무더위쉼터인지 모르고, 관련 안내 팻말 없는 경우도
행정업무 구역과 무더위쉼터 구분 없어 주 이용객인 노인들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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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가 힘든, 독거노인의 여름 나기 |
(서울=포커스뉴스) 10일 오전 10시50분쯤 송파구 잠실3동 주민센터 1층에 마련된 무더위쉼터.
서울지역 기온이 30도를 넘어가기 시작한 가운데 이곳 무더위쉼터에서는 더위를 피해 찾아온 이용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가만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지만,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이들은 등본 등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온 민원인뿐이다.
비슷한 시각 강남구 역삼1동 주민센터의 무더위쉼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시에서 재난대비시설정보를 제공하는 서울안전누리 홈페이지에 133명이 이용할 수 있는 무더위쉼터로 검색가능한 이곳은 제 역할을 알리는 팻말조차 눈에 띄지 않는다.
당연히 찜통더위를 피해 온 이용객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이곳에서 일하는 공무원들조차 자신의 근무지가 서울안전누리에 나오는 무더위쉼터라는 것을 모르는 눈치다.
이곳 노인복지과 관계자는 "여기가 서울시에서 지정한 무더위쉼터인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하루 전인 9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 33.6도에 다다른 오후 1시10분쯤 찾아본 마포구 도화동 주민센터 무더위쉼터 역시 행정업무 공간 한켠에 마련된 의자에 앉아서 대기 순번을 기다리는 민원인만 종종 볼 수 있다.
실내온도 26도로 설정이 된 채 무더위쉼터로써 제 기능을 다하고자 열심히 냉기를 내뿜는 시스템 에어컨 6대가 야속해 보일 정도다.
이곳에서 무더위쉼터 관리를 총괄하는 팀장은 "이용객이 많지 않은듯 하다"며 멋쩍어하는 표정을 비추기도 한다.
반면 인근에서 무더위쉼터로 운영 중인 삼개경로당은 15명의 어르신이 몰려들어 전혀 다른 모습이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와중에도 마포구로부터 냉방비 지원이 나와 큰 걱정이 없다며 "(경로당이) 천국 같다"라고 말하는 김주화(77) 경로당 회장의 모습은 너무나도 자연스럽다.
이날 민원인만 찾아볼 수 있었던 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와 달리 노인복지시설에 마련된 무더위쉼터 대부분은 수십명의 어르신이 만족스럽게 이용해 많은 대조를 보였다.
강북구 미아3동 구립노인정 안 무더위쉼터에서 만난 김학원(71) 회장은 "이곳을 찾아온 노인들 대부분 서예 등 취미생활도 하고 각종 놀이도 즐기면서 쉴 수 있다"며 "민원인이 왔다갔다 거리고 공무원들이 버젓이 지켜보고 있는 주민센터 무더위쉼터에 눈치 보면서까지 갈 일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지역 주민센터 내 마련된 무더위쉼터 일부가 사실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올해 6월 기준 서울의 주민센터는 424개소로, 이중 95.8%인 406개소에서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지난 9~10일 <포커스뉴스>가 종로구·마포구·강북구·강남구·송파구·서초구 등 지역의 주민센터 무더위쉼터 32곳을 찾아본 결과, 모든 곳에서 민원을 처리하러 온 민원인만 찾아볼 수 있었을뿐 35도에 육박하는 가마솥 더위를 피해 쉬러 온 이용객은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심지어 성북동 주민센터, 길음동 주민센터 등 일부 주민센터 직원들은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외에 자신의 근무지가 무더위쉼터로 운영되고 있다는 것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다.
또 잠실2동 주민센터 등은 무더위쉼터를 알리는 노란색 바탕의 팻말이 떨어진 채 방치 중이거나 애초부터 부착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잠실2동 주민센터 관계자는 "민원 업무를 보러 오는 분들이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전부이고 별도로 무더위 때문에 이곳을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며 "무더위쉼터를 알리는 팻말은 떨어져서 다시 붙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행정업무 구역과 분리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원인과 공무원들이 각종 서류 발급 등을 위해 수시로 들락날락 거리는 상황에서 무더위쉼터의 주요 대상인 노인들은 '공무원 눈치를 보기 싫다'라는 이유로 이를 외면하고 있다.
이용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와 달리 노인정 및 경로당과 같은 노인복지시설에 많은 이용객이 몰리는 것도 마찬가지의 이유다.
인천 남동구의 경우, 노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노인복지시설만을 무더위쉼터로 지정·운영하고 있어 불필요한 행정력 낭비를 최소화하는 등 대조를 보이고 있다.
남동구 안전총괄실 관계자는 "서울 등지에서 주민센터에도 무더위쉼터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민원인이 많이 몰리는 환경 등으로 쉼터의 주 이용객층인 노인이 주민센터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남동구는 주민센터를 쉼터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어르신복지과 어르신정책팀 관계자는 "주민센터에 마련된 무더위쉼터는 민원인이 민원 처리를 위해 잠시 왔다가 맘편히 쉬어갈 수 있기 때문에 이도 하나의 이용객으로 볼 수 있다"며 "과거 무더위를 피해 들렀다 가던 은행과 같은 개념으로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10일 오전 10시50분쯤 잠실3동 주민센터 내 마련된 무더위쉼터에서는 이용객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2016.08.10 문장원 기자 10일 오전 10시쯤 서초1동 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는 서류 발급 등을 위해 찾아온 민원인들만 종종 눈에 띈다. 2016.08.10 손인해 기자 9일 오전 1시10분쯤 도화동 주민센터 내 무더위쉼터는 서류 발급 등을 위해 찾아온 민원인들만 있다. 2016.08.09 손인해 기자 2016.08.05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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