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학기제 끝나면 '부메랑'처럼 돌아오는 학업 부담 우려
시행전 설명 부족…구체적 그림 안 그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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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다가올 2학기가 자유학기젠데 너무 기대되요."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사는 중학교 1학년 서경민군은 2학기부터 본격 시작되는 자유학기제를 생각하며 기대에 찬 모습이었다.
"왜 그렇게 좋아?"라는 질문에 서군의 답은 간단했다. "시험도 안 보고 많이 놀 수 있잖아요. 축구도 많이 할 수 있고"
자유학기제는 박근혜 정부의 대표 공약으로 지난 2014년 시범사업으로 출발했다. 중학교 3년, 총 8학기 중 한 학기 동안 진로탐색에 관련된 실습을 하고 시험은 보지 않는 제도다. 그대신 수행평가로 성적을 매긴다.
2년여의 시범사업 끝에 자유학기제의 본격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도가 2학기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당장 2학기에 자유학기제를 실시하는 중학교들이 상당하다.
그러나 자유학기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중학생들의 관심은 다른 '떡밥'에 있었다. 서군뿐만이 아니었다.
대구 수성구에 거주하고 있는 이수빈(13·여)양 역시 같은 반응을 보였다.
자유학기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가장 먼저 "시험 없는 건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양은 "선택 활동을 2개쯤 골라서 한다고 들었다"며 "선배들이 전부 별거 없고 많이 놀 수 있는게 좋다고 하더라. 별로 기대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유학기제를 시행하는 이유인 '진로탐색·창의성 함양' 등에 대한 기대감은 들어보기 힘들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 입시 부담이 늘상인 중학생…자유학기제 효과 일시적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기준 한국 청소년의 학업 스트레스 지수는 50.5%로 전체 평균 33.3%보다 17.2%포인트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015년 6월 청소년 인권단체인 청소년 인권 행동 아수나로가 전국 17개 시·도 학생 6천여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중학생의 경우 31.7%가 성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경우 중학생 때부터 학업 부담이 과중되기 때문에 한 학기 동안 시험이 없다는 것이 청소년들에게는 상당히 큰 위로가 된다. 이는 시험 부담을 줄이려는 자유학기제의 목적에 부합하기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단 한 학기뿐인 자유학기제가 끝나고 나면 다시 입시에 몰두하는 현실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것이다.
진로탐색에 대한 기회가 단 한 학기에만 그쳐 자유학기제가 '비교적 기간이 긴 이벤트'로 전락한다는 지적이다.
작년에 첫 아이가 자유학기제를 경험했고 올해는 둘째 아이가 자유학기제를 경험하게 될 이진영(여·가명)씨는 "단순한 직업체험 한두 개로 끝나는게 아쉬웠다"며 "진로가 더 큰 범위이고 그 안에 진학이 있는 건데…"라고 말했다.
이씨는 "적성검사를 매년 실시하는 등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진로성숙도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고 학부모들의 이에 대한 인식도 부족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그는 "아무래도 보여주기식 제도 같은 느낌이 아직 있다"며 "둘째 때는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시험 없는 기쁨도 잠시…한 학기만 지나면 '부메랑' 부담
작년 2학기 시범사업으로 자유학기제를 겪은 문모(14)군은 "자유학기제를 하며 시험을 안 보는게 가장 좋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문군은 "지금은 (부담이) 부메랑처럼 돌아와버렸다"면서 "지금도 수학 1학년 2학기 부분이 나오면 막힌다"고 답답함을 털어놨다.
문군은 "당시에 시험이 없다 보니 복습이 안 됐던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문군의 어머니 이모(50)씨는 "잘못하면 시험 안보고 어영부영 보내는 시기가 될 수도 있는 것 같다"면서 "꿈을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였으면 좋았겠지만 중1학생들이 과연 얼마만큼 꿈에 대해 깊게 생각할 수 있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결국 이 기간에도 학습적인면에서 진도 등 스스로가 부족해지지 않게 신경써야 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충남 서천에 사는 중학교 1학년 김문혁(13)군 역시 "선배들 보면 성적이 훅 떨어지더라"며 "저도 2학년때 성적이 많이 떨어질까봐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군은 "배우기만 하고 시험을 안치니까 그런 것 같다"며 "수행평가만 치는 것이 좋으면서도 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학원가에서는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이런 우려를 타겟팅한 '선행학습반'이 흥행하기도 한다.
◆ 자유학기제 설명 부족…"아는 게 없어"
충남 서천에 사는 김인영(13·가명)군은 "다양한 활동으로 진로를 키우고 공부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하는 것"이라고 또박또박 자유학기제에 대해 설명했다.
어디서 들은 얘기냐고 묻자 "선생님께 들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무슨 활동들을 하는 거냐는 질문에는 "선생님께 들은 게 저것뿐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김군은 "구체적으로는 아는 게 없다. 체험을 한다는데 뭘 체험하는지는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군산에 거주하는 정민지(13·여)양은 "진로를 탐색하고 시험 대신 수행평가를 치는 것"이라고 자유학기제를 정의내렸다. 정양 역시 어떤 활동을 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불과 며칠 뒤면 개학을 맞아 자유학기제를 겪을 학생들이지만 본인들이 어떤 진로체험을 하게 될 지에대해 전달받은 바가 없었다.
그나마 서경민군이 "대학에 가서 팀별로 설문조사도 하고 그러는 걸로 안다"며 구체적인 모습을 떠올려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중학생들은 자유학기제에 대해 추상적으로만 떠올리고 있을 뿐이었다.
지난해 지방의 한 대학에서 자유학기제 조교로 활동했다는 김모(26)씨는 "실상은 학교를 설명하고 학과에 대해 대략적으로 알려주는 것이 전부"라며 "그게 중학생들의 진로 탐색에 큰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또 단 한 번 방문하는 거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6.06.30 최주현 기자 (전주=포커스뉴스) 전북지역 중학교 3학년 대상 6월 도학력평가 9일 실시도내 공·사립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한 도학력평가가 6월 9일 실시된다.<사진출처=포커스뉴스 DB> 2016.06.08 박윤근 기자 <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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