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여심에 부는 해일…'모던보이' 그 이후, '덕혜옹주' 박해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7 17: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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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일 "'덕혜옹주' 김장한 역, 저의 전작 캐릭터를 떠올리며 작업"

"아직도 계속 종사하고 있는 영화계, 행복 느껴"
△ [K-포토] 미소짓는 박해일

(서울=포커스뉴스) 박해일은 어떤 질문에도 빠르게 답한 적이 없었다. 모든 질문과 답에는 "음"으로 시작되는 고민의 시간이 필요했다. 그리고 답변 속에는 고민의 몫이 담겨있었다.

'덕혜옹주'의 개봉을 앞두고 박해일의 인터뷰 풍경이었다. 여러 명의 기자가 한 명의 주연 배우와 만나 진행되는 요즘의 인터뷰 방식과 달랐다. 박해일은 기자와 1대1로 만났다.

"차분히 이야기를 주고받는 개념이 저에게는 오히려 괜찮던데요?"라고 이유를 설명하는 그다.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깊이 나누고자 싶어 하는 배우의 마음이 묻어난 대목이다. '의외다'라는 말로 인터뷰가 시작된 이유기도 하다.

사실 박해일이 '덕혜옹주'에 합류한 것도 의외였다. '덕혜옹주'에 합류하기 전 연이어 출연한 작품이 '동행'(2015), '필름시대 사랑'(2015), '경주'(2013년) 등 예술성이 강한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라며 고개를 끄덕인 박해일은 "뭔들 못하겠어요?"라고 되물으며 웃었다.


"일제강점기라는 어두운 시대에서 진중하게 해볼 수 있는 캐릭터가 있다면 언젠가 해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슬쩍 해봤거든요. 지난해 봄에 허진호 감독님께서 '덕혜옹주' 시나리오를 보내주셨어요. 김장한이라는 캐릭터를 보며 제가 전에 해온 작품 속 캐릭터의 일부분을 꺼내올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느꼈어요. 허진호 감독님과 함께 살을 붙여가며 발전시켜 나가는 것도 흥미로운 작업이라고 생각했고요. 안 할 이유가 없겠더라고요."

김장한은 일본으로 강제 유학길에 오른 덕혜옹주(손예진 분)를 망명시키려 한다. 대한제국의 주체성을 갖기 위함이다. 일제강점기에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장한의 모습은 박해일에게 '모던보이'(2008년) 속 해명을 떠올리게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총독부 밑에서 일하던 해명은 독립운동가인 난실(김혜수 분)에 대한 마음으로 변화를 맡게 된다.

"'모던보이'는 해명의 변화를 살짝 보여주며 끝이 나요. 그 후의 이야기를 다른 톤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그리고 50대가 된 해명이 언론인이 된 모습에 '제보자'(2014년)속 윤민철 PD를, 일부 총격씬에서는 '최종병기 활'(2011년)을 떠올렸죠. 전작에서 했던 캐릭터들의 여러 가지 모습을 잘 꺼내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김장한은 실제로 덕혜옹주의 정혼자의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그뿐, 그에 대한 다른 설명은 없다. 영화 속에서 50대가 된 김장한의 모습은 사실, 형인 김을한의 모습이다. 김을한은 신문사의 기자가 됐고, 덕혜옹주의 귀국을 도왔다. 영화 속에서는 형제인 두 사람을 김장한의 픽션으로 만들었다.

박해일은 "고종황제가 김장한과 덕혜옹주를 혼인시키려고 한 건 기록된 역사잖아요. 그 내용을 중심에 두고 이끌어간 거죠"라고 말한다. "지난해 5월부터 한 6개월 정도 준비 기간을 가졌죠. 허진호 감독님과 대화를 통해 김장한을 찾아갔어요. 덕혜옹주를 중심으로 많은 부분이 영화적 개연성을 고려해 만들어진 인물이죠."

'덕혜옹주' 속 박해일을 '모던보이'와 나란히 볼 수 있는 다른 키워드는 '사랑'이다. 그는 조국과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을 묘한 균형을 맞추며 풀어나간다. 변함없는 마음이라는 판타지는 박해일을 통해서 진심으로 전해진다. 여전히 여심을 흔들기에 충분한 모습이다.


'덕혜옹주'에서 무엇보다 독특한 것은 그 감정이 뒷모습에 진하게 담긴다는 점이다. "'덕혜옹주'가 뒷모습을 많이 비춰줘요. 입국장에서 둘이 걸어가는 모습이라던가. 뒷모습에 드라마에 포함된 감정이 있더라고요. 그렇게 활용하기가 쉽지 않은데, 허진호 감독님께서 그런 부분을 좀 과감하게 장점으로 만드신 게 아닌가 싶기도 하네요."

허진호 감독은 박해일이 '덕혜옹주'를 선택하게 한 이유기도 하다. 그는 '봄날은 간다'(2001년), '8월의 크리스마스'(1998년) 등의 작품으로 스크린에 진한 감성을 담아낸 감독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던 그다. '덕혜옹주'의 장점 역시 "오랜만에 다시 돌아온 허진호 감독님의 눈물을 다루는 미묘한 연출력"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박해일의 필모그래피에서 중요한 부분은 감독의 이름이다. '괴물·살인의 추억' 봉준호, '연애의 목적' 한재림, '극락도 살인사건·최종병기 활' 김한민, '모던보이·은교' 정지우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의 초기작을 함께했던 박해일이다. 감독들이 현재의 위치와 다를 때다. '급'이라고 표현하는 말과는 다른 행보다.


"급이라는 말은 기준을 어떻게 구분하느냐의 문제죠. 그리고 구분을 하느냐, 안 하느냐의 차이도 있고요. 제 기준에서 얘기하자면, 저는 그냥 영화 작품을 했을 뿐이에요. 각자의 역할이 있으니, 제가 타인이 정해준 역할에 다 맞출 수는 없잖아요. '저라는 사람이 해야 하는 게 뭘까'라고 고민해 나가면서 선택하는 거죠. '작품과 만난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표현 같아요."

박해일은 지난 2001년 임순례 감독의 '와이키키 브라더스'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2003년의 한 기사는 '영화계 판도 바꿀 해일'이라고 그를 설명했다. 이미 '괴물'(2006년)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가진 그는 이 말에 동의할까. 한참을 멋쩍게 웃던 박해일이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을까요?(웃음) 영화 한 편이 나온다는 것은 저 혼자 모든 것을 해낼 수 있는 작업이 아니잖아요. 작품은 감독, 배우, 스태프들 모두 함께 만들어나는 거죠. 모두가 함께하는 공동 작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아직도 영화계에 계속 종사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낍니다."(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2 김유근 기자 '덕혜옹주' 속 김장한 역을 맡은 박해일. 사진은 '덕혜옹주'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2008년도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 '모던보이' 속에서 해명 역을 맡은 박해일의 모습. <사진제공=KnJ엔터테인먼트>영화 '덕혜옹주' 스틸컷.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2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박해일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2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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