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철희 리스트' 원철희 2대 회장, 4년 재판 후 실형
'현대차 수억원 수수' 정대근 3대 회장, 징역 5년
'구속' 피한 최원병 4대 회장, 부채 11조는 후임에게...
'부정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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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원 회장, 피의자 신분 검찰 출석 |
(서울=포커스뉴스) 사정기관의 조사를 받는 농협중앙회장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지난달 30일 불법 선거 운동 혐의로 검찰에 소환된 김병원(63) 민선 5기 농협중앙회장의 뒷모습에는 과거 검찰 조사를 받았던 농협중앙회장 4명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김 회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됨에 따라 1988년 민선 농협중앙회장 선출이 시작된 이후 역대 회장 5명이 모두 형사처분을 받거나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1대 한호선 회장과 2대 원철희 회장은 각각 비자금 조성 혐의로 구속됐었고, 3대 정대근 회장은 뇌물 혐의로 실형을 면치 못했다.
4대 최원병 회장도 농협은행의 부실을 키웠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고, 측근 25명이 기소되기도 했다.
역대 농협중앙회장들의 '흑역사'를 정리했다.
◆ 영광의 첫 민선회장 한호선…비자금 조성해 정치권 로비까지
전국 지협조합장들의 직선 투표를 통해 첫 민선회장으로 선출된 한호선 1대 농협중앙회장은 1994년 4월 거액의 공금을 빼돌려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추징금 3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 전 회장은 1991년 3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각 시·도지회 농협에 적금모집활동비·선전홍보비 등 명목으로 예산을 배정하고 이중 40%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2억6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았다. 또 국회의원 출마자에게 1인당 200∼300만원을 건네주며 정치권에 로비를 벌인 혐의도 받았다.
당시 서울형사지법 합의22부는 "직위를 이용해 상납형식으로 농협중앙회 예산을 빼돌려 비자금을 만들었다"며 "농협시·도지회장 인사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30여년간 농업 발전을 위해 이바지한 점을 감안해 집행 유예를 선고한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 전 회장의 사건은 '진상'이 밝혀졌다기보다 '개인비리'에 집중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수사과정에서 한 전 회장은 '14대 국회의원 출마자 110명에게 각각 200만원~300만원씩 정치자금으로 건넸다'고 밝혔지만 검찰은 '이들 대부분이 낙선했고 한 회장이 명단을 모두 없애버렸다'는 이유로 수사를 생략했다. 농협중앙회 역시 사회적 정치적 파장을 우려해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
한 전 회장은 '불독', '멧돼지'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강한 추진력이 있는 인물로 평가 받았다. '신토불이'라는 사자성어를 우리 농산물 애용표어로 정착시켰다. 자유민주연합 소속으로 제15대(전국구) 국회의원을 지냈다.
◆ '원철희 리스트' 원철희 2대 회장, 4년 재판받다 결국...
농협중앙회 민선 2대 회장인 원철희 전 회장은 4년간 법적공방 끝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 받았다. 자민련 소속으로 충남 아산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던 원 전 회장은 이 판결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원 회장은 농협중앙회장 재직 당시인 지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업무추진비 명목 등으로 모두 6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됐다. 1, 2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은 '업무추진비 사용처에 대한 심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일부 무죄가 선고돼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으로 감형됐다.
2003년 4월 대법원은 "회계장부를 조작해 농협중앙회 홍보활동비를 현금으로 조성하는 등 정기적으로 자금을 빼돌렸다"면서 "D산업개발에 대한 부당 대출압력을 행사하는 등 피고인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 판단은 모두 정당하다"고 밝히며 원심을 확정했다.
'원철희 리스트' 사건은 원 전 회장이 1999년 4·13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지 얼마 되지 않아 불거졌다. 원 전 회장이 정·관·언론계 인사 100∼150명에게 정기적으로 금품을 돌렸다는 내용이었다.
원 전 회장은 검찰진술에서 "서울지역을 빼고는 대부분 의원들이 농협과 관련돼 있어 후원회가 있으면 조금씩이라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후원회에 보통 30만~50만원씩, 1년에 한두 번 보냈고 보좌관들이 찾아오면 '교통비나 하라'며 20만~30만원씩 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구체적인 진술에도 검찰은 수사를 중단했다. '기억진술'만으로는 수사가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수사를 담당한 대검 중앙수사부 3과장은 "기억도 잘 안 난다는 사람을 추궁해서 국회의원 150여명을 전부 어떻게 조사하느냐"고 말했다.
원 의원은 당시 사건이 불거지자 220회 임시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농협사건 공판에 대한 자신의 억울함을 피력해 눈총을 사기도 했다.
◆ '현대차 수억원 수수' 정대근 3대 회장, 징역 5년
정대근 민선 3대 농협중앙회장은 농협중앙회 사옥 매각과 관련해 현대자동차로부터 수억원을 받은 혐의(특가법상 뇌물)로 대법원에서 징역 5년에 추징금 1300만원을 확정받았다.
정 회장은 2005년 12월 양재동 농협 하나로마트 부지 285평을 66억2000만원에 파는 대가로 현대차그룹 김동진 부회장으로부터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1심에서 무죄를, 2심에서는 유죄를 인정받았다.
1심은 "농협을 국가의 관리 아래 있는 '정부관리기업체'로 볼 수 없다"며 "농협 임직원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의 뇌물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정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정부가 농협을 실제 지배하지 않더라도 지도·감독을 하기 때문에 정부 관리 기업체에 해당한다"며 "이 기업체의 임직원은 준공무원 신분으로 봐야 한다"고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대법원도 원심의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정 전 회장도 원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 리스트' 논란을 빚었다. 사건 초기 청와대 시민사회수석과 민주당 의원에게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넨 것으로 확인됐지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도 정 전 회장에게 수천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문이 커졌다.
그러나 정 전 회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들에게까지 불법자금을 준 혐의가 속속 드러나면서 '정대근 리스트'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다.
정 전 회장은 2008년 태광실업 박연차 회장의 대형 스캔들인 '박연차 게이트'에 연루되기도 했다. 그는 약 50억원을 수수한 혐의도 받았지만 고등법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후 이와 관련된 혐의를 모두 벗었다.
◆ '구속 피한 첫 직선회장' 최원병, 부채 11조는 후임에게...
최원병 4대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면서 1988년 농협중앙회장 직선제 도입 이후 임기 중 구속되지 않고 퇴임하는 첫 회장이 됐다. 하지만 농협 자회사 대표 등 25명이 기소되면서 검찰‧법원과의 악연을 끊진 못했다. 그는 농협중앙회에서 경제·금융 지주를 분리하면서 11조원의 부채가 발생시켰고 후임에게 이를 부담하게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농협축산경제 이기수(61) 전 대표 등 축산경제 부문 관련자 6명을 포함해 농협비리 관련자 10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최 전 회장의 측근들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검찰은 최 회장의 최측근인 손동우 전 경주 안강농협 이사를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또 다른 안강농협 전 이사 김모씨 등 최 전 회장 측근 5명을 불구속 기소 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이사는 2008년 1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업체들로부터 농협과 거래를 대가로 2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손 전 이사는 농협과 거래관계를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중견 물류업체 A사 김모 대표와 친인척 관계인 광고대행사 C사 대표 등에게 금품을 받아 챙겼다. 또 식자재 업체 H사로부터 농협 하나로마트 진출 청탁을 받고 금품을 챙기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최 전 회장의 비리 연루 의혹을 입증하지 못했다. 당초 법조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의 친인척과 측근들이 대거 거론된 비리에 대해 최 회장과 연관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컸다. 검찰수사 이후 최 회장의 신병처리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될 정도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검찰은 최 회장과 농협비리의 연관성을 찾지 못했다. 실제로 최 회장의 측근들도 역시 검찰조사 과정에서 최 회장과는 무관한 일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문인 최 전 회장은 이 대통령 재임 중 강도높은 농협개혁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2012년 중앙회에서 금융 및 경제지주를 주식회사 체계로 분리했다. 농협중앙회가 2017년까지 자율적으로 구조조정하겠다는 계획은 무시됐다. 최 회장은 두 개의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부족한 자본금 약 11조원을 부채로 충당했다.
정부는 부족자본금 11조원 중 4조5000억원을 채권을 발행해 지원했는데 매년 발생하는 채권이자 약 1700억원은 정부가 2017년 2월까지 5년간 지원하는 조건이었다. 나머지 6조원 이상은 농협이 자체 조달했다. 이는 모두 빚으로 농협중앙회는 내년부터 원리금을 갚아야 한다.
◆ '부정선거 혐의' 김병원 회장, 피의자 신분 소환
김병원 현 농협중앙회장도 검찰의 칼날을 피해가지 못했다. 당선 반년이 채 안 돼 검찰청을 오가는 신세가 됐다.
김 회장은 지난 1월 12일 치러진 5대 농협중앙회장선거에서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회장은 1차 투표에서 2위를 했지만, 1·2위끼리 맞붙은 결선 투표에서 1위를 해 당선됐다.
그런데 1차 투표 3위로 탈락했던 최덕규 합천가야농협 조합장이 결선 투표를 앞두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에게 '결선 투표에서는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 최덕규 올림'이라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해 불법 선거 운동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농협중앙회 대의원 291명 중 107명이 이 문자메시지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제23대 농협중앙회장 결선투표에서는 총 290표 중 163표를 얻은 김 회장이 당선됐다.
선관위는 문자를 발송한 최 조합장의 행위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제66조에서 규정한 각종 선거운동 제한 규정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최 조합장이 김 회장의 손을 들어올린 뒤 투표장소를 돌아다닌 것도 문제다. 검찰은 이같은 행동이 김 회장에 대한 지지를 유도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김 회장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조만간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12일 농협회장 부정선거 사건 공소시효가 만료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농협의 흑역사가 이번에도 이어질지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서울=포커스뉴스) 농협중앙회장 부정선거의혹 관련 김병원 농협 회장이 조사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3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6.06.30 오장환 기자 <출처=대한민국헌정회><출처=대한민국헌정회><포커스뉴스 DB>(서울=포커스뉴스) 6일 오전 서울 중구 새문안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 최원병 농업협동조합중앙회장이 질의응답을 듣고 있다. 2015.10.06 허란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김병원 농협 신임 회장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농협 중앙회에서 열린 신임 회장 취임식에 참석, 회장 위임패를 받고 있다. 2016.03.14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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