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돈 위해선 무슨일이든? 창작자 본질 모욕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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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서든어택2'는 게임사에 남을 명작(名作)은 아니다. 각종 버그와 전작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것이 없는 게임 구성, 기대에 못 미친 서비스는 300억 개발비와는 어울리지 않게 확실히 거칠고 엉성했다.
특히 핫팬츠에 깊게 파인 브라톱으로 주요 부위만 간신히 가린 여성 '전사'(?)의 이미지는 이 게임이 FPS(총싸움) 장르인지, 미연시(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넥슨의 결정대로 '접을 만한 게임' 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서든어택2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았어야 할 문화콘텐츠였다. 100여명의 개발진이 4년동안 밤낮없이 열심히 일해 내놓은 종합 창작물로서 좋고 나쁘고의 기호와 성향을 떠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측면에서 마땅히 존중을 받았어야 했다. '싫다', '재미없다'는 평가를 받을 순 있어도 선정적이라는 굴레를 씌워 무조건 불온시하고 배척해서는 안될 일이었다. 실제 민주주의 국가에서 표현의 자유는 실질적인 위협이 없는 한 침해받지 않는 권리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서든어택2의 선정성 시비에서 최우선적으로 지켜야 할 개발자들의 권리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게임 개발자도 심의와 검열의 두려움에서 보호받아야할 엄연한 창작자였지만 '선정성'이란 단어에 '문화의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 같은 감성적 언급은 철저히 배제됐다. 심지어 진보적 언론 매체들조차 이를 보도하지 않았다.
개발자들의 말할 권리는 마녀사냥식의 아주 폭력적인 방법으로 제한되기도 했다. 서든어택2의 개발자들은 게임의 차별성보다는 선정적 효과만을 노려 개발했다는 '토끼몰이'식 온라인 여론재판속에 그 어떤 변명의 기회도 없이 도덕적으로 사망 선고를 받았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서든어택2라는 결과물 하나를 위해 몇 년을 바친 개발자들의 노력은 안중에도 없었던 것이다.
사실 서든어택2 출시전부터 언론은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주식 대박 의혹' 사건으로 국민들이 한창 예민해진 상태에서 개발자들을 모욕하고 희롱하는 말들을 쏟아냈다.
"김정주 회장이 목돈을 주지 않자 1세대 개발자들이 대거 이탈했다", "돈을 만진 개발자들이 개발을 거부하고 좀 더 쉽고 편한 운영업무를 맡기를 원했다", "개발자들이 인센티브를 위해 현질(현금 구매를 뜻하는 인터넷 속어)을 유도하는 시스템 개발에만 몰두했다" 등의 자극적인 소문들을 고스란히 옮겼다. 이미 넥슨의 개발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이든 할 부류가 되고 만 셈이다. 게임 하나를 위해 몇 년을 바친 개발자들에겐 이런 말들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됐는지는 가늠할 수조차 없다.
흔히 창작의 고통은 산통과 비견된다고 한다. 모진 고통 끝에 작품을 낳는 개발자들에게 23일만에 갑작스런 서비스 종료는 마치 자기 자식을 도둑맞는 일과 다름없다. 서든어택2 개발자들이 곧 피를 토하고 죽을 사람처럼 이번 일을 억울해 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
물론 게임업계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한계와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게임 그래픽기술이 얼마나 발전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하기 힘들기 때문에 선정성 시비가 만화와 영화처럼 시간이 흐르면 극복될 만한 것인지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선정성 논란을 일으킨 1990년대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와 장선우의 '거짓말'이후 관련시장 전체가 침체되고 작가들의 창작의욕이 크게 위축됐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다. 넥슨인들이 이번 일을 훌훌 털고 다시 일어서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공지 <사진제공=넥슨> 2016.07.29 지봉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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