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욱 사건으로 본 '무고죄'…성범죄 17% 무혐의·무고 엄벌 추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7-27 15:3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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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에서 '무고' 피해자 된 이진욱과 박유천

무고 끊이지 않는 원인은 '가벼운 처벌'

검찰 "무고죄는 수사력 낭비, 법질서 저해 중대 범죄"

법원, 무고죄 처벌 강화하는 추세
△ 성폭행 혐의 피소...이진욱

(서울=포커스뉴스) "상대방이 무고를 정말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 무고는 정말 큰 죄다"

경찰에 출두하면서 이런 말을 했던 배우 이진욱(35). 그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A씨가 "강제성이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하면서 이씨의 사건은 일단락돼가는 분위기다. 경찰은 A씨의 무고 동기에 대해 조사한 뒤 형사처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무고(誣告)는 사실이 아닌 일을 거짓으로 꾸며 고소하거나 고발하는 일을 말한다. 엄연한 범죄다.

이 씨의 성폭행 의혹 사건에 앞서 배우 겸 가수 박유천(30)씨도 다수의 여성을 성폭행했다는 혐의로 구설에 올랐다. 결국 이 사건은 성폭행은 '무혐의', 성매매와 사기는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성폭행 무혐의로 일부 여성들은 무고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최근 무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성범죄' 사건은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려운 데다 피해자인 여성의 진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어 '개인적 곤경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수단'이나 '아니면 말고'식으로 무고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7일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8년 3377건이었던 무고 범죄는 2011년 4374건, 2014년 4859건으로 약 6년 사이 1500여건이나 증가했다. 2005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3000건을 넘었고 2011년 이후에는 4000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다.

성범죄와 관련된 무고도 상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2014년 기준, 강간·강제추행 등이 포함된 성폭력 범죄는 총 2만9863건인데 이 중 '혐의없음' 처분이 내려진 사건은 4993건이나 됐다. 비율로 따졌을 때 16.7%를 차지하는 수치다.

의정부지방검찰청, 전주지방검찰청, 대구지방검찰청, 서울북부지방검찰청 등은 2014년부터 성폭력을 포함한 무고사범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검찰 관계자는 "사법질서 훼손에 대한 인식이나 죄의식 없이 단지 경제적 이유나 개인적 악감정에 보복을 목적으로 허위 신고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무고는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할 뿐 아니라 수사력을 낭비시키고 사법질서를 저해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라고 지적했다.

무고 범죄가 끊이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범죄에 비해 형량이 가볍다는 지적이 있다. 무고죄는 형법 156조에 따라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의 사실을 경찰서나 검찰청 등의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게 신고함으로써 성립하는 범죄다. 무고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10년 이하 징역이나 15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럼에도 수사 중간 단계에서 자백하는 등 감경요소들도 상당해 무겁게 처벌받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수도권의 한 검사는 "무고로 적발되더라도 재판 또는 징계처분이 확정되기 전에 자백하면 감경 또는 면제 처분을 받게 된다"면서 "집행유예나 벌금 등 가벼운 처분만 내려지다보니 무고 사례가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최근 법원은 무고죄를 엄벌하는 추세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세모자 사건'이 그랬다. 이모(45‧여)씨는 2014년 9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남편과 시아버지 등 44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며 36차례에 걸쳐 수사기관 11곳에 허위 고소를 했다. 10대인 두 아들에게는 성 범죄 관련 내용을 주입해 허위 진술을 하게 만드는 등 정서적 학대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무고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무고죄로는 이례적인 중형(重刑)이다.

2012년 9월 식당에서 아르바이트 하던 여성 A씨는 손님으로 온 B씨를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함께 술을 마시고 잠자리도 가졌지만 B씨가 결혼할 생각이 없다고 말하자 A씨는 "성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과정에서 A씨의 무고가 드러났고 법원은 A씨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무고한 사람이 강간죄로 고소당하게 되면 사건이 해결될 때까지 엄청난 정신적 고통과 공포에 시달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강원도에 거주하는 C씨는 2013년 D씨로부터 얼굴과 머리를 수십회 맞아 치아가 망가졌다며 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조사결과 C씨의 고소내용은 허위사실로 드러났고 무고죄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다. 1심 법원은 C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반면 성폭력 범죄와 피해자 특성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성폭력 피해 고소를 무조건 무고로 인지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장다혜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사기관의 무고 단속은 피해자에게 '무고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증가시킬 수 있다"며 "암수율(피해자 미신고 등으로 입건되지 않은 사건비율)이 높은 성폭력 범죄의 신고율을 낮추는 방향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서울=포커스뉴스) 성폭행 혐의로 피소된 배우 이진욱이 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출석 전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6.07.17 이승배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7일 대검찰청 범죄분석에 따르면 2008년 3377건이었던 무고 범죄는 2011년 4374건, 2014년 4859건으로 약 6년 사이 1500여건이나 증가했다. 2016.07.27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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