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독식으로 기득권 수성…결국 일반 국민들만 주요 정보에서 소외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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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극 문양으로 바뀐 금융위원회 |
(서울=포커스뉴스) 이번 구조조정 대상 기업 발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독선적이고 전근대적인 행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7일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숫자를 발표하면서 해당 업체명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은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을 발표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주채권은행들이 이들 업체들을 자율적으로 평가하고 선정한 것으로 포장하고 있지만, 최종 선정 및 발표 방식과 절차는 금융 당국이 결정한 것이다.
이는 현 대한민국 금융당국이 가진 네 가지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첫번째, 이번 구조조정 대상 기업평가는 투명성이 결여됐다는 점이다. 이날 당국은 500억원 이상 은행에 대출이 있는 대기업 1973개사 중 602개 세부평가대상 업체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국이 배포한 보도자료 어딜 찾아봐도 평가에 대한 기준과 평가 과정은 없다. 기자들은 단순히 32개 기업이 대상이라는 사실과 조선3사가 제외됐다는 사실만을 전달받았을 뿐이다.
천문학적인 부실에 분식회계 의혹까지 겹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상등급인 B등급을 받았다.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도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됐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것인지 당국의 행태는 국민에 대한 기만행위라고도 볼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이 '왜' 명단에서 빠졌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쉽다.
두번째, 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겠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당국이 발표한 32개 기업은 명단이 공개될 경우 은행들의 대출 거절, 신용 하락 등 현재보다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금융위와 금감원이 최종 판단을 했다는 것인데 기업의 생멸(生滅)과 관련한 판단을 금융당국이 했다면, 그에 대한 책임은 결국 누가 져야 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의 임기는 3년이지만 전임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2년, 최수현 전 금감원장은 1년8개월만에 자리에서 물러날만큼 변동이 많은 자리다. 곪을대로 곪다가 터진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는 전임 수장들의 책임회피와 폭탄 돌리기의 결과는 아닌지 되물어야할 시점이다.
세번째, 이번 부실기업 발표 방식은 정부 관계자 소수가 여전히 최상위 정보를 쥐고 금융사들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 구조조정 대상 확정 소식은 해당 기업의 주가에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조선해운 등 취약업종에 베팅한 투자자들은 결국 정보에 뒤처져 나중에 큰 손해를 보기가 십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번에 부실기업 명단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방식을 취했다.
정부 관계자 소수만이 알고 있는 살생부 명단이 기관이나 이해관계자 등에 먼저 흘러 들어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 정보의 비대칭성은 위계구조를 굳건히 하는데 쓰인다. 결국 당국이 이같은 정보를 이용해 기업과 금융사들을 옥죄는 동시에 자신들의 기득권을 철옹성처럼 굳건히 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고 할 수 있다.
네번째, 금융산업의 안정과 금융소비자 보호가 당초 설립목적인 금융당국이 산업구조조정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기획재정부 장관 출신 강만수 전 산업은행장의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도를 넘어선 '몰아주기' 행태에 그러잖아도 국민 비난이 거센 상황이다.
국가가 국책은행을 통해 부실 산업을 재편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방법에 대한 충분한 검증과 감사 없이 특권이 남용되는 듯한 현실은 현 금융당국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 아니할 수 없다.
특히 은퇴한 고위 금융당국 공무원들이 주요 공기업들의 핵심 일자리를 맡는 '낙하산' 인사는 대한민국의 병폐를 그대로 말해준다. 최근 대우건설 차기 사장 인사나 생보협회 2인자에 전 금융위 과장이 내정된 사실은 아직도 이런 낙하산 인사가 횡행하고 있음을 여실히 말해준다. '이미 누구는 어디로 가기로 돼있다'. '누군가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등 금융당국 수장들의 전근대적인 행태들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금융성숙도는 요원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국가경쟁력순위 평가에서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는 87위를 기록했다. 부탄 86위,우간다 81위 등 아프리카 국가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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