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행', 관객에게 추억이 되는 영화가 됐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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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포토] 포즈 취하는 연상호 감독 |
*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서울=포커스뉴스) 왜 연상호 감독은 좀비 실사영화 '부산행'의 메가폰을 잡게 됐을까. 가장 궁금한 점이었다. 솔직히 연상호 감독의 전작을 속 편히 본 적이 없다. '돼지의 왕'을 보고 난 날에는 잠을 이루기 힘들 정도였다.
인간의 밑바닥을 발가벗긴 작품을 마주하는 게 편할 리 없었다. 그런 연상호 감독이 100억 이상 규모 영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한국영화에서 최초로 시도되는 본격 좀비영화다. 근본적인 궁금증이 앞서지 않을 수 없었다.
-좀비라는 소재가 한국영화에서 전면으로 부각된 상업작품은 처음이다. 어떻게 시도하게 됐나.
▲"애니메이션 '서울역'을 작업하고 있을 때 제작사 NEW에게 제안을 받았어요. '서울역'을 실사영화로 만들어보면 어떻겠냐고요. 똑같은 영화를 두 번 만드는 게 싫더라고요. 그래서 '서울역' 이후 이야기를 해보는게 어떻겠냐고 다시 제안했죠. 좀비라는 소재가 이제는 대중들에게 많이 인식돼 있다고 생각했어요. '상업적인 기획으로 해도 되겠다' 싶었죠. 한 6개월 정도 시나리오 작업을 진행했어요. 제작사인 NEW에서도 충분히 지지를 해줬죠. 사실 지금 정도의 결과를 상상하진 못했어요. 3·400만 정도 관객수를 예상했죠."
-'부산행'은 '서울역'의 다음 상황의 이야기다. 하지만 배급 순서는 '부산행'이 먼저다. 오는 8월18일 개봉이 예정된 애니메이션 '서울역'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펼쳐지나.
▲"아무래도 '부산행'의 사이즈가 크다보니, 배급 이슈에서 개봉 순서가 결정됐어요. '부산행'이 '서울역'의 다음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사실 옴니버스 성향이 더 강할 것 같아요. '서울역'은 바이러스의 원인을 설명하기보다는, 다른 공간에서 더 앞선 시간에 벌어지는 이야기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부산행'을 보면서 가졌던 의문은 바이러스가 퍼진 이유였다. 석우(공유 분)와 김대리가 통화할 때, 거대 기업의 횡포가 언급되긴 한다. 연상호 감독이 줄 수 있는 정확한 답이 있을 것 같다.
▲"제가 생각할 때, 바이러스가 퍼진 이유는 미지로 남겨 놓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부산행'이 클래식한 좀비영화가 되길 바랐어요. 호러 장르의 클래식으로 꼽히는 작품 중 '살아 있는 시체들의 밤'(1968년)이 있어요. 조지 로메로 감독의 작품입니다. 그 감독님이 한 얘기를 말씀드리고 싶어요. '나는 좀비가 어디서 왔는지, 왜 나타났는지 관심이 없다.' 좀비의 탄생 배경을 알 수 없다는 미지의 상황이 주는 공포 속 인간 군상의 모습이 좀비 영화의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재미없다고 느꼈어요. 특별한 건 아니고요. 원래 좀비영화가 그렇잖아요."
-한국영화에서 처음 접하는 좀비영화다. 좀비의 움직임과 무리지어 등장하는 장면 등이 리얼하게 담긴 것 같다.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준비했나.
▲"여러 기법이 섞여 있어요. 정말 각 팀에서 머리를 짜냈죠. 더미같은 것도 쓰고, 실제 배우도 쓰고, 컴퓨터그래픽(CG)를 덧대기도 하고요. 하나로는 생각한 장면을 만들 수 없어서 몇 가지 요소를 결합해서 나온 장면이에요. 좀비 움직임은 박재인 안무가의 힘이 컸죠. 박재인 안무가의 조교로 있는 분이 '본브레이킹'이라는 춤을 춰요. 뼈의 관절을 어긋나게 해서 추는 춤이에요. 그분이 가르쳐주시기도 했고, 어려운 대목에서는 직접 출연하시기도 했어요. 처음 감염된 KTX 여승무원 역의 오두임씨는 두 달 넘게 연습한 것 같아요. 이후에 좀비 특공대로 50여 명의 사람을 오디션을 통해 뽑았어요."
-좀비 오디션에서는 어떤 점을 중요하게 봤나.
▲"본인이 생각하는 좀비 연기는 뭔지, 어떤 표정을 짓는지를 중심으로 오디션을 봤어요. 연령과 성별을 나눠서 트레이닝 시켰어요.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들여 좀비 특공대가 완성된 것 같습니다."
-좀비에게 처음으로 희생되는 칸에 있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었다. 그리고 '부산행'이 담고 있는 메시지 중 하나는 어른들의 이기심이다. 그런 면에서 일부 관객들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굵직굵직한 재난영화들이 꽤 있었죠. 개인적으로 '부산행'에 특정사건을 병치시키고 싶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부산행'을 보는 관객들이 한국에서 일어나는 재난사건을 떠올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었어요. 특정사건을 옮기기보다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재난상황에 대한 보편적인 대처가 담겨 있지 않나 싶네요."
-'돼지의 왕', '사이비'는 인간의 본성을 발가벗긴 것같은 측면이 강했다. 상업영화를 한다고 했을 때 전작에서 보여준 색깔은 영향이 없었나.
▲"'돼지의 왕'이랑 '사이비' 때는 관객에게 그런 말도 들었어요. '왜 내돈주고 고문받냐'고요.(웃음) 전작에서는 사회를 보는 제 시각을 강하게 부각했다면, '부산행'은 당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지금이 아닌 앞으로의 이야기죠. '앞으로 이렇게 해야 하지 않겠냐'라고요. 사회적인 시각보다는 군중심리를 묘사하는데 더 초점을 뒀어요. 결국, 악을 완성시켜주는 건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공포심과 혐오라는 점이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첫 실사영화다. '부산행'을 바라보는 마음이 남다를 것 같다. '부산행'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영화를 보시는 동안 재미있게 보셨으면 좋겠다. 그냥 이 생각 같아요. 조금 더 바라자면, 함께 영화를 보러 오신 분과 재미있게 보시고, 돌아가는 길에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셨으면 좋겠어요. 저에게 좋은 영화, 마음에 남는 영화로 남아 있는 작품들은 그런 지점 때문이거든요. 돌아가는 길 위에 남는 말들이 영화가 줄 수 있는 좋은 추억인 것 같아요."(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애니메이션 작품 '서울역' 포스터. <사진제공=NEW>영화 '부산행' 촬영 현장 이미지. <사진제공=NEW>'부산행' 촬영 현장의 연상호 감독. <사진제공=NEW>(서울=포커스뉴스)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부산행'의 연상호 감독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7.26 김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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