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의무 이행자 사회복귀 돕고 입직연령 앞당길 것"
"군가산점제 등 군복무 보상 논란 해소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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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하는 군인 |
# 2005년 육군병장 만기 제대한 김모(35)씨는 "의무를 이행하면 권리가 생겨야 하는데 제대 후 돌아온 것이 아무 것도 없다"며 한탄했다. 전역 후 얻은 것이라곤 망가진 피부와 삐걱대는 관절, 전보다 굳어버린 머리 뿐이라는 생각에 김씨는 고개를 저었다.
# 2012년 육군병장 만기 제대한 서모(24)씨는 사격훈련 중 사고로 이명을 얻었다. 보상을 받지도 못한 채 전역한 후 복학해야 했던 서씨는 학비 마련을 위해 6개월간 주차관리와 에어컨 공장일 등 아르바이트를 하고서야 대학교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군가산점제, 군학점인정제 등 군복무를 완수한 청년에 대한 보상 방안들이 논란 끝에 폐지된 가운데 정치권에서 병역의무를 이행한 청년들에게 전역·소집해제 시 퇴직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병역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10일 <포커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청년들이 정말 중요한 시기에 21~24개월 나라를 위해 희생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보상방식이 군가산점제처럼 병역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로 이어져서는 안되는데 이 법안이 그런 논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박 의원 측에 따르면 현재 병역의무 이행자 대부분이 학업 이행과 취업 준비 등으로 중요한 시기인 20대 초반에 2년 가까이 국방의 의무를 수행함에도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한 청년들이 제대 후 원활하게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금전적 지원을 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며 '이에 모든 병역의무 이행자들에게 전역·소집해제 시 퇴직금을 지급함으로써 공평하고 실질적인 보상을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그간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대표적으로 군가산점제, 군학점인정제 등이 논의됐다. 군가산점제도는 전역 군인이 공직이나 공기업,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 기업 채용시험에 응시할 경우 필기시험에 과목별 만점의 3~5%를 가산해 주도록 한 제도로 1961년 도입됐다.
군가산점제도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일부만 혜택을 받는다는 지적과 함께 1999년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병역면제자의 평등권과 공무담임권 침해"를 이유로 위헌 결정을 내리며 폐지됐다. 군학점인정제 역시 수혜 대상이 대학 재학생으로 한정된다는 문제로 도입되지 않았다.
현재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혜택으로는 국가보훈처의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공기업 직원은 호봉과 경력을 평가할 때 군 복무 기간을 근무 경력에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외에 정부는 제대 군인 고용 실적이 우수한 기업을 선정해 인증하고 행정·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지만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한 직접적인 금전적 지원 규정은 없는 상황이다.
박 의원은 "요즘 청년들이 가장 힘든 시대지 않나. 청년들의 군복무 기간 총 봉급액이 300만원 정도 된다. 어려움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한 학기 대학 등록금 평균인 약 330만 원 정도나 전역 후 한두달 정도 생활비에 해당하는 돈은 지원해야 한다"며 "그렇게 해도 한해 제대하는 24~25만명에게 지급할 퇴직금 1년 비용이 7000억 원 밖에 안된다. 예산의 효율성이 가장 높은 지출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실제 청년 병역의무 이행자들은 이 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먼저 '군복무 보상의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다수의 청년들은 동의했다. 김씨(35·육군병장 만기제대)는 "군인 사망위로금이 약 200만 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 군인으로 봉사한 것에 대해 제대로 된 대접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씨(23·공군병장 만기제대)는 "이미 제대한 사람을 포함해 모든 대한민국 군인은 약 2년이라는 시간동안 직장인들과 같은 시간, 추가로 목숨을 걸고 일하고 있지만 이런 사실을 정부에서 인지하고 있나 싶을 정도로 푸대접을 받고 있다"며 "보상방식이 무엇이든 지금 군인들이 국가로부터 받는 대우는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다른 의견을 보이는 청년도 있었다. 두씨(26·육군병장 만기제대)는 "대한민국에 태어난 국민이자 남성으로서 국방의 의무에 대해 보상이나 대가가 아닌 권리를 보장받는 것에 힘쓰는 것이 올바른 가치관이라 생각한다"며 "남성은 남성대로 여성은 여성대로 국가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고 말했다.
'전역퇴직금법안의 적절성'에 대한 질문에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다. 이씨(22·사회복무요원 소집해제)는 "충분히 필요한 법안이라고 생각하나 내용이 부족한 것 같다"며 "그 시간을 돈으로 해결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복지 쪽으로 보상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모(24·육군병장 만기제대)씨는 "필요하다. 2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나라를 위해 봉사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에 대한 복지나 보상이 전무한 편"이라며 "심지어 예비군 훈련 때도 교통비만 겨우 주는 실정이다. 같은 징병제인 싱가포르나 태국에 비해 우리나라 병사 월급이 매우 적은 편인데 이런 부당함 개선을 위해서도 퇴직금은 좋은 방안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김씨(35·육군병장 만기제대)는 "일시적으로 퇴직금을 주는 것보다 제대한 군인들에 대한 간접세 할인이나, 현재 유공자에게만 제공되는 영화관, 박물관 입장료 할인 등 혜택을 예비군 끝나기 전까지 주는 편이 나을 것 같다"고 제안했다.
청년들의 간접세 할인, 월급 인상 등의 의견에 대해 박 의원은 "혜택 금액을 올리는 개념이라는 점에서는 같은 의견이다. 그냥 월급을 주면 어떤 사람은 저축을 하고 어떤 사람은 써버리게 된다. 사회 복귀 지원 의미이기에 전역을 하고 등록금이나 사회적응 등 금전적 필요가 있는 타이밍에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입직연령을 앞당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은 "우리나라 입직연령이 다른 OECD 가입국에 비해 단연 높은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군대"라며 "앞으로 입직연령을 단축하기 위해 복무기간 1년6개월 단축도 재추진할 것이고 대학생인 경우 여름·겨울방학을 이용해 군복무를 수행하게 하는 등 계속 다양한 제안을 할 생각"이라고 덧붙였다.서울 중구 태평로 청계광장에서 열린 2016 세계 책의 날 기념 '두근두근 책 속으로' 책드림 날 행사에 참가한 한 군인이 병영독서카페 부스에서 독서를 하고 있다. 2016.04.23 김흥구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박주현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2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6.05.20 박동욱 기자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입영심사대에서 입영장병들이 연병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6.01.04 김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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