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의 일탈" vs "검찰 조직 문제"
"檢 견제 조직·가혹한 내부 비판 필요"
![]() |
△ 질문 답하는 진경준 |
(서울=포커스뉴스) 진경준 검사장이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 (넥슨 지주회사) 대표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 출신 국회의원들이 검찰 개혁에 목소리를 높였다.
논란의 중심에 선 진경준 검사장이 의혹을 일부 시인한데다 18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이 본인의 처가의 부동산을 NXC의 자회사인 넥슨코리아에 거액에 매각했다는 의혹에 휩싸이면서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검찰 출신 의원들 "검찰 신뢰 무너졌다"
율사 출신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추락한 검찰의 신뢰성에 개탄하는 한편 엄격한 처벌을 요구했다.
변호사 출신인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사법연수원 18기)은 이날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검사장 자리까지 올라간 사람이 도덕적으로 타락했는지 의아하다"라며 탄식했다.
이어 "청와대 우병우 민정수석도 이번 일에 연루 됐단 의혹이 있는 만큼 엄중하게 수사하고 처벌해야 한다.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현웅 법무부장관도 사퇴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인천·부산지검 검사를 지낸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18기) 역시 "검찰 출신인 만큼 검찰에 상당한 신뢰가 있었는데 이번 일로 신뢰가 흔들렸다"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송 의원은 "진경준 검사가 엘리트인데다 나름 신망을 받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의외였다"며 "아직 검사들을 신뢰하고 있는 만큼 진 검사 외에 다른 검사가 유사한 일을 벌였을 거라 생각하진 않지만 충격적이다"라고 말했다.
여상규 새누리당 의원(10기) 역시 "현직 검사장으로 있으면서 그런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며 "재물에 집착한다면 변호사를 해야지, 검사로서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여 의원은 서울지방법원·서울고등법원 판사를 지냈다.
◆ "개인의 일탈" vs "검찰 조직 문제"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두고 검찰 출신 의원들 대부분은 검찰 조직 전반의 문제라기보단 개인의 일탈이라 판단했다.
의정부지검·광주지검 해남지청·서울동부지검 검사를 지낸 주광덕 새누리당 의원(23기)은 "진경준 주식대박 사건이 조직 전반의 문제라면 대한민국은 썩은 것 그 이상이다"라며 "오랜 기간 동안 경제적 고통이 있어도 휴가 반납해가며 일하는 검사가 대부분이다"라고 설명했다.
여상규 의원 역시 "개인의 문제다"라며 "진경준 검사장과 넥슨 대표가 친구 사이가 아니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이 아닌 변호사 출신 인사는 다르게 진단했다. 검찰 조직 전반의 문제란 얘기다.
변호사 출신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35기)은 "개인의 도덕적 타락도 타락이지만 이런 사태를 감시 못한 검찰 조직도 문제다"라고 밝혔다.
그는 2012년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측근 등으로부터 10억원대 금품과 수사 무마 청탁을 받은 혐의의 부장검사를 예로 들며 "조금만 관심을 갖고 들여다 보면 금품 수사 비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계좌를 통해 돈을 주고 받았다"며 "그만큼 누군가가 검찰을 수사할 거란 생각을 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라 말했다.
이어 "검찰 내부의 그런 분위기와 진경준 사태에서 볼 수 있는 액수를 봤을 때 검찰 조직은 드러난 것보다 더 부패했을 가능성도 있다"라고 지적했다.
개인의 일탈, 검찰 조직의 문제를 넘어 달라진 사회 현상도 한 몫 했다.
송기헌 의원은 "검찰 자체의 문제라기보단 사회·정치적으로 자본이 너무 큰 가치로 자리잡았다"며 "그렇다 보니 검찰도, 법조인들도 자부심 보단 돈을 좇는 사회로 바뀌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무부 감찰관실에서 검사들의 재산등록현황을 면밀히 파악 했다면 이런 일은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라며 "검사들의 재산 등록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 "검찰 견제 조직 있어야…가혹할 정도의 내부 비판 필요"
진경준 주식대박 사건과 같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검찰을 견제하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고 의원들은 주장했다.
변호사 출신인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20기)은 "검찰을 견제할 대상이 없으니 검찰 비리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다"라며 "공직자비리수사처처럼 검찰 비리를 수사할 수 있는 외부 조직을 만드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정성호 의원 역시 "검찰이 과도한 권한을 갖고 있고 통제받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진 검사장의 개인적인 일탈, 도덕성의 결함으로 비롯된 문제일 수 있겠지만 이런 일을 방지하기 위해선 검찰의 권한을 통제하는 견제 장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다른 조직의 견제를 받는 것에 앞서 검찰 조직 자체에서 비판의 소릴 높여야 한단 주장도 있었다.
송기헌 의원은 "의혹이 제기 되면 의혹이 제기 됐단 것만으로도 문제의식을 갖고 가혹할 정도로 검찰 내부를 비판해야 한다"며 "검찰이 스스로 먼저 과하다 싶을 정도로 앞장서서 변화 돼야 한다. 그런 변화가 검찰 전체를 살리는 길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날 여야는 너나할 것 없이 진 검사장에 대한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김현아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부정·부패를 척결해 사회 정의를 세워가야 하는 검찰이 거꾸로 지위를 악용해 부정을 저지르고 치부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공직자로서의 기본을 망각한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법무부 장관의 대국민사과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장관과 검찰총장의 사퇴를 거론할 사안"이라 했으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청와대와 검찰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며 전면 개각을 요구했다.
한편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2005년 4억2500만원으로 넥슨 주식 1만 주를 사들였다가 이듬해 10억원을 받고 넥슨에 되팔았다. 진 검사장은 그 돈으로 다시 주식을 산 후 지난해 126억여원에 팔아 120억원 상당의 차익을 거뒀다. 또 2008년에는 넥슨 법인 차량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처남 명의로 넘겨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주식 대박' 논란에 휩싸인 진경준 검사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6.07.14 김인철 기자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윤리위원회 전체회의에 여상규 위원장이 참석하고 있다. 2015.12.30 박동욱 기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소위원회에 참석한 주광덕 소위원장이 자리에 앉고 있다. 2016.07.18 박동욱 기자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보수단체 불법자금지원 의혹규명 진상조사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불법자금지원 의혹규명 진상조사 TF 3차 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2016.05.10 강진형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