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유미’스럽다는 것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7-24 08: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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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행' 속 저를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 너무 궁금해"

"내가 서 있을 곳, 이제야 그곳을 알게 된 것 같아요"

(서울=포커스뉴스) “제가 정리해 드릴게요. 다양한 기회를 갖기 위해서 지금 열심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정유미가 앞으로의 계획을 장난기섞인 말투로 또박또박 말했다. 틀에 박힌 말에, ‘정유미스럽지 않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정말 솔직히 말하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어떤 배우인지도 모르겠고. 근데 생각 안 하려고요.” 고쳐 말했다. 참, ‘정유미스럽다’는 의미를 스스로 잘 알고 있는 그다.

정유미는 영화 ‘부산행’에서 성경 역을 맡았다. 성경은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퍼진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남편 상화(마동석 분)와 부산행 KTX 열차에 오르는 임산부다.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2012년), ‘연애의 발견’(2014년), 영화 ‘내 깡패같은 애인’(2010년), 그리고 최근 ‘히말라야’(2015년)까지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인 배우다. 임산부 정유미라니, 보기 전까진 잘 매칭이 되지 않았다.

“‘부산행’이라는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미리 알고 있었어요. 공유 오빠가 먼저 캐스팅된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런데 저에게까지 시나리오가 올 줄 생각도 못 하고 있었어요. ‘이게 왜 나한테까지 왔어?’라며 읽어봤죠. 재미있더라고요. 제가 좀비 영화에 관심이 없는데도. 감독님이 궁금해졌어요. 연상호 감독님을 뵈었는데, 참 기분이 좋더라고요. 나오자마자 ‘이거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유미는 ‘부산행’에서 마동석과 부부 연기를 펼쳤다. 임산부인 정유미도, 마동석의 아내인 정유미도 잘 상상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정유미는 참 태연히도 “여러 배우와 호흡을 맞추면서, 누구랑 해도 잘 어울린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걱정은 안 했어요. 기대됐죠”라고 말한다.

마동석과의 작업은 즐거웠다. 마동석은 ‘부산행’에서 같은 장면의 촬영 횟수가 길어지면 즉흥 애드리브로 변화를 주기도 했다. 상화가 성경의 임신한 배를 가리키며 “내가 만든 거야”라고 말하는 것도 애드리브였다. “촬영 횟수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툭 내뱉는 대사가 생겨요. 그 대사가 없었으면, 제 표정도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지 못했을 것 같아요.”

정유미는 “‘부산행’이라는 작업에서 제가 한 켠에 있는 인물로 존재만 해도, 작업 자체가 흥미로울 거로 생각했거든요”라고 말했다. ‘배우로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이어지던 시점에 선택한 작업이었다. 관객들이 보게될 정유미의 모습이 유독 궁금해지는 이유기도 하다.


“대중이 저를 바라보는 것과 저에게 주어지는 것에 대한 차이가 상당히 컸어요. 거기에 휩쓸리다 보면 많은 작품에 출연할 수는 있었을지 몰라도, 똑바로 해낼 수는 없었을 것 같았어요. 기대하는 것을 했을 때 저도 좋을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작품을 선택하는 이유가 제 욕망인지 타인의 욕망인지 헷갈릴 때가 있더라고요. 중심이 흔들리면 힘들 것 같았어요.”

“그런데 ‘히말라야’ 때부터 제 욕망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런 거구나.’ 저를 원하는 사람이 저에게 역할을 주면, 전 거기에 제대로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거죠. 저라는 배우를 조금 더 똑바로 볼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연기를 잘해내고, 못해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제가 어디에 있는지를 보는 거죠.”

정유미는 김종관 감독의 단편영화 ‘폴라로이드 작동법’(2001년)으로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정지우 감독의 작품 ‘사랑니’(2005년), 김태용 감독의 작품 ‘가족의 탄생’(2006년) 등 좋은 감독들과 함께 작업할 기회를 얻었다. 단편영화로 데뷔해 차근차근 성장한 경우다. 정유미는 “얼떨결에 ‘슝’하고 ‘다다다닥’ 왔어요”라고 자신의 성장 과정을 표현했다.


“다행히 저를 알아주는 분들이 생기고, 배우로 만들어주셨잖아요. 그것도 감사할 일이죠. 너무 좋은 환경에서 다양한 작업을 했고, 또 ‘늘 그럴 수는 없구나’하고 깨달은 것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니 ‘히말라야’와 ‘부산행’을 만났을 때, 참 감사했죠. 그리고 지금은 두려운 게 생기기도 했고, 반대로 설레기도 한 것 같아요. 배우인 저를 인정하게 된 것 같아요.”

정유미의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정유미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저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어요”라며 팔을 걷어 올린다.

“치명적인 멜로도 하고 싶고요. 액션도 하고 싶어요. ‘매드맥스’ 같은 작품, 너무 멋있잖아요. 저는 자신 있어요. 다 할 수 있어요. 안 시켜주셔서 그렇지.(웃음) ‘부산행’을 통해서 저는 좀 더 유연해진 것 같아요. 자신감도 생겼고요. 맡겨만 주세요.”'부산행'에서 열연한 배우 정유미가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NEW>정유미와 마동석이 열연 중인 영화 '부산행' 스틸컷. <사진제공=NEW>'부산행'에서 열연한 배우 정유미가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NEW>'부산행'에서 열연한 배우 정유미가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NEW>'부산행'에서 열연한 배우 정유미가 포커스뉴스와의 인터뷰를 앞두고 사진 촬영에 임하고 있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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