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처치시 묻은 피와 땀 섞여 찝찝… 씻을 시간도 모자라"
8월 이송건수 가장 많아… 대안은 무분별한 신고 자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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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장활동 (7).JPG |
(서울=포커스뉴스) 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지난 6월, 두 구급대원이 들것을 들고 다급하게 서초경찰서로 뛰어들어갔다.
그러나 불과 5분여 뒤, 환자는 유유히 걸어나왔다. 직접 119에 전화를 걸었다는 환자는 멀쩡하게 경찰서를 나섰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하던 환자는 "이제 괜찮다"며 땀범벅이 된 소방대원들에게 그만 가보라는 손짓만 해보였다.
당시 출동했던 두 대원은 허무한 표정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다시 들것을 들고 나오는 그들의 손에 땀이 흥건했다.
CCTV 확인 결과 해당 남성은 경찰에게 폭력을 당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출동 후 별다른 조치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임에도 소방 대원들을 마치 '하인' 처럼 부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로 인해 소방 대원들의 '폭염 속 사투'는 더욱 힘겨울 수밖에 없다.
◆ '상습 신고자'인줄 알면서도 무조건 출동
이렇듯 구급 출동을 악용하는 것부터 소방 대원들을 하루에도 너댓번씩 불러대는 이들, 이른바 '상습 신고자'들로 인해 소방 대원들은 더욱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
소방 대원들은 상습 신고자 중 진짜 병원으로 이동해야 하는 경우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 중에는 경미하게나마 진짜 아파서 신고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정신병적인 이유로 상습 신고를 하는 이들도 있다고 했다.
마포소방서에 근무하는 A대원은 각 소방서마다 모든 소방 대원이 알고 있는 상습 신고자들이 존재한다고 했다.
A대원은 "그런 분들은 주소만 봐도 다 안다"며 "출동 나갈때 위치가 어디고 내용이 뭐고 간단하게 뜨는데 주소만 봐도 '아 그분이구나' 다 안다"고 말했다. 상습 신고자가 하루 수차례씩 해당 소방서로 전화 한 날이 수도 없이 많다는 뜻이다.
그는 "하루에 네번, 다섯번씩 신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그래도 무조건 출동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신고가 들어오면 출동해서 현장을 꼭 확인해야 한다"면서도 "가장 더울 때나 새벽 등 취약 시간에 상습적으로 신고를 하시면 힘든 부분이 있다"고 조심스레 털어놨다.
A대원은 "당장 문제가 없으니 병원에 가서 외래로 진료를 받으셔도 된다고 설명했고 알겠다고 했는데 다시 또 신고하고 또 신고하고…"라고 지친 기색을 보이면서도 "그렇다고 신고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더운 건 어쩔 수 없고 열 번 부르시면 열 번 다 가야죠!"라고 했다.
◆ 소박한 바람 "몸에 묻은 피라도 씼을 수 있었으면…"
"날도 더운데 문제가 없는 똑같은 곳에 여러번 가면 사실 지치죠. 근데 그렇다고 등한시 할 수는 없어요. 언제 진짜 그 분이 도움을 필요로 할 지는 모르는 거니까"
서울에서 소방대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는 더운 여름철에는 상습신고자들로 인해 유독 지치게 된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소방 대원으로서의 책임감을 놓아선 안된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잡는 모습이었다.
B씨는 상습 신고자들에 대한 불평불만 대신 소박하게나마 자신의 바람을 전했다. 그는 "환자 처치를 하다 보면 몸에 피가 묻거나 하는 경우가 있는데 여름엔 땀과 섞여서 여간 찝찝한 것이 아니다. 그것만 좀 씻고 출동할 수 있었으면…"이라고 말했다.
지난 3월부터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강화됐지만 B씨는 현실적으로 이를 모두 적용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민들에게 봉사하는 마음으로 업무를 하는데 일일이 법률의 잣대를 들이대는게 과연 옳은지도 고민해 볼 문제"라며 "정신적으로 아프신 분이 상습 신고를 하는 경우가 잦아 매건 그런걸 적용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상습 신고로 인해 정말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이 도움을 받지 못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B씨는 "혹여라도 상습 신고자가 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신고를 해 우리가 여느 때처럼 출동했는데 그 시각에 목숨이 위급한 사람이 신고를 한다면 그건 큰 문제"라며 "혹여라도 운이 나빠 그런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 이송건수 전년대비 8.5%p 증가…8월 이송인원 가장 많아
국민안전처의 '소방행정자료 및 통계'에 의하면 2014년 구급활동 이송건수는 총 1631건으로 전년대비 8.5%p 증가했다.
월별 이송건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8월에 9.1%로 가장 많아 소방 대원들의 고생을 짐작케 했다.
출동유형을 보면 오인, 허위, 출동 중 취소 등 비정상출동이 전체의 10.5%나 차지했고 구급차가 현장에 출동 했다가 타 차량이용·환자없음 등으로 미이송한 경우는 전체 출동건수의 31.1%로 상당했다.
노원소방서에 근무 중인 C 소방교는 "무분별한 신고를 자제하는 내용으로 홍보가 필요하다"며 "상습 신고자들에게 과태료를 매긴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힘든 거 같아 무분별한 신고를 자제하는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사진제공=서울소방재난본부><사진제공=속초소방서>한 소방서의 지역대 구급차량에 부착된 '비응급환자 이송절감을 위한 대국민 홍보·안내문' <사진제공=홍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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