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스튬플레이 스타 레브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날을 기다리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8-04 07: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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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배우 꿈꾸다 '코스튬플레이 세계'에 빠져들어

매번 다른 캐릭터 고민·연기 '종합예술'

성(性)적으로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이 코스튬플레이 위촉시켜
△ 레브, 소품과 함께

(서울=포커스뉴스) "코스튬플레이는 종합예술이라고 생각해요."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알지스튜디오에 호러 어드벤처 게임 '화이트 데이' 캐릭터 '한소영' 복장을 입은 레브(본명 강수빈)가 등장했다. 레브는 '코스튬계 여신'으로 불리고 있는 코스튬플레이어다. 팬클럽을 보유한 코스튬플레이계 스타다.

코스튬플레이어 세계에 빠져든 지 올해로 10년 차. 이날 열여덟 소녀로 변신한 레브는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코스튬플레이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코스튬플레이는 과정부터 다 의미가 있어요. 캐릭터가 어떤 배경으로, 어떤 음악에서, 어떤 느낌을 가지고 있는지 상상하면 여행하는 기분이 느껴지죠. 그 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또 연기력도 필요해요. 매번 각기 다른 캐릭터를 고민하고 연기하는 거죠."


레브는 한때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배우지망생'이었다.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았다. 결과물만을 원하는 업계 생태계에 회의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 음악과 미술을 정말 좋아했어요. 그래서 뮤지컬 배우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뮤지컬 쪽은 결과물만 바라보는 시장이더라고요. 연기와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스트레스가 많았죠. 결국 관심도 없어졌죠."

그러다 '코스튬플레이'를 알게 됐다. 그는 학창시절 친했던 언니를 따라 찾은 서울코믹월드에서 코스튬플레이어들을 보고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호기심에 따라갔었는데 코스튬플레이가 재미있어 보이더라고요. 하나둘씩 '코스튬'을 사기 시작했어요. 어느새 10년이 지났네요."

반대가 심했다. 부모님이 강고한 반대에 부딪혔다. 하지만 코스튬플레이어 매력에 빠진 그는 결국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냈다. 주눅 들었던 마음이 풀리면서 당당하고 자신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다.

"부모님은 돈벌기 어려운 코스튬플레이 일을 하지 않기 바라셨죠. 돈 나가고 시간 낭비만 하는 것 같으니까 하지 말라 하셨죠. 하지만 뮤지컬 아카데미에 합격했음에도 배우 길을 포기하고 이쪽을 선택하겠다고 말씀드리니 '네가 갈 길이 이건가 보다'하면서 마음을 바꾸셨어요."

실제 코스튬플레이어는 고정수입이 없다. 게임 행사나 만화 축제에서 행사모델로 나서 건별로 받는 행사료가 수입의 전부다. 가끔 광고의뢰가 있지만 메인급 코스튬플레이어가 아니라면 이도 여의치 않다. 전문 코스튬플레이어의 경우 1개월에 100만~150만원 정도 버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찌보면 손해다. 코스튬플레이를 위한 의상 제작비로는 적게는 수십 수백에서 많게는 1000만원까지 소요된다. 기성품으로 해결되지 않는 중세 의상 부분은 개별 제작해야 한다. 한달 넘게 걸리는 일도 잦다.

그럼에도 코스튬플레이어들이 점차 늘고 있는 건 그만큼 매력적인 일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코스튬플레이는 아직 주류 문화로 보기 어렵다. 레브뿐 아니라 코스플레이어들에게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레브는 "코스튬플레이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있죠. 플레이어들의 사진을 불법 도용하는 퇴폐유흥업소들의 행태 탓이라 생각해요"라고 얼굴을 찡그렸다.

"퇴폐유흥업소 홍보물에 코스튬플레이어 사진들이 무단 도용되는 탓에 아직 코스튬플레이를 성(性)적으로만 바라보시는 분들이 있는 것 같아요. 코스튬플레이를 하면서도 제일 마음 아픈 점이죠."

아직 한국에서 코스튬플레이 시장이 비즈니스 가치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도 안타깝다. 미국이나 일본 등은 코스튬플레이 시장이 하나의 비즈니스로 존중받고 있어 더욱 그렇다.

"한국 코스튬플레이 시장은 아직 성숙되지 못했어요. 미국이나 일본은 어느 정도 자리잡고 있죠. 코스튬플레이어가 일반 모델과 동등한 위치에 서 있거든요. 또 중국 같은 경우에는 코스튬플레이어가 연예계까지 진출하는 경우도 있어요."



레브는 코스튬플레이에 대한 사회 인식이 조금더 성숙했으면 하는 마음이다. 하나의 문화로 인식해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진지하게 작업하는 코스튬플레이어를 위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코스튬플레이어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어요. 얼마나 코스튬을 만들기 위해 공을 들이는지, 얼마큼 꼼꼼하게 옷을 만드는지를 알아봐 주셨으면 좋겠어요. 진지하게 임하는 만큼 언젠간 코스튬플레이가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잡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3일 오전 서울 도봉구 RZ COS 스튜디오에서 코스튬 플레이어 레브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3 김유근 기자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RZ COS 스튜디오에서 코스튬 플레이어 레브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3 김유근 기자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RZ COS 스튜디오에서 코스튬 플레이어 레브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3 김유근 기자 3일 오전 서울 도봉구 RZ COS 스튜디오에서 코스튬 플레이어 레브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8.03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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