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얻어 먹는 게 습관이 돼 비판정신 사라진다"
"30여년 간 나도 혜택 받아와… 청탁 문화 정상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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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지난달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대한 합헌 결정이 내려지자 한국기자협회(정규성 회장)는 앞으로 김영란법이 기자들의 자유로운 취재를 방해하고 언론이 비판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유감 성명을 발표했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 초과, 1년에 300만원 초과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기자협회는 "'안 얻어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쉽게 생각하고 넘길 문제만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 취재 차 일반인과 함께 한 식사자리가 사정대상?
기자가 취재차 만나게 되는 일반인들 중에는 정부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사람이 많다.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을 취재원으로 만났을 때, 사정당국이 취재를 사실상 제지하는 경우를 상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사례:
기자 A는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비리를 취재 중이다.A는 어렵사리 □□ 기업 해외사업본부장 B를 만나 식사를 함께 했다. B 본부장에게 정부의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복마전'을 취재한 A 기자.
그런데 다음날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이 A 기자에게 전화를 했다. 그 수사관은 "B와의 식사자리에서 얼마의 금액만큼 접대 받았는지에 대해 소명하러 검찰에 나오라"고 했다.
위와 같은 경우가 있다면 A 기자는 □□ 기업과 관련된 취재를 더 하기 어렵다. 정부의 해외자원개발 비리 같은 대특종도 더 파헤치기 쉽지 않다.
기자협회는 성명서에서 "권력이 김영란법을 빌미로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릴 가능성을 경계한다"며 "사정당국이 자의적인 법 적용으로 정상적인 취재·보도활동을 제한하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김영란법을 악용하지 않는지 똑똑히 감시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기자협회는 나아가 "앞으로 기자들은 취재원을 만나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것"을 우려했다.
◆ 일부 기자들 기자협회 성명에 반대… "언론인 스스로 자각해야"
그러나 일부 기자들은 블로그,페이스북 등 SNS 등을 통해 이같은 한국기자협회의 성명에 반대하고 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기자 출신의 C씨는 지난달 29일 자신의 블로그에 "나의 김영란법 위반사례 이야기"라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다.
C씨는 해당 글에서 자신이 받은 이른바 '언론인으로서의 혜택'을 열거하며 김영란법 환영 의사를 내보였다.
그는 골프 접대·성 접대·해외 출장 등 본인이 겪었본 혜택들을 언급하며 "예전에 저런 접대들을 즐겼지만 이제 법이 바뀌고 세상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면서 이런 혜택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란법을 만든 취지가 바로 그거다. 고민 좀 하면서 살라고 만든 거다. 아무 생각 없이 남이 사주는 술 넙죽넙죽 받아먹지 말라고 만든 법이다. 얻어 먹는 게 습관이 되니까 자기 정화도 안 되고 비판정신도 사라지는 것이고 삶이 비굴해지는 것이고…" 그는 김영란법의 필요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C씨처럼 김영란법 합헌 결정을 환영하는 기자들 역시 적지 않다.
한 경제지 2년차 기자인 D씨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탁'이라는 토대 위에 세워진 언론의 자유라면 진정 그것이 언론의 자유겠냐"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D씨는 "우리는 덩치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었다"며 "우리는 그동안 정상적이지 않은 향응을 받으면서 정상으로 여겼다. 앞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방송사 앵커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고백하건대 나도 30년 가까이 언론에 있으면서 오는 9월 말부터 불법으로 규정될 관행들의 혜택을 받으면서 살아온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하지만 분명한 건 기업의 접대비가 한해 10조 원이 넘는 나라는 정상이 아니라는 것, 대한민국의 접대 문화를 바꾸지 않는 한 선진국이 되긴 어렵다는 것"이라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흐름은 기자협회 YTN지회(정유신 지회장)가 한국기자협회의 성명을 비판하고 나서는 것으로 이어졌다.
YTN지회는 지난달 30일 "한국기자협회 성명이 YTN지회 소속 기자들의 의견이 아니듯, 이번 성명이 전체 기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김영란법이 언론계 전반의 혼란, 취재 활동의 제한이나 자기 검열, 비판 언론의 재갈 물리기 악용'이라는 주장도 납득이 쉽지 않다"고 비판했다.
한편 합헌 결정 이후에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영란법은 오는 9월2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출처=pixabay><출처=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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