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남문파' 행세하며 살인교사 50대男, 항소심서 무기징역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9 1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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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 시켜 청부 살해…징역 7년→무기징역

법원, 직접증거 없이 정황증거로 살인교사 인정
△ [그래픽] 살인, 흉기, 칼, 남성

(서울=포커스뉴스) 부동산 개발업체 대표 이모(55)씨는 평소 경기도 수원의 조직폭력배 조직인 '수원남문파' 행세를 하며 재산을 축적했다. 재개발이 확정되면 일대 토지를 대신 매입하는 용역사업을 주로 맡았다.

2006년 9월에는 수원시의 한 아파트 신축공사에 참여해 K건설사와 도급 계약을 체결했다. 57억여원에 토지를 매입하기로 약속했다. 하지만 이듬해 7월까지 해당 업무가 완료되지 못했고 K사와 이씨는 협의해 토지매입 업무를 중단했다.

이후 이씨는 용역비 지급을 요구했지만 K사는 '실제 용역업무를 했는지 인정할 수 없다'며 돈 지급을 거절했다. 이씨가 일부 직원에게 매입용역비를 지급하지 않은 사실이 재판과정에서 드러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민·형사상 소송이 제기됐고 기나긴 송사는 8년 넘게 이어졌다. 민사소송은 대법원까지 간 끝에 K사가 승소했다. 하지만 이씨가 A씨에게 지급해야 할 5억원을 주지 않고 버텼고, A씨는 그를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씨에게는 40년 지기 고향 선배인 또 다른 이모(59)씨가 있었다. 무역업체를 운영했던 이씨는 무에타이 기술을 연마해 세계무에타이킥복싱연맹에서 간부역할까지 맡고 있었다.

K사와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이씨는 2013년경 여러 차례에 걸쳐 또 다른 이씨에게 "요즘 사업이 너무 힘들다, 사업 상대방이 너무 괴롭혀서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됐다"고 심정을 털어놨다. 같은 해 9월에는 "소송을 진행할 수 없도록 위해를 가해줄 사람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작업'할 사람을 물색하던 또 다른 이씨는 중국 연변에서 연변태권도협회와 세계무에타이킥복싱연맹이 자매결연을 맺는 과정에서 알게 된 김모(50)씨를 떠올렸다. 김씨는 연변의 공수도 협회장이었다. 중국에서 사업에 실패한 김씨는 2011년 국내로 입국해 또 다른 이씨에게 큰 도움을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이씨는 김씨가 조선족이기 때문에 추적이 쉽지 않고 도피가 용이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또 다른 이씨는 같은해 10월 김씨에게 "작업할 사람이 있는데 한번 해볼래"라고 범행을 제안했다. 공사현장에서 일용직생활을 하며 곤궁함을 겼던 김씨는 범행을 수락했다. 김씨는 '작업'의 의미를 확인했고 또 다른 이씨는 "죽이라는 말이야'라며 손으로 목을 긋는 행동까지 보였다.

범행은 5개월간 실행되지 못했다. 김씨가 피해자 A씨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씨는 또 다른 이씨에게 수차례 범행을 독촉했고 또 다른 이씨도 김씨에게 "시간이 늦어지면 손해가 크다. 빨리해라. 한국 애들은 10~20일이면 끝낸다"는 말도 했다. 이에 김씨는 A씨의 사무실을 찾아냈고 약 3개월 간 수차례 범행을 방법을 물색했다. 김씨는 결국 2014년 3월 퇴근하던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이들에 대한 법원 판단은 다소 논란이 있었다. 1심 법원이 A씨에 대해 '상해교사'만 인정하고 '살인교사'를 무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살인범행은 또 다른 이씨가 김씨에게 한 지시가 주된 원인"이라며 "이씨가 또 다른 이씨에게 살인을 교사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또 다른 이씨와 김씨에게는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이 선고됐다.

하지만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청부살해를 교사했다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지만 정황 증거들을 통해 살인교사혐의가 입증됐다고 봤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윤준)는 살인교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민·형사 소송전을 벌이던 과정에서 곤궁한 처지에 놓이게 된 점, 피해 업체 관계자를 회유하려 했으나 실패한 점 등에 비춰보면 살해 범행 동기가 충분히 인정된다"며 "이씨의 다이어리에 피해자의 사진과 주민등록번호 등이 적혀 있었고 이는 직접 범행을 실행한 김씨가 소지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피해자의 새로운 사무실 주소를 알아내는 과정에서 이씨와 또 다른 이씨, 김씨가 순차적으로 전화를 나눈 점을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다른 이씨가 김씨에게 피해자를 살해할 것을 교사할 독자적인 동기가 없는 점, 이씨를 통해 성공보수금이 건네진 점 등도 고려됐다.

재판부는 또 다른 이씨에 대해서도 "범행 후에도 자신의 잘못을 전혀 뉘우치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고 꾸짖었다. 그러나 법정에서나마 사죄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동종 범행이 없는 점 등을 참작해 징역 20년으로 감형했다. 김씨는 징역 20년이 유지됐다.2016.02.26 이인규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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