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이 아닌 성범죄자의 잘못된 인식이 문제"
(서울=포커스뉴스) 오전 9시23분. 데이팅 앱(App) '범블'(Bumble)을 검색한다.
9608명이 남긴 평점은 5점 만점에 3.9점. 다운로드 수도 100만이 넘었다.
리뷰 하나하나를 읽어본다. "이게 그 앱 입니까? '정호선수' 체험해 볼게요".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 선수가 사용한 그 앱이 맞는 것 같다.
내려받기를 누르자 수 초 만에 설치가 완료됐다.
'Ladies always go first'. 간단한 설명과 함께 Let's bumble!
9시30분. 앱이 실행되자마자 모르는 여성의 사진이 뜬다.
미리 숙지 한 대로 호감형은 오른쪽, 비호감형은 왼쪽으로 드래그한다.
아차차. 내 프로필부터 바꿔야 한다. 최대한 잘 나온 사진을 찾아본다. 찾아본다. 있을 것이다.
검색되는 여성의 거리도 조절한다. 30km 반경으로 제한한다. 나이는 24~30살로 설정.
이제 준비는 끝이 났다. '왼쪽, 왼쪽, 오른쪽…'
"더 넘겨봐"
9시50분.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느새 직장 동료도 가세했다.
"사막여우는 아니잖아". 프로필에 동물까지 등장했다. 연예인 사진을 등록한 사람도 있었다. 그래도 탐색은 계속된다.
10시7분. 'LOOKS LIKE YOU'RE OUT OF PEOPLE...'. 너무 많이 한 탓일까. 더 이상 검색이 안 된다.
2시간 가량 무작정 기다렸지만 아무런 대화창이 뜨지 않았다. 범블은 여성만 대화를 걸어올 수 있다.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자 금세 흥미가 떨어졌다.
검색 거리와 나이를 조정하자 수 명의 여성이 더 검색이 됐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호감을 표시했다. 하지만 대화조차 불가능하자 관심에서 멀어졌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 중인 강정호 선수가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조사 중인 가운데, 그가 상대 여성을 만날 수 있도록 연결해 준 데이팅 앱 '범블'이 화제다. 국내에서는 이른바 '강정호 앱'으로 까지 불린다.
그러나 기자가 사용해본 결과 앱을 성범죄와 연관 지을 수 없었다. 오히려 남성은 여성의 사진만 볼 수 있을 뿐 대화 시도조차 불가능했다. '페미니스트 앱', '페미니스트 틴더'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도 이러한 여성 중심적 성격 때문이다.
사진을 도용하거나 익명을 사용하는 방법도 쉽지 않아 보였다. 프로필 사진에 동물사진을 올려 놓은 한 동료는 앱 관리자로부터 차단(block)당했다. 재가입을 시도했으나 불가능했다. 로그인도 페이스북을 연동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성이 확보됐다.
최근 범블에 빠져있다는 직장인 김모(32)씨는 이 앱이 성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김씨는 "데이팅 앱이 범블만 있는 것도 아니"라면서 "성범죄를 목적으로 남성들이 몰린다는 해석은 억측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유흥업종에 종사하는 박모(26)씨는 "여성이 먼저 말 걸어주길 기다리는 앱을 사용할 남성이 얼마나 될까"라며 "이성과 만남을 기대한다면 오히려 술집에서 '헌팅'이나 '미팅'을 하는 게 훨신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6‧여)씨는 "범블을 사용해 남성과 대화를 나눠봤지만 상대방과 지리적 거리도 멀었고 만남이 성사되기도 어렵다는 것을 절감했다"면서 "개인정보가 필요 없는 다른 데이팅 앱보다 성범죄의 위험은 적다고 본다"고 말했다.
데이팅 앱으로 이성을 만난 경험이 있는 대학생 권모(25‧여)씨는 "범블, 인스타그램 등 사진 중심 앱은 최소한 개인 정보는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익명이 보장되는 다른 앱보다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면서 "만남의 도구에서 원인을 찾기보다 성범죄자 개인의 의식과 행동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사진출처=범블 앱(App) 캡쳐><사진출처=범블 앱(App) 캡쳐>2016.07.06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프로필 사진에 동물사진을 올린 기자가 앱 관리자로부터 차단 당했다. <사진출처=이메일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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