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압사 논란, 이케아 서랍장…"그래도 산다"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30 18: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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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논란 겪은 이케아, 이번엔 리콜 논란

국내 매장서 불티나게 팔리는 말름서랍장…평일 낮 품절

'리콜 논란' 알면서도…"상관 없다" 구매

(서울=포커스뉴스) 폭스바겐, 옥시, 이케아, 유럽 명품…. 한국 소비자들을 국제적 '호갱'(호구고객, 어수룩해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신조어)으로 만드는 글로벌기업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가구 공룡'으로 불리는 글로벌기업 이케아(IKEA)가 '어린이 압사 서랍장' 리콜을 두고 또다시 한국 차별논란에 휩싸였다.

한국소비자원은 29일 이케아코리아에 문제가된 '말름(MALM)서랍장' 리콜을 권고했다고 30일 밝혔다. 이케아가 해당 서랍장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리콜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이케아가 해당 가구에 대한 리콜을 결정한 것은 벽에 고정되지 않은 탓에 가구가 넘어지면서 아이들을 덮쳐 사망케하는 사고가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가 된 제품은 현재 이케아 광명점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평일 낮에 품절이 될 정도다. 그러나 한국 소비자들은 리콜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 가격 논란 이케아, 이번엔 리콜 논란



이케아 미국법인은 현지시각으로 지난 28일 3~6단 서랍장인 '말름서랍장' 800만개 등 서랍장 2900만개를 리콜하겠다고 발표했다. 또한 이케아 캐나다 역시 이 서랍장 660만개에 대한 리콜을 결정했다.

지난 2014년 이후 미국내에서는 말름서랍장 때문에 6명의 어린이가 사망했다. 관련 사건만 41건에 달한다.

연이은 사고에 미국 소비자제품안전위원회(CPSC, 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와 이케아는 수리프로그램 발표와 함께 서랍장을 벽에 고정할 수 있는 키트를 무료로 배포해왔다. 또한 높이 61cm 이상의 어린이 옷장과 76cm 이상의 장롱은 벽에 고정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말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사태가 악화하자 이번에는 라스 피터슨 미국 이케아 사장이 나섰다. 그는 직접 방송에 출연해 "만약 이케아 장이 벽에 고정돼 있지 않다면 당장 아이들이 있는 방에서 치워버리라.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이처럼 논란이 된 서랍장이 국내 이케아 매장인 광명점에서도 버젓이 판매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말름서랍장은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 인기있는 제품이기도 하다.

국내에서 위험성이 잠재된 제품이 지금 이 순간에도 판매되고 있지만 이케아 측의 리콜 대상에서 우리나라는 제외됐다.

한국소비자원의 리콜 권고에 이케아 측은 "제품 결함이 아니라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제품 결함이 아닌 사고에 따른 리콜조치인 만큼 사고가 일어난 국가에서만 리콜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자원의 판단은 달랐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논란이 된 압사사고는 미국이나 캐나다 뿐 아니라 모든 국가에서 일어날 수 있는 문제"라며 "동일한 제품임에도 사고가 일어난 나라에서만 리콜을 하겠다는 판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케아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거센 이유는 이같은 '한국 차별'논란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서 이케아는 국내에서만 고가판매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인바 있다. 당시 한국소비자연맹은 전세계에서 공통으로 판매되고 있는 이케아 제품 49개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국내 평균 가격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0점을 기준으로 국가별 평균가격을 측정한 결과 스웨덴이 1.70점으로 가장 비쌌고 △한국(1.10점) △호주(0.79점) △영국(0.56점) △프랑스(0.36점) △미국(0.33점)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유럽국가인 폴란드(-1.29점), 체코(-0.96점), 헝가리(-0.62점)의 경우 모두 평균 가격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49개 가운데 44개(89.8%) 제품이 OECD 국가의 평균 판매가격에 비해 비쌌고, 특히 그 중 8개 제품(16.3%)은 국내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이케아에 대한 비난 여론과 함께 이케아 가격 비교 사이트가 등장하기도 했다.

◆ 국내 매장서 불티나게 팔리는 말름서랍장…평일 낮 품절까지

그러나 이케아를 향한 국내 소비자들의 사랑은 식지 않은 듯 보였다.

리콜 논란이 불거진 30일 오전 11시 20분쯤 <포커스뉴스>는 찾은 경기도 광명시 일직동 이케아 광명점을 찾았다. 평일 오전이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걷기 어려울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기 시작했다.

이케아 광명점은 2개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2층 쇼룸에서 제품을 본 뒤 1층 창고에 있는 새 제품을 직접 찾은 뒤 구매하거나 직원에게 부탁해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논란이 된 말름서랍장은 2층 8번구역에 전시돼 있었다. 3~6칸 서랍장이 화이트, 블랙브라운, 브라운스테인 물레무늬목, 화이트스테인 오크 등 색상별로 하나씩 전시돼 있었다.

세로로 긴 6칸 서랍장의 경우 19만9000원부터 22만9000원까지 색상에 따라 가격이 달랐다. 말름서랍장을 고정하는 안전장치의 경우 이케아 측에서 제공하고 있었고 고정장치인 볼트 등은 7900원에 별도로 구매해야 했다.


제품 위에는 논란을 인식한 듯 '단단히 고정하세요!'라고 적힌 안내문도 있었다. 전시된 서랍을 열었을 때 서랍장 안쪽에도 이같은 경고 표시를 찾을 수 있었다.

말름서랍장의 인기는 생각보다 놀라웠다.

기자가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까지 30분간 파악한 결과 구매의사를 밝힌 소비자만 10명에 달했다. 점심시간 이후에는 일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말름서랍장을 구매했다.

오후 1시 15분 확인 결과 가장 인기있는 모델인 화이트스테인 오크 색상 3칸 서랍장은 품절된 상태였다.


현장에서 만난 판매 직원은 "말름 서랍장을 찾는 사람이 굉장히 많은 편"이라며 "재고가 없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고정여부에 대한 안내는 하고 있을까. 해당 직원은 "안전장치와 고정장치를 해야 한다고 권고하긴 하지만 귀찮거나 벽을 뚫지 못한다고 하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콜 부분에 대해서는 판매직원인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없다"면서 "리콜 사실이 알려진 게 얼마 안되다보니 구매자가 줄었다거나 늘었다고 얘기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 '리콜 논란' 알면서도…"상관 없다" 구매하기도


이날 현장에서 만난 소비자들 중 일부는 리콜 논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구매의사를 철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모(35)씨는 "이케아 리콜에 대해 알고 있지만 이 제품인지는 몰랐다"며 "그런 일이 있다면 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모(36·여)씨 역시 리콜 논란을 모르고 있었다. 전씨는 "전혀 몰랐는데 알게되니 구매가 망설여진다"며 "이케아가 나서서 리콜해줘야 하는데 폭스바겐도 그렇고 우리나라 소비자만 쉽게보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씨와 전씨 외에도 구매를 위해 현장을 찾은 소비자 한 명은 옆에 있던 지인이 "이게 그 아이가 깔린 그 서랍장"이라고 말하자 구매의사를 철회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반면 이같은 리콜 논란에도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인 소비자도 많았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매자는 "쓰러질만 하니까 쓰러진 것 아니겠느냐"며 "아이가 올라가서 장난을 쳐서 쓰러질 걸 걱정하면 살 수 있는 제품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혼살림을 준비하기 위해 왔다는 성모(32)씨 역시 "아이가 없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며 "고정장치 역시 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이케아가 원하는 사람에게 전액 환불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임광정(40)씨는 "리콜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필요하면 구매를 할 것"이라며 "물론 벽에 고정하도록 돼 있는데 안한 것도 문제긴 하지만 리콜 부분은 이케아가 나서야할 문제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구매한 소비자들이 환불을 원한다면 전부 환불해주는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이런 식의 태도는 문제"라고 말했다.

리콜 논란에 대한 이케아코리아 홍보팀의 입장을 듣으려 시도했지만 쉽지 않았다.

광명점 직원에게 수차례 "홍보팀 직원과 만나고 싶다"고 부탁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되풀이됐다. 이케아코리아측에 수 차례 전화를 걸어 "리콜 관련 인터뷰를 하고 싶다"며 홍보팀과 연결을 부탁했다. 그러나 "직접적으로 홍보팀에 연결해줄 수 없다"며 "연락처를 남기면 전달해줄 순 있다"고 말했다.

연락처를 남기고 3시간 가량이 지난 뒤 홍보팀이 아닌 홍보대행사 측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케아의 홍보대행을 담당하고 있는 뉴스컴 관계자는 "소비자원 권고 사항에 대해서는 이케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말름서랍장의 경우 벽에 고정만 하고 사용하면 안전하게 쓸 수 있어 상품 구매시 벽에 고정하는 키트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매장 판매 직원들이 '굳이 할 필요 없다'고 안내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며 "이케아코리아 측에 관련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컴 측은 이번 리콜이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이뤄지는 이유는 '안전 규격·기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단행된 리콜조치는 해당국 모든 서랍장에 적용되는 자발 규격 현지미국재료시험협회규격(ASTM) 기준에 따라 IKEA 미국과 현지 소비자단체 간의 협의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며 "한국만 제외한 것은 아니고 안전 규격과 기준이 준수된 나라는 제외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이나 다른 판매국에서는 각 나라에서 규정한 안전 규격과 기준을 따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리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일 뿐 한국 소비자에 대한 차별은 아니다"고 말했다.이케아 광명점 전경. <사진=이케아 코리아>말름서랍장 위에는 '단단히 고정하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이 올려져 있었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co.kr30일 오후 1시 15분 말름 3단 서랍장 화이트 색상 모델이 품절됐다.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co.kr전시된 6칸 말름서랍장. 박요돈 기자 smarf0417@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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