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보육대란' 때마다 괴로운 워킹맘…"우리는 볼모가 아니에요"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4 18:03:15
  • -
  • +
  • 인쇄
지난 23일 전국 학교 200여곳 급식 운영 차질

어린이집 4800여곳 부분 휴원

갑작스런 급식대란·보육대란에 워킹맘 '울상'
△ 불꺼진 급식실

(서울=포커스뉴스) 서울 성북구에서 세 아이를 키우고 있는 워킹맘 박미옥(36·여)씨는 급식대란이 일어난 지난 23일 이른 아침부터 도시락과 씨름해야 했다.

첫째 아들이 다니는 중학교는 물론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초등학교 모두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파업에 따라 학교급식을 운영하지 못해 도시락을 지참하도록 학부모에게 안내했기 때문이다.

전날 회사에서 야근을 하느라 미처 도시락 재료를 준비하지 못했던 박씨는 이날 새벽 4시에 일어나 장을 봐야했다.

또 아토피가 심한 셋째 아들을 위해 잡곡밥 등 음식을 새로 하다보니 도시락 3개를 전부 만드는 데만 무려 3시간여가 걸렸다.

도시락을 만드느라 아침시간 전쟁을 치른 박씨는 '행여 부족한 것은 없을까', '다른 아이들 도시락과 비교당하면 어쩌지', '아이들이 잘 먹을까' 등 걱정을 하다가 회사에 지각까지 했다.

그는 "지난 2014년에도 학교비정규직 총파업으로 불거진 급식대란 때문에 아이들 도시락을 만드느라 고생했던 적이 있다"며 "무슨 연례행사도 아니고 급식대란이 일어날 때마다 가정일과 회사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은 정말 곤욕스러운 입장이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파업까지 하면서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는 학교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충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아이들과 학부모가 마치 볼모로 잡히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쁜 것도 사실이다"고 말했다.


급식대란과 함께 지난 23일 맞춤형보육 논란으로 전국 일부 어린이집이 부분 휴원에 들어가면서 영·유아 자녀를 둔 워킹맘들도 고생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세살배기 딸아이를 키우는 김지은(32·여)씨는 부분 휴원(자율등원)에 들어간다는 가정통신문을 이날 아침에서야 확인하고 아이를 맡길 곳을 찾느라 시댁 등에 전화를 돌렸다.

그러나 시부모는 등산 여행을 가기로 약속이 돼 있어 아이를 봐줄 수 없었고 창원에 있는 친정에 아이를 맡기자니 회사 출근 시간을 지킬 자신이 없었다.

아이를 자율등원시킬지 말지 고민에 발만 동동 구르던 김씨는 주변 다른 부모 등에게 연락을 했고 임신으로 휴가 중인 친구에게 겨우 아이를 맡길 수 있었다.

김씨는 "아침에 부리나케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어린이집에 연락을 했더니 오히려 어머니들이 정부에 대신 항의해 달라는 답변만 돌아왔다"며 "어린이집 입장도 중요하겠지만 보육시설로써 아이를 돌봐주는 부분까지 내팽겨치는 것은 도리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씨와 김씨처럼 매년 반복되는 급식대란과 보육대란으로 워킹맘들의 고충이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 학교비정규직노조의 파업으로 서울 등 일부지역 학교 200여곳이 급식운영에 차질을 빚었고 맞춤형보육에 반발한 전국 어린이집 4만여곳 중에 4800여곳이 자율등원 형식으로 부분 휴원에 들어갔다.

이 같은 급식·보육대란은 전국적으로 매년 발생하고 있고 그때마다 가정일과 회사일을 병행해야 하는 워킹맘들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학교비정규직노조 관계자는 "파업으로 학부모와 학생들이 겪게 될 불편에 대해 죄송스러운 마음이다"며 "방학동안 수입이 끊기는 등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불합리한 처우를 개선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민간어린이집연합 관계자는 "맞춤형보육에 따른 어린이집 재정난으로 보육의 질이 나빠질 경우 그 피해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집단 휴원 방침으로 불편을 끼친 것은 죄송하지만 부모들도 이러한 부분을 이해해주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서울 동작구 한 중학교 급식실에 불이 꺼져 있다. 이날부터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지역 학교 110곳(22일 기준)에서 급식 운영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조사됐다. 2016.06.23 오장환 기자 (세종=포커스뉴스) 23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보건복지부 앞에서 충남민간어린이집연합회 회원들이 맞춤형보육 제도개선 및 시행연기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2016.06.23 김기태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