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 왜?…해외카드 결제 54%가 비자 결제망
2009년 수수료인상 발표 후 철회…한국만 건드리는 비자
'공동 항의서한'에도 꿈쩍 않는 비자…'법적 대응' 시사
"日·中도
(서울=포커스뉴스) 폭스바겐, 옥시, 이케아, 유럽 명품…. 한국 소비자들을 국제적 '호갱'(호구고객·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신조어)으로 만드는 글로벌기업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이들에 이어 또다시 한국 고객을 호갱으로 만든 곳이 있다. 최근 수수료 인상 논란으로 뭇매를 맞고 있는 '비자(VISA)카드'가 그 주인공이다.
◆ 막무가내 '힘자랑' 시작한 비자카드, 한국서만 수수료 인상
세계 최대 카드회사 비자카드는 최근 한국에 오는 10월부터 해외결제수수료 등 6개 항목의 수수료를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비자카드가 인상하겠다고 밝힌 항목은 해외 이용 수수료와 해외 분담금, 데이터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인상되는 수수료 총액의 70%는 소비자가 부담하는 해외이용수수료다. 이외 30%는 카드사가 부담하게 된다.
우선 해외 이용 수수료의 경우 현재 1.0%수준인 것을 1.1%로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해외 이용 수수료는 소비자들이 해외에서 비자카드를 사용했을 때 부과되는 수수료를 말한다.
예를 들어 100만원어치의 물건을 구입했을 때 그동안 1만원의 수수료를 냈다면 앞으로는 1만1000원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같은 해외 이용수수료는 현재 소비자가 전액 부담하고 있다.
따라서 비자카드가 인상하겠다고 밝힌 0.1%포인트의 수수료는 모두 소비자가 전적으로 부담해야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카드사의 경우 해외 분담금과 각종 데이터 프로세싱 수수료, 해외 매입수수료 등이 오르면서 실질적인 부담이 늘게 된다. 수수료 인상률 역시 해외 매입수수료의 경우 0.1%에서 0.2%로 두 배까지 인상되게 된다.
◆ '울며 겨자먹기' 왜?…해외카드 결제 54%가 비자 결제망
그럼에도 국내 카드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비자카드의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다. 현재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와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비자카드가 통보하는 수수료 표에 맞춰 수수료를 지급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비자카드가 국제 지급결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6%수준이다. 국내에서 역시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예상이다. 국내에서 압도적인 시장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카드사들이 비자카드의 요구를 따를 수 밖에 없는 또다른 이유는 우리나라의 경우 국제 지급결제 자체 브랜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제외된 중국의 경우 최근까지 결제 시장이 폐쇄돼 있어 자국 국제카드 브랜드인 유니온페이와의 제휴를 통해서만 비자카드 결제를 가능하게 하는 등 비자카드 입장에서는 진입이 어려운 시장이었다. 또한 일본의 경우 JCB라는 자국 국제 카드 브랜드를 가지고 있어 한국처럼 쉽게 건드리기 어려웠을 것이라는게 업계 분석이다.
결국 자체 국제카드 브랜드를 가지지 못한 우리나라만 비자카드의 만만한 '봉'이 됐다는 애기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자체 브랜드가 없어 비자카드와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는 한국이 눈치보지 않고 휘두를 수 있는 만만한 상대가 된 것이라는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2009년 수수료인상 발표 후 철회…한국만 건드리는 비자
비자카드는 과거에도 막무가내로 수수료 인상을 통보한 바 있다.
지난 2009년 초 비자카드는 국내 고객이 해외에서 카드를 사용할 때 지급하는 해외결제수수료를 1%에서 1.2%로 0.2%포인트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당시 국내 카드사들의 반발은 거셌다. 비자카드가 국내 카드사 대표들이 주축이 된 아시아·태평양 지역 이사회를 결정권이 없는 자문위원회로 변경하는 등 일방적인 행태를 보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문위원회로 변경된 후에도 별다른 자문을 구한 바도 없었다.
결국 국내 카드사들은 비자카드 발급 자체를 중단하겠다는 강경책을 내놨다.
비자카드는 연일 언론과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고 결국 시장 점유율 등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비자카드가 수수료 인상안 발표 4일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됐다.
이후 제임스 딕스 당시 비자카드 한국법인 사장은 국내 카드사들을 차례대로 방문해 우리나라의 카드 수수료만 인상한 것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 '공동 항의서한'에도 꿈쩍 않는 비자…'법적 대응' 시사
그러나 이번만큼은 비자카드 역시 순순히 물러서진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반응이다.
한차례 수수료 인상을 철회했다 다시 통보한 만큼 이번마저 물러서면 향후 수수료 인상에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판단때문이다. 또한 비자카드가 지난해 옛 자회사인 비자유럽을 27조원에 다시 사들이면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해졌다는 점 역시 수수료 인상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
실제로 KB국민과 롯데, 비씨,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등 8개 전업 카드사가 비자카드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에 항의하는 내용의 정식 서한을 보냈지만 비자카드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비자카드는 지난 1일 카드업계 항의 서한에 대한 답신을 통해 수수료 인상 계획을 철회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동안 시스템 개선 등 인프라 투자가 이뤄지면서 비용이 늘어나 수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다.
다만 소비자가 부담하는 해외 이용 수수료의 경우 오는 10월 시행에서 내년 시행으로 늦추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한 수수료를 올리는 만큼 서비스의 질을 높이겠다고도 했다.
이같은 비자카드의 태도에 국내 카드사들이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 국내 8개 카드사는 최근 회의를 열고 비자카드의 수수료 인상 방침에 대응하기 위한 법무법인 선정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비자카드 미국 본사 및 아시아태평양 지역 본사에 추가로 항의 서한을 보내거나 직접 방문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 "日·中도 수수료 올릴 것"…왜 한국만 질문엔 '모르쇠'
이같은 논란에 대한 비자카드의 입장을 듣기 위해 비자카드 한국지사와 접촉을 시도했다.
우선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는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봤다. 영어, 일본어, 한국어로 안내멘트가 나온 뒤 국적에 따라 1,2,3번의 숫자를 선택하게 했다.
한국어로 안내된 3번을 선택하자 외국인 상담원이 전화를 받았다. 영어로 자기소개를 하며 용무를 묻는 질문에 한국인 상담원과의 통화를 원한다고 답했다. 그는 한국인 상담원 대신 한국어를 할 수 있는 통역사와 3자 통화를 연결했다.
상담원이 영어로 안내하면 이를 통역사가 한국어로 번역해주고, 다시 한국어로 얘기한 내용을 영어로 전해주는 형태였다. 그러나 통역사 역시 한국어가 서툴러 소통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한국지사 연락처를 알려달라는 말에 상담사는 'VISA USA' 대표 메일을 알려준 뒤 그쪽에 문의하라고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연락을 취해봤지만 답변이 없었다.
결국 지인을 통해 한국지사 홍보과장의 연락처를 알아낸 뒤에야 통화가 가능했다.
버젓이 한국지사가 존재하고, 국내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비자카드가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부족한 것 아닌지 물었다.
이에 비자카드 김지영 홍보과장은 "비자카드의 경우 카드사와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대 기업) 사업을 하는 IT업체에 가깝다"며 "사실상 국내 소비자와 소통할 일이 없기 때문에 별도로 국내 상담센터 등은 운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연일 비자카드를 홍보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답변이었다.
김 과장은 국내 카드사를 중심으로 비자카드에 법적 대응을 시사한 것은 물론 국내 소비자들 사이 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김 과장은 "아직까지는 수수료 인상안을 철회할 예정은 없다"며 "아직 국내 카드사들이 공식적으로 우리쪽으로 요청한 것도 없다. 아직까지는 뭐라고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만 인상이 된 것은 아니고 홍콩 등 아시아·태평양 일부 지역도 포함이 돼 있다"며 "이번에는 일본과 중국이 빠져있긴 하지만 한국만 인상이 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중국이 수수료 인상 대상에서 빠진 이유를 묻자 "그건 잘 모르겠다"며 "그쪽 국가에 관한 세세한 내용이나 이유는 잘 모르겠다. 시기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본과 중국도)이후 인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비자카드 (Photo Illustration by Justin Sullivan/Getty Images)2016.05.25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신용카드. 2016.03.22 ⓒ게티이미지/이매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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