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관변호사'부터 '롯데'까지…'정운호 게이트'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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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 네이처리퍼블릭 압수수색 |
(서울=포커스뉴스) 2016년 법조계 최고 화제의 인물은 중저가 화장품 업계의 신화로 불리던 정운호(51) 전 네이처리퍼블릭 사장이다.
지난해 말 100억원대 동남아 원정도박 혐의로 법조계 안팎을 떠들썩하게 했던 정 전 대표가 법조계 주요 인물로 자리잡은 것은 지난 4월 변호사 폭행 논란이 불거지면서다.
이후 지난 3개월여 동안 법조계는 연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는 이른바 '정운호 게이트'로 후배 검사가 선배 검사를 소환해 조사하는 진풍경이 나타났다. 나아가 현직 검사와 수사관에 대한 압수수색까지 실시되면서 법조계 내 뿌리깊은 병폐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원정도박 혐의로 만기출소 후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다시 구속기소된 정 전 대표의 첫 공판이 6일 열린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는 이날 오전 10시 40분 140억대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정 전 대표의 1차 공판준비기일을 열 예정이다.
정 전 대표의 첫 재판을 앞두고 '정운호 게이트'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① 전관 변호사
'정운호 게이트'는 한 전관변호사로부터 시작됐다. 2014년까지 전주지방법원 군산지원 부장판사로 재직했던 최유정(46)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최 변호사는 지난 4월 정 전 대표가 수감된 서울구치소 접견실에서 폭행을 당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이랬다. 정 전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뒤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최 변호사를 선임했다. 수임료는 50억원이었다. 20억원은 일종의 착수금이었고 30억원은 정 전 대표를 보석으로 풀려나게 해주는 대가로 지급할 성공보수였다.
그러나 보석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정 전 대표 측이 20억원의 반환을 요구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 실랑이가 벌어졌고 그렇게 '정운호 게이트'가 시작됐다.
이후 최 변호사가 정 전 대표 외에도 송창수(40)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에게서도 로비목적으로 50억원의 수임료를 받아 전방위 로비를 벌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검찰은 최 변호사를 구속기소한 뒤 최 변호사에게 70억원의 추징보전청구를 한 바 있다.
정 전 대표와 관련된 두 번째 전관변호사는 특수통 검사 출신 홍만표 변호사다.
홍 변호사는 지난해 8월 100억원대 원정도박 혐의로 중앙지검 강력부의 수사를 받던 정 대표로부터 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로비 명목으로 3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홍 변호사는 또 2011년 9월 네이처리퍼블릭의 지하철 매장 임대 사업과 관련해, 서울메트로 고위 관계자에게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정 대표에게 2억원을 받은 혐의도 있다.
홍 변호사는 개업한 2011년 9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선임계를 내지 않고 변론 활동을 하거나 사건 수임 내용을 축소 신고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임료 34억5600만원을 신고 누락하고 세금 15억5000여만원을 내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홍 변호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10억여원을 탈세했다고 봤지만, 보강 수사를 통해 탈세액이 늘어났다.
홍 변호사가 정 대표 사건과 관련해 검찰 주요 관계자와 접촉한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홍 변호사가 로비 대상으로 거론한 대상이 당시 중앙지검장인 박성재 서울고검장과 3차장검사였던 최윤수(49ㆍ연수원 22기) 국가정보원 2차장이었다는 정 대표의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윤수 전 3차장과는 8월과 9월 두 차례 만났고 전화통화도 20여차례 있었다. 3차장 산하에는 당시 정 대표를 수사했던 강력부가 속해 있다.
하지만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홍 변호사로부터 부정한 접대·금품을 받지 않았으며, 정 대표 수사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당시 수사를 맡은 주임검사가 "최 차장검사로부터 엄정하게 구속 수사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고 최 전 차장검사에 대한 서면 조사 결과 역시 일치했다며 홍 변호사의 로비가 실패한 것으로 결론 냈다.
박 고검장에 대해서는 홍 변호사가 "찾아가거나 전화 변론을 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고, 실제 통화내역 조회에서 통화한 흔적이 나오지 않아 접촉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
② 법조 브로커
'정운호 게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법조브로커다. 이번 사건에서 크게 3명의 법조브로커가 등장한다.
먼저 첫번째는 변호사법 위반 및 사기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민희(56)씨다.
건설업자 출신인 이씨는 원정도박 혐의로 기소된 정 대표를 위해 법조계에 구명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12월말 정 대표의 항소심 담당 판사와 저녁식사를 한 인물이 바로 이씨였기 때문이다.
당시 이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임모 부장판사를 불러 저녁식사를 하며 정 대표에 대한 선처를 부탁했다.
임 부장판사는 이 자리에서 정 대표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됐다는 사실을 알고 재판의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재배당을 요구했다.
임 부장판사는 논란이 불거진 후 지난 2일 법원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법원은 관련 의혹 규명이 먼저라고 판단해 임 부장판사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고 있다.
이씨는 또 정 대표에게 9억원의 로비 자금을 받고 네이처리퍼블릭의 서울지하철 화장품 매장 입점을 위해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이씨가 홍 변호사에게 형사사건 소개를 대가로 1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적용했다. 2012년 10월 자신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P사 코스닥 상장 준비금 명목으로 유명 가수 동생 조모씨에게 3억원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도 있다.
이밖에도 이씨는 현직 검찰 수사관에게 뒷돈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관련 수사관들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는 등 혐의 입증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두번째 브로커는 최유정 변호사의 사실혼 남편을 자처했던 이동찬(44)씨다.
이씨는 송 전 대표에게 최 변호사와 함께 청탁 명목의 수임료 50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금융당국 등의 단속을 무마해주겠다면서 송창수 전 이숨투자자문 대표에게 수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이씨는 '정운호 게이트'가 시작된 폭행 시비 당시 최 변호사를 대신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세 번째 인물은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의 PX 군납 청탁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브로커 한모(58)씨다.
지난 2011년 9월 한씨는 정 전 대표에게 "네이처리퍼블릭 제품이 PX에 납품될 수 있도록 군 관계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해주겠다"고 말하며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A사 제품을 군수품으로 납품할 수 있도록 방위사업청 관계자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기업사냥꾼 이모씨로부터 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한씨는 정계와 법조계에서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한씨가 네이처리퍼블릭의 롯데면세점 입점을 도왔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③ 횡령·배임
6일 열리는 정 대표의 첫 공판은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에 대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네이처리퍼블릭 법인자금 18억원과 계열사 SK월드 법인자금 90억원 등 모두 108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대표는 허위로 매장 임대차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지급한 것처럼 속이는 방식으로 회삿돈을 횡령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같이 횡령한 돈은 도박자금이나 개인 생활비, 가족 소송 비용 등으로 사용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뿐만 아니라 2010년 12월 계열사인 ㈜세계홀딩스 법인자금 35억원을 라미르호텔 준공비 명목으로 지원한 뒤 변제받지 못하자 법인손실로 처리한 뒤 개인 명의의 호텔 전세권(35억원 상당)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도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정 전 대표는 전세권을 얻은 라미르 호텔 2개층을 유흥업소에 빌려준 뒤 2011년 9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약 4억원의 임대수익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④ 롯데
'정운호 게이트'를 이야기하며 빼놓을 수 없는게 롯데그룹이다.
법조게에서는 원정도박으로 시작한 정운호 게이트가 롯데그룹 전체에 대한 비자금 의혹으로 번지게 됐다며 이를 '정운호발 나비효과'라고 부르기도 한다.
'정운호 게이트'가 불거졌을 당시 이 사건이 롯데그룹의 존망을 논하게 될 중대한 이슈로 자리잡을 것이라 생각한 이는 없었다.
시작은 신영자 이사장이었다.
검찰에 따르면 신 이사장은 정 전 대표에게 롯데면세점 입점 특혜 제공 대가로 20억원 가량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신 이사장에 대한 의혹은 네이처리퍼블릭 화장품의 PX 군납 청탁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구속기소된 브로커 한모(58)씨에 대한 검찰수사 도중 불거졌다.
한씨는 법조계와 재계를 중심으로 신 이사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로, 검찰은 한씨가 신 이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네이처리퍼블릭이 롯데면세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도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한 초밥집 프랜차이즈 업체 G사 등으로부터 면세점 입점 로비 명목으로 10억원을 챙긴 혐의도 있다. 이 밖에도 딸들을 비엔에프(bnf)통상 임원인 것 처럼 등록해 40억원 상당의 급여를 챙겨준 혐의도 있다.
검찰은 이같은 혐의를 확인하기 위해 롯데호텔 면세사업부와 신 이사장의 자택 등 7~8곳을 압수수색했다. 이중에는 bnf통상도 포함돼 있었다.
문제는 이날 압수된 증거자료가 고의로 훼손되거나 삭제됐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검찰은 압수수색 이후 한참동안 신 이사장을 소환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 이사장의 이같은 비협조적인 태도가 롯데그룹 전방위 비자금 수사로 번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신 이사장의 태도가 검찰을 자극했다는 얘기다.
결국 신 이사장과 그의 자녀들에게 향해있던 검찰의 칼은 지난달 10일 240여명의 수사관이 동원된 롯데그룹 압수수색을 계기로 그룹 전반으로 향했다.
오너 일가의 비자금 의혹부터 계열사간 부당거래 의혹까지 관련된 혐의만도 수십가지가 넘는다.
신 이사장은 오너일가 중 처음으로 구속됐고 지난 1일 한국에 입국한 신동빈 회장의 소환 역시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제는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 신동빈 회장 등이 보여온 '형제의 난' 탓에 국민감정 역시 악화된 상태라는 점이다.
롯데가 국부를 유출시키는 일본기업이라고 여기는 국민들의 정서상 롯데그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정도박으로 시작한 '정운호 게이트'. 중소기업 대표의 이름 석 자가 법조계와 재계를 뒤흔든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시작됐다.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입문을 신문, 플래카드 등으로 막고 있다. 2016.05.03 조종원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로비 의혹에 연루된 홍만표 변호사가 27일 오전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2016.05.27 김인철 기자2015.08.26 이희정 기자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구명로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본사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는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네이처리퍼블릭 본사에서 직원들이 출입문을 신문, 플래카드 등으로 막고 있다. 2016.05.03 조종원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신영자(74)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들어서고 있다. 신 이사장은 롯데면세점 입점 특혜 제공 대가로 20억원 가량을 제공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2016.07.01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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