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준비하는 시중은행들, 올해는 분명 위기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7-26 07:5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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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뉴스 창간1주년 특집] 인터넷전문은행 출현, 업계 판도 바꾼다

초저금리 시대 도래, 은행에 편중된 수익 구조 '경고등'

고비용, 저생산성 구조 개혁 절실
△ [그래픽] 경제_은행 국민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시티은행

저금리 기조 속 기업 구조조정이 속도를 내면서 금리에 기반한 금융권의 수익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혁명과 디지털 금융으로의 전환도 금융생태계 지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면서 금융업계는 그간의 사업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 특히, 올 연말 혹은 내년 초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기존 은행들의 전 사업영역을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계속되는 불완전판매와 보험사기, 보험금지급 분쟁 등으로 금융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인 고객의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보험사들은 떨어진 고객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카드사들은 수익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시장점유율이 공고화된 상황에서 하위 주자들은 부수업무를 활용해 틈새시장 구축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커스뉴스는 창간 1주년을 맞이해 우리 금융업계의 현실을 들여다보고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서울=포커스뉴스) 상반기 기업구조조정에서 한시름을 덜은 은행들이 미래 생존 전략에 올인(all in)하고 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이 단행되고 희망퇴직·점포 통폐합으로 인한 비용 감축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 이같은 은행들의 움직임은 현재보다는 다가올 미래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상 가능한 위기가 실제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 금융지주 수익, 은행에 편중…수익 모델 다변화 '절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전년 대비 각각 13.3%, 20.1% 증가한 1조4548억원, 1조1254억원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KB금융은 은행 이익이 7432억원으로 전체 순익의 65%를, 신한금융은 은행 순익이 9698억원으로 67%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나금융은 상반기 당기순이익 7900억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은 순익의 대부분은 은행(7990억원)에서 나왔다. 하나카드를 제외한 하나금융투자, 하나생명, 하나저축은행 등 계열사들은 전년 대비 반토막난 순익을 기록했다.

대부분 금융지주사의 순익이 은행에 치중되고 효율적인 자산관리를 못하면서 ROA, ROE는 여전히 세계 10대 은행의 평균에 절반에 못 미쳤다.

신한금융의 지난 상반기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9.84%와 0.79%였고, KB금융의 ROE는 지난해 같은 기간(6.77%) 보다 1.0%포인트 증가한 7.77%, ROA는 지난해 같은 기간(0.61%)보다 0.07%포인트 오른 0.68%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은행의 ROA는 0.43%로, 전 세계 10대 은행의 ROA(1.05%)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대출에 기댄 은행들의 이자이익보다는 투자은행(IB) 성과 등 비이자이익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한도를 모르고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은 분명 끝이 있게 마련이란 지적이다.

◆밀린 숙제 해결, 체질 개선 시급

상반기 기준 순이익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45.1%를 기록한 우리은행이었다. 우리은행은 올해 상반기 7503억원을 벌어들여 지난해 상반기(5169억원)보다 2334억원 늘었다.

우리은행의 순익 호조는 민영화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실적 호조는 주가 부양으로 연결되고 이는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을 비싼 값에 팔 수 있게 돼 적극적인 자세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은행은 올해 5번째 민영화에 도전한다. 순익 호조와 견조한 주가 및 전문가들의 긍정적 의견은 우리은행 매각에 좋은 분위기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앞선 4번의 실패는 무엇보다 정부의 민영화 의지가 약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우리은행의 민영화는 이광구 행장의 연임과도 관련이 깊다. 이광구 행장은 우리은행 민영화를 위해 임기를 3년에서 2년으로 줄인 바 있다. 비록 이 행장의 취임 이후 주가의 반등은 크지 않았지만 순익 개선엔 크게 이바지 해 연임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NH농협금융은 타 은행 대비 분명한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STX 등 조선·해운업 관련 거액의 대손비용 발생으로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농협중앙회장의 불법 선거는 농협에 대한 불신으로도 이어질 수 있는 실정이다.

김용환 농협금융 회장은 부실하게 운영돼온 리스크 관리 시스템 개선을 위해 2017년까지 여신심사 전문인력 5000명(개인 3500명, 기업 15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인수로 은행과 증권의 기업·투자금융 부문간 협업여건이 조성된 상황에서 은행에 치중된 수익 구조를 계열사 기업·투자금융 부문간 협업모델인 기업투자사업(CIB)으로 장기적인 순익 모델을 구축한다는 게 김회장의 목표다.

◆다가오는 디지털 영토 전쟁

빠르면 올 연말부터 영업을 시작하는 인터넷 전문은행이 금융업계에 '메기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미꾸라지 어항에 메기를 한 마리를 넣으면 미꾸라지들이 메기를 피해 빠르게 움직이면서 전체적으로 생기가 생겨난다는 뜻의 메기효과는 점포 중심의 우리나라 은행들의 수익 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올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로부터 예비인가를 받은 K뱅크와 카카오은행은 현재 전산시스템 구축중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모바일과 핀테크(금융+기술) 환경에서 저비용으로 시중은행 대비 저렴한 이자 등 여러 혜택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자리를 잡기엔 2~3년이 걸릴 것이란 의견도 나오지만 은행들은 단 한명의 고객도 잃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미 시중은행들은 인터넷전문은행과 유사한 모바일뱅크를 속속 출시하면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엔 중금리 대출 상품도 내놓으면서 인터넷전문은행과 경쟁할 준비를 마쳤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시중은행들이 하지 못하는 경쟁적인 상품을 내놓을 경우 시장 판세를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기존 충성 고객들을 잡아 두기 위해 통합멤버십 제도도 운영중이지만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실질적인 금전적 혜택을 줄 경우 대규모 고객 이동이 일어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전 회장은 "금융 서비스(banking)는 필요하지만 은행(bank)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고객들이 예금을 찾을 때 비싼 수수료를 내지 않고, 대출을 받기 위해 예금에 가입해야 하는 등의 행위가 필요치 않은 인터넷전문은행의 등장은 분명 은행에 큰 위기로 다가올 것이다. 제 아무리 충성고객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그래픽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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