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상대 소송 1만 육박…온라인 서명은 8만4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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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위야 물러가라 |
(서울=포커스뉴스) 직장인 주모(32‧여)씨는 오후 7시 퇴근 후 집안에 들어서자마자 떨리는 손으로 에어컨 전원 버튼에 손을 얹는다.
해가 질 시간은 한참 남았고 거실은 찜통이다. 피부가 약해 알레르기 등 잔병치레가 많았던 아들(4)은 조금만 더워도 금세 땀띠가 올라온다.
전기요금 걱정에 30분가량 에어컨 작동을 멈추자 아들이 이내 울음을 터뜨린다. 샤워를 시킨지 수분이 지났지만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이 맺히고 얼굴이 벌게졌다.
오후 11시,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꼭 새벽시간 에어컨 작동을 예약 한다. 열대야 때문이다.
주씨는 "작년에는 새벽 3~4시에 선풍기만 틀어도 괜찮았는데 올해는 꼭 에어컨을 틀어야 할 정도"라며 "전기세를 생각하면 정말 '후덜덜'"이라고 말했다.
24평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씨는 여름마다 전기요금 걱정을 달고 산다. 아파트 관리비가 포함된 전기세는 연평균 8만원 수준인데 지난달에는 11만2000원이 나왔다. 지난해 8~9월에는 11만~12만원이 나왔다. 에어컨 사용량이 훨씬 많았던 이번 달은 벌써 명세서 보기가 망설여 진다.
주씨는 "가정에서는 산업 현장처럼 하루 종일 에어컨을 사용하거나 높은 수준의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피크 시간에만 잠시 사용 한다"면서 "누진제가 가정집에 지나치게 큰 부담감을 지우는 게 아닌가 싶다"고 토로했다.
경기 안양에서 물류업에 종사하는 권모(44)씨는 집에서는 속옷 차림으로, 회사에서는 긴팔을 입고 생활한다.
55평 주택에서 부모님과 함께 사는 권씨는 지난달 전기세를 보고 에어컨 코드를 아예 뽑아버렸다. 지난달 전기세는 52만원 수준이었다. 속옷 차림에 선풍기를 강풍으로 틀어도 흘러나오는 땀은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출근하는 권씨의 손에는 항상 두꺼운 긴팔이 들려있다. 회사 내부는 종일 섭씨 20도 안팎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씨는 "매일 같은 야근이 그나마 반가운 이유는 전기료 걱정 없이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이유도 있다"면서 "전기료 걱정이 웬만하면 이런 생각마저 들까 회의도 든다"고 말했다.
권씨는 최근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에 걸렸다. 평생 두통이 없었던 권씨는 최근 약한 감기 기운에 머리가 깨질 듯 아팠다. 주 원인은 외부와 회사내부의 급격한 온도 차이였다.
권씨는 "산업용 전기를 사용하는 회사에서는 특별히 전기를 아껴 쓰라는 지시가 없다"면서 "동료들끼리 회사 공기를 집에 가져가고 싶다는 우스게 소리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정용 전기에 적용되는 누진제의 부당함을 호소하며 법적 소송에 나서는 시민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
10일 한국전력공사를 상대로 '전기요금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인강에 따르면 소송 참여를 신청한 시민들은 8000세대에 육박했다. 지난 6일부터 본격화된 시민들의 참여는 6일 700세대, 7일 810세대에서 8일 2550세대, 9일 2700세대로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포털사이트 다음 토론방 '아고라'에 지난달 28일 올라온 전기요금 누진제 폐지 청원글에는 10일 오후 3시 현재 8만3946명이 서명했다. 이 수는 이틀 만에 3만명이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에 대한 논란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는 요금 폭탄은 과장된 것이라며 현행 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9일 브리핑에서 "에어컨을 합리적으로 사용할 때도 요금 폭탄이 생긴다는 말은 과장"이라며 "다만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12시간씩 틀면 전기요금을 싸게 낼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채 실장은 "누진제를 완화하면 부자감세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전력 대란 위기를 가중시킬 수 있다"며 "벽걸이형 에어컨을 하루 8시간 사용하거나 거실 스탠드형 에어컨을 하루 4시간 사용하면 월 요금이 10만 원을 넘지 않는다. 에어컨을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인강의 곽상언 대표변호사는 "소비자들은 한전이 일방적, 독점적으로 정한 전기요금을 적용받으며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 사용량은 전체 전기 사용량의 13%에 불과하고 OECD 국가 평균의 절반 이하로 이미 충분히 아껴 쓰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2006년 도입된 현행 국내 가정용 전기 누진제는 현재 총 6단계에 걸쳐 적용된다. 1단계(100kW 이하)의 경우 1kWh 당 60.7원을 내지만 전력 사용량이 6단계(500kW 초과)에 달할 경우 1kWh당 709.5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누진배율로 따지면 11.7배다.2016.08.01 김기태 기자 2016.07.25 이승배 기자 <포커스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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