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위반 사법처리 '겨우' 2%…"솜방망이 아닌 현실적 처벌해야"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7 17: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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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최저임금법 위반 919건…사법처리는 '단 2%'

최근 5년 최저임금법 위반 실형 선고 '고작 3명'

대법원 양형위 "최저임금은 곧 생계…강력한 처벌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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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법정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28일 제7차 전원회의를 마친 뒤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해야 한다.

올해 최저임금은 전년보다 8.1% 오른 6030원으로 하루 8시간씩 주5일간 근무할 경우 월 126만원을 받았다. 그러나 물가인상 대비 최저임금으로 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많아 논란의 중심에 서왔다.

노동계에서는 주말 대규모 집회를 열어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법조계 역시 최근 최저임금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공청회를 통해 최저임금법 위반자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사업주에게 내려지는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 2015년 최저임금법 위반 919건…사법처리는 '단 2%'

지난 2월 녹색당 하승수 공동운영위원장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5년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아 적발된 사례는 919건으로 조사됐다. 2014년 694건보다 약 32%가량 늘어난 수치다.

2015년 당시 법으로 정한 최저임금은 시간당 5580원이었다.

문제는 이중 실제로 사법처리를 받은 사례는 19건(2%)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마저도 대부분 시정조치로 끝난 경우가 많았다.

최저임금법 위반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 있지만 실제로 이같은 형사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문 것으로 확인됐다.

◆ 최근 5년 최저임금법 위반 실형 선고 '고작 3명'

지난해 이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진 않다.

고용노동부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적발한 최저임금법 위반 사례는 모두 4만8000여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검찰에 기소돼 법원에서 실형 선고를 받은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법원과 대검찰청 등이 제공한 형사사건 처리현황 자료에 따르면 이 기간 기소돼 사법처리된 인원은 총 164명이었다.

이중 실형을 선고 받은 사업주는 3명에 불과했다. 또한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 역시 8명이었고 벌금형을 받은 경우는 122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 선고유예가 33명, 무죄 1명 등으로 사실상 강력한 처벌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기소 역시 마찬가지였다. 같은 기간 근로감독관들이 사법처리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사건은 55건에 불과했고 이중에서 검찰이 구속기소한 경우는 단 1건이었다.

이에 대해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로 최저임금법 위반 사실을 적발한 근로감독관들이 체불임금의 70~80%를 돌려주게 한 뒤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원까지 가더라도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울며겨자먹기로 일부분 임금이라도 받으려 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 대법원 양형위 "최저임금은 곧 생계…강력한 처벌 필요"

최저임금 위반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의 문제점은 이미 대법원 양형위원회도 인식하고 있는 내용이다.

법원의 적합한 양형을 결정하는 양형위는 지난 2월 제12차 공청위를 열고 근로기준법 위반에 대한 현실적인 양형 기준 마련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이정민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위반은 근로자의 기본적 생활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다른 임금 등 미지급 유형 범죄보다 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앞서 양형위가 지난해 12월 열린 제69차 회의를 통해 임금 등 미지급 범죄에 대해 금액에 따른 가중처벌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당시 양형위는 5000만원 미만,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1억원 이상 등 3개 유형으로 분류해 금액이 클수록 가중처벌하는 방안을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최저임금의 경우 말 그대로 최저 임금인 만큼 그 액수가 다액이 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오히려 보호해야 하는 핵심 영역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는 측면이 크다"며 "최저임금과 같은 것은 통상의 임금과 구별해 액수가 아닌 건수 등의 다른 구분 요소나 기준을 적용해 실효성 있는 양형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수정 변호사 역시 "사업주가 임금을 미지급하는 행위는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중대 범죄인만큼 죄질 판단에 있어 미지급 임금 액수보다는 다른 요인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해야 한다"고 동의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소속 정병욱 변호사 역시 양형위원들의 의견에 동의했다.

정 변호사는 "최저임금이 최저한도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데 사실 지금 기준인 6030원으로는 한 달 생활도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람들을 솜방망이 처벌하면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저임금 미지급의 경우 열악한 생활환경의 근로자들에게 이중으로 고통을 주는 범죄"라며 "물론 근본적으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차선책으로 징역형을 준다거나 하는 양형 강화를 통해 최저임금 집행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무 전문 법무법인인 '새날' 김기덕 변호사 역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최저임금 관련 여러 사건을 접하면서도 실형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니 당연히 위반하는 사용자가 많고 우습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단 최저임금 뿐 아니라 노동법의 경우 대부분 처벌이 미약해서 위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집행을 하는 법원에서도 실형을 계속 선고하는 등 강한 처벌을 하면 사용자들이 함부로 법 위반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25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광장에서 열린 '민주노총 전국노동자대회' 참석자들이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철폐를 촉구하며 행진하고 있다. 2016.06.25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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