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24년 묵은 '배우'…늘 새롭고 싶은 남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4 08: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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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공룡선생'으로 데뷔해 올해로 24년차

'인천상륙작전'서 해군 대위 장학수 역 맡아

"중견 연기자? 아직도 새로운 모습 보이고 싶다"

"가끔은 본능으로 연기하던 신인 시절 그리워"
△ [K-포토] 눈부신 이정재

(서울=포커스뉴스) 이름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을 뛰게 하는 배우가 있다. 안성기, 최민식, 송강호, 전도연 등.

이들의 이름 석 자는 그 자체로 눈과 귀를 잡아끄는 힘이 있다. 가끔은 감독이 누구인지, 장르가 무엇인지 를 찾아보는 일마저 생략하고 싶게끔 만든다. 배우의 존재 자체가 곧 관람의 이유가 되는 것이다. 이는 최고의 위치에 선 배우들만이 누리는 특권이자 피나는 노력으로 쌓아 올린 영광의 성채다.

이정재의 근래 행보를 지켜보자면 그는 시나브로 최고 배우로 불릴 수 있는 영향력을 끼쳤다. 최근 지난 5년간 그는 '도둑들'의 뽀빠이로, '신세계'의 이자성으로, '관상'의 수양대군으로, '암살'의 염석진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연기의 깊이와 폭을 넓혀왔다.

올해로 24년 차.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수십 편의 작품에 출연해 온 이 중년의 배우는 '조각같은 얼굴의 스타'를 넘어 '진짜 배우'로 거듭나는 중이다.



그런 이정재가 2016년 선택한 첫 작품은 '인천상륙작전'이었다. 영화는 한국전쟁 당시 국군의 불리한 전황을 한순간에 뒤집은 동명의 작전을 그리고 있다. 성공률이 5000대 1에 불과한 작전을 기획해 밀어붙인 맥아더 장군과 이를 성공시키기 위해 목숨을 던진 첩보 부대원들의 희생이 이야기의 축이다.

"6·25전쟁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시나리오를 읽고 깜짝 놀랐어요. 전혀 알지 못했던 이야기였거든요. 빛나는 승리 뒤에 숨은 영웅들의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그동안 우리가 너무 모르고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죠. 목숨을 걸고 조국을 위해 싸운 분들의 희생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이정재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큰 울림을 느꼈다"고 했다. 그간 잘 알려지지 않은 한국전쟁의 비화가 그를 '인천상륙작전'으로 이끌었다. 여기에 시나리오에 녹아 있는 '첩보물'로서의 성격도 그에게는 흥밋거리였다. "한국 전쟁영화 역사상 첩보물은 없지 않았나"하는 생각에 출연을 결심했다.



극 중 이정재는 맥아더(리암 니슨 분)로부터 "인천으로 가는 길을 열어달라"는 지시를 받고 대북첩보작전 '엑스레이(X-RAY)'를 이끌게 된 해군 대위 장학수 역을 맡았다. 공산주의 환멸 때문에 월남한 군인으로 투명한 신념과 조국에 대한 사랑으로 중무장한 인물이다.

이정재가 장학수를 선택한 것은 사실 조금 의외다. 그간 그가 연기해 온 이자성, 수양대군 등 배역들이 인간의 양면성을 동시에 보인 복합적인 캐릭터였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장학수는 지극히 평면적인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정재는 "오히려 그간 너무 양면적인 인물만 연기하다보니 식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어떻게 보면 평면적일 수 있죠. 선한 인물이잖아요. 하지만 평면적이라고 해도 인물이 가진 고민의 크기가 크다면 또다른 긴장감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었어요. 인간의 다양성을 표현해온 내가 한쪽에 집중한다면 또 다른 재미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러나 장학수로 사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역사의 비극을 감내한 실존인물을 바탕으로 했기에 고민이 컸다. 이정재가 고민하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사실성'이었다.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한국전쟁을 다룬 서적과 다큐멘터리를 많이 참고했죠.또 실제로 당시 인천 지역에서 첩보 부대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어요. 제작진과 배우들 모두 재미를 위해 없던 일을 꾸며내지 말자고 다짐했어요. 한반도의 비극이잖아요. 최대한 사실을 기반으로 그 안에서 영화적 재미를 살리고 싶었어요."


육체적 한계도 느꼈다. 올해로 마흔넷. 중년에 접어든 이정재에게 첩보 부대장 장학수 역을 연기하는 것은 또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는 많은 전투 장면을 소화해야 했던 탓에 촬영 기간 중 크고작은 부상에 시달려야 했다.

"촬영을 마치고 3개월 정도 깁스 신세를 졌어요. 몸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느끼죠. 피로도 금방 찾아오고(웃음). 그래서 욕심만큼 표현되지 않을 때가 있어요. 노력하는 수밖에 없죠."

이정재는 영화 '암살' 이후 약 1년 만에 관객들을 만났다. 오랜만의 나들이가 설렐 법도 한 데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영화에 대해 극명하게 엇갈리는 대중의 반응이 그를 신중하게 만든듯했다.

영화 '인천상륙작전'은 지난달 27일 개봉한 이후 전국 극장가에서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불러 모으며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그러나 만듦새에 대한 지적부터 시작해 이념을 둘러싼 시시비비까지 여러 논쟁을 낳았다. '구시대적 반공영화'라는 비판의 목소리와 '필요 이상으로 지나친 비판이 가해지고 있다'는 옹호 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정재 역시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물론 조금 더 세련되게 다듬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없진 않아요. 하지만 충분히 의미가 있고 영화로 다룰 만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사실만 다루기로 한 것도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어요. 반공영화니 우익영화니 하는 표현은 조금 지나치지 않나 싶어요."

"완벽하지 않은 영화. 그럼에도 의미있는 영화"라는 것이 이정재의 설명이다.


영화 속 자신의 연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이정재는 빙긋 웃으며 "감정을 폭발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그래야 극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관객의 몰입도가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최선을 다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가끔은 본능으로 연기했던 신인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1993년 데뷔한 이정재는 1999년 스물입곱 늦은 나이에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좋은 연기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다.

"공부와 조사가 연기를 하는데 큰 도움이 됐어요. 하지만 가끔은 동물적으로 표현했던 옛날이 생각나요. 그 때의 본능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곤 있지만요."

'새로움과 진실됨'. 이정재는 배역을 고르는 원칙으로 이 둘을 꼽았다. "새 것을 발견해서 사실적으로 표현해 내는 일"이 배우의 업이라고 했다. 수십년 째 배우생활을 하며, 수없이 많은 역할을 거쳤음에도 여전히 새로움에 대한 타는 목마름을 호소하는 배우. 이정재의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정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5 김유근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 CGV에서 열린 영화 '인천상륙작전' 언론시사회에 참석한 배우 이정재가 포토타임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16.07.20 김유근 기자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영화 '인천상륙작전'의 스틸 이미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배우 이정재가 라운드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5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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