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예술가 및 디자이너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 도입 검토
긍정적 측면 많지만 단기간 자금 유입되는 만큼 이에 따른 관리 이뤄져야…
(서울=포커스뉴스) 서울시가 지난 25일 용산구 해방촌 오거리 일대 신흥시장을 '아트마켓'으로 조성키로 한 가운데, 일대 도입되는 신규 도시재생 모델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용산구 용산동2가 1-480 일대 33만2000㎡ 규모의 해방촌 신흥시장은 서울시가 도시재생활성화지역으로 선정한 곳 중 한 곳이다.
지난 1969년 12월 개설된 신흥시장은 1970~1980년대 니트(편직) 산업이 활발해지면서 수많은 인파로 번성했지만, 이후 지역산업이 쇠퇴하고 시설이 노후화돼 지금은 명맥만 유지되고 있다.
시는 이곳을 기존 산업기반이었던 니트 산업을 재조명하고, 청년 중심의 예술공방을 접목해 도시재생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종전의 철거 및 개발 개념 위주의 정비사업에서 벗어나 재래시장의 활성화를 통한 도시재생 모델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신흥시장 활성화는 해방촌 도시재생 주민협의체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마중물 사업 8개 중 하나다. 나머지 7개는 △공방·니트산업 특성화 지원 △해방촌 테마가로 조성 △안전 생활환경 조성 △녹색마을 만들기 지원 △주민역량 강화 지원 △마을공동체 규약 마련 △주민공동이용시설 조성이다.
시는 신흥시장 환경개선에 10억원의 예산을 투입, 내년 초까지 사업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세부적으로 시는 하늘이 보이는 시장을 만들기 위해 일대 낡은 슬레이트 지붕을 걷어낼 예정이다. 또 도로 포장, 배수시설 정비, 이벤트·휴식 공간 조성, 디자인 간판, 조명, CCTV 설치에 나선다.
시장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도 논의 중에 있다. 시장 내 빈 점포를 예술공방, 청년 창업공간 등 앵커공간으로 조성, 예술과 젊음의 분위기를 시장에 불어넣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해방촌 지역 내 젊은 예술인과 디자이너, 현재 소수업체만이 남아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니트 산업 종사자 등에게 시장 공간을 저렴하게 임대해주고, 이들이 재능기부 등을 통해 시장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과 운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때 서울시는 건물주에 최대 3000만원의 리모델링비를 지원하는 대신 5년 이상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서울형 장기안심상가' 도입도 검토하고 있다. 시장 재생에 참여하는 이들이 상권을 활성화시켜놓고 내쫓기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다.
박원순 시장은 "해방촌 일대는 최근 젊은층 사이에서 각광받는 장소가 됐지만, 여전히 노후 저층 주거지가 많아 정비사업이 시급하다"며 "의견을 다양하게 수렴해 주민 중심의 도시재생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소영 국토연구원 도시재생실증연구단 박사는 "서울시가 이번 신흥시장 일대에 시도하는 지역 상생형 도시재생 모델은, 기존 기반시설 및 거주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도시 활성화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많은 개발모델로 보여진다"며 "기존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방향에서 소프트웨어를 접목·통합하는 방식의 정비라는 점도 바람직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비교적 면적이 좁은 지역에 갑작스레 지자체의 예산이 투입되면,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업 주체 간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 원주민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 추진에 대한 시의 꼼꼼한 검토가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신흥시장 일대 도시재생 사업 구상도. <자료=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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