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약점만 노출"…인터뷰 거부 불신 드러내
명찰로 성주주민 '인증'…전문 시위꾼 논란 경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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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주군민, 사드 배치 반대 상경집회 |
(서울=포커스뉴스) "덥고 안 덥고가 문제냐. 지금이 물불 가릴 때냐"
21일 오후 2시.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서울 한복판 서울역 광장에서 만난 한 성주주민은 "왜 하루 중 가장 더운 시간에 집회를 여나"는 기자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서울 낮 최고기온은 32도를 기록했다.
그늘 한 점 없는 광장 아래, 온몸으로 뜨거운 열기를 받고 서 있는 이들의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HAD) 배치에 반대하는 성주 주민 2000여명이 21일 오전 상경해 서울역 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참가자들은 '사드배치 결사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사드 가고 평화 와라"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김안수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회 공동위원장의 투쟁사 낭독에 이어 김항곤 성주군수와 배재만 성주군의회 의장의 삭발식, 그리고 X표가 그려진 마스크를 이용한 침묵시위 순으로 이어졌다.
시낭송과 대국민 호소문 발표도 있었다. 폭력 행위는 없었고 집회는 마지막까지 평화적으로 진행됐다.
사드배치철회성주투쟁위원회는 집회 현장에서 '사드배치 결사반대 10만 청원운동' 유인물을 나눠줬다. 안건 내용은 다음달 14일까지 사드 배치 결정을 철회한다는 내용이었다.
◆ "언론이 약점만 노출한다"…인터뷰 거부하며 불신 드러내
집회에서 만난 성주 주민들 대부분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꺼렸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성주 주민은 "언론과 얘기해봤자 약점만 골라내 노출한다. 발언을 왜곡하고 순식간에 빨갱이로 몰아간다. 자체적으로 언론 인터뷰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며 언론을 향한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기자의 질문에도 좀처럼 대답이 없던 한 주민은 "목에 걸고 있는 명찰 안에 'Clean 성주'는 누가 만든 거냐"는 물음에 "성주군이 원래부터 내세우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깨끗한 성주, 친환경 농촌이란 의미다"고 친절히 설명했다.
성주 주민 박모씨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과 관련해 "뭐든 국산이 외국산보다 좋지 않나. 사드도 마찬가지다"면서 "방어체계가 꼭 필요하다면 국산 무기를 써서 국내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데 미국의 일방적 요구로 너무나 쉽게 배치 결정이 내려졌다"고 꼬집었다.
주민 성모(57)씨는 "왜 주말이 아닌 평일에 상경집회를 벌였는가"란 기자의 질문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하지 않은가. 하루라도 빨리 와서 성주 군민의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우리에겐 생존이 달린 시급한 문제다"고 호소했다.
◆ 명찰로 성주주민 '인증'…전문 시위꾼 논란 경계
집회 현장에서 '전문 시위꾼' 논란을 경계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가 성주군청을 방문한 이후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등 일각에선 "정상적인 주민 의견 표출과 외부 세력 폭력을 구별돼야 한다. 직업적 전문 시위꾼의 폭력행위를 엄단해야 한다"는 식의 문제 제기를 한 바 있다.
이에 대응해 집회 참가자들은 성주 주민에게만 배포된 파란 리본을 가슴에 달았다. 또 본인이 사는 지역과 이름을 적어 넣은 명찰을 목에 걸었다. '가천면 OOO(이름)'과 같은 식이었다. '외부 세력'이 아닌 '성주 주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집회가 시작한 지 2시간여 만인 오후 4시 행사는 끝났다.
참가자들은 자체적으로 '질서유치인'이란 명찰을 단 인원을 배치했다.100ℓ 들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음료수 병 등 주변 쓰레기들을 담았다. 본인들이 가져온 유인물과 태극기 등도 꼼꼼히 수거했다.
이날 다행히 안전사고는 없었다. 집회 장소 좌측 도로에는 성주시의 요청으로 사설응급환자이송업체 네오메딕 측 구급차와 구급요원 2명과 성주 지역병원 자원간호봉사자 1명 등이 대기했다.(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 2천여 명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김항곤 성주군수가 발언을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배재만 성주군의장이 상경집회에 참가해 삭발식을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 2천여 명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 2천여 명이 대규모 상경집회를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 2천여 명이 대규모 상경집회에 참가해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16.07.21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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