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관 상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 사실상 안지켜
2016년 전 세계 보험 소비자만족도 30위로 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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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당신의 불안을 안심으로.' '인생의 믿음직한 파트너가 되겠다.'
국내 보험사들이 가입자의 긴 인생을 보장해줄 것처럼 광고하지만, 사실상 갖은 명목으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거나 약속했던 보험금보다 덜 주는 사례가 빈번하다.
이러다 보니 국내 보험사의 소비자만족도는 조사 30개국 중 '꼴찌'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소비자단체 및 가입자 권익 보호 단체에서는 보험사가 약관 내용을 지키지 않거나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5일 보험업계는 보험금 미지급과 과소 지급액 건수가 금융감독당국 조사로 계속 드러나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동부생명 등 일부 보험사는 일반암으로 분류됐던 암들이 소액암(갑상선·상피내·기타피부암, 경계성종양 등)으로 분류됨에 따라 일반암 보험금 대신 소액암 보험금을 지급했다. 보험금은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 지침서상 코드를 기반으로 지급해야하며 이 분류에 따라야 한다는 게 보험사 주장이었다.
하지만 손해사정사나 관련 소비자단체에서는 보험금을 덜 주기 위한 '꼼수'일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험사가 주기로 한 일반암 보험금보다 소액암 보험금은 10분의 1수준이라는 것이다.
약관에 일반암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된 것은 물론이고, 질병사인 분류의 새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는 것은 '약관 소급'과 같은 법적인 문제도 걸릴 여지가 많다.
한 보험업 관계자는 "일반암 보험을 많이 팔아왔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암 발병률이 현재만큼 높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손해율 관리가 안되자 소비자들이 알기 어려운 기준을 내세우면서 보험금을 과소 지급하는 꼴"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실 관계자 역시도 "약관에 명시된 것은 소비자와의 약속"이라며 "지급 당시 기준이 아닌 약관 작성 당시의 기준에 따라 보험금을 지급해라고 보험사에 권고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전이암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발암(원래 발병한 암)의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암이 전이될 경우 원발암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해야하는지, 전이된 부위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줘야하는지 의견이 분분하다.
2011년 4월 1일 약관 개정 전 암보험에 가입한 소비자가 갑상선암에 걸렸으나 림프절로 암이 전이될 경우 보험사는 갑상선암을 기준으로 보험금을 줬다. 하지만 소비자 측은 암이 림프절로 전이됐으며, 이는 소액암 분류에 없으니 보험금을 더 줘야한다고 맞서고 있다.
금감원 측은 2014년 삼성생명과 관련된 민원이 제기되자 원발암을 근거로 보험금 지급을 해야한다고 했으나, 2015년 7월부터는 약관 개정과 함께 보험금을 더 지급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린 상태다.
이 같은 보험사의 보험금 과소 지급의 원인을 살펴보면, 보험사가 약관에 명시된 '작성자 불이익 원칙'을 위배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감원이 내놓는 약관에 따르면 보험사 상품을 팔거나 설계하는 회사가 더 우위에 있다고 판단,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작성자(보험사)가 불리한 내용이 있더라도 약관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보험사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지키지 않고 있다. '김앤장'과 같은 거대 로펌(Lawfirm) 뒤에 숨어 소송자와 전면전을 치루기 일쑤다. 금감원의 보험민원은 연간 4만6816건으로 전체 민원의 7만3094건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생명보험협회가 조사한 작년 4분기 중 분쟁관련 소 제기 현황도 1만2825건으로 은행의 같은기간 분쟁관련 소 제기 건수 2203건에 비해 5배나 높다.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어긴 대표적인 사례가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태다. 금감원이 올해 2월 기준으로 지급해야 하는 자살보험금 액수는 3000억원대였지만 더많은 보험상품을 팔아와 지급하지 않은 보험금은 더 클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약관 작성 시 실수가 있었다' '잘 몰랐다'는 보험사의 답변은 말도 안된다. 전문가로 이뤄진 회사에서 실수를 할 리가 있겠냐"며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이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갑(甲)인 보험사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금융소비자연맹이 글로벌 컨설팅사 '캡제미니(Capgemini)'가 발표한 '2016 세계보험보고서'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보험소비자 경험평가지수는 평가 30개국 중 '꼴찌'로 조사됐다. 보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중국은 물론이고 멕시코와 브라질보다도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삼성생명이 광고 중인 지하철의 광고판. 손예술 기자 kunst@focus.co.kr알리안츠생명이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광고문구.<사진제공=알리안츠생명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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