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호 게이트' 감사원 로비 초점 맞춘 검찰, '내부 비리' 시선돌리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2 16: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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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호 게이트' 감사원 연루된 이유는?

'감사는 2010년, 금품 전달은 2014년' 4년 공백 이유는?

이민희·홍만표 통화한 차장검사 서면조사도 안 해…'제식구 감싸기'?
△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서울=포커스뉴스)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21일 서울고검 내 현직 검사실을 압수수색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는 21일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전 대표에게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고검 박모 검사의 검사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현직 검사의 비위 혐의를 포착하고 검사실을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 2012년 말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 측근에게 수사 무마 청탁 대가로 10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김광준 전 부장검사 사건 이후 4년만이다.

그해에는 절도 피의자와 수회에 걸쳐 부적절한 성관계를 맺은 혐의를 받고 있는 동부지검 전모 검사의 집무실과 승용차가 압수수색 되기도 했다.

이례적인 검찰의 검사 집무실 압수수색을 두고 일각에서는 다른 의문들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움직임이 검찰 조직 내부에서 감사원으로 시선을 돌리기 위한 행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 '정운호 게이트', 감사원 연루된 이유는?

감사원은 지난 2010년 서울메트로의 임대사업과 관련해 감사를 시작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2009년 10월 서울역 등 70여개 역사내 매장 100여개소를 묶어서 임대하는 '명품 브랜드점 임대사업' 사업자를 공모했다. 당시 네이처리퍼블릭 역시 해당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사업자는 S사로 선정됐고 그해 12월 S사는 서울메트로와 임대료 186억원에 5년간 매장을 임대하기로 하는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

한차례 S사에게 밀린 정 대표는 S사의 매장 인테리어 공사비 등을 지원하는 대가로 매장 운영권 일부를 양도받았다. 그러다 이듬해 1월 S사 지분 전체를 160억원에 매입하면서 자신의 친인척을 S사의 간부로 내세웠다.

당시 S사가 서울메트로와 맺은 임대차계약에는 임대받은 매장의 운영권을 양도할 수 없다는 규정이 포함돼 있다.

감사원은 S사가 이같은 계약 규정을 위반하고 네이처리퍼블릭에게 사업권을 양도했다고 판단해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원이 감사에 들어간 뒤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났다.

서울메트로가 입찰참여자격을 제대로 설정하지 않아 입찰 한달 전에 설립된 S사가 입찰에 참여하게 됐고 재무건실성 역시 떨어진 탓에 네이처리퍼블릭이 자금 지원을 대가로 운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감사원은 감사 끝에 서울메트로 사장에게 지하철 상가 입찰 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안 마련과 당초 계약조건 이행을 위해 관리감독을 강화하라고 통보했다.

이처럼 감사원 감사가 진행되는 과정 중에 정 대표가 감사원의 감사를 피하기 위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의 고교 동문인 박 검사에게 1억원을 지급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 '감사는 2010년, 금품 전달은 2014년' 4년 공백 이유는?

그러나 검찰의 압수수색 이후 일각에서는 의문점이 제기되고 있다. 정 대표가 박 검사에게 1억원을 건넨 시점 때문이다.

정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박 검사에게 2014년쯤 1억원을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원의 감사가 시작된 시점은 2010년인데 4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로비를 시도했다는 얘기다.

정 대표가 브로커를 통해 감사원 고위 관계자를 매수하기 위해 시도한 로비라고 보기에는 그 시점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법조계에 따르면 당시 박 검사는 검사장 승진에서 탈락한 상태였다. 검찰 조직 내에서 영향력 있는 상태도 아니라는 얘기다.

그런 상황에서 단순히 감사원 고위 간부의 고교 동문이라는 이유만으로 1억원이란 돈을 지급했다는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 중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 무마가 아니라 검찰 수사를 대비했을 수도 있고 그 범위 역시 박 검사 뿐 아니라 여러명이 연루됐을 수도 있다"면서 "정확한 것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밝혀지겠지만 지금까지 밝혀진 내용으로 볼 때 단순히 박 검사에게 서울메트로 관련 감사 무마를 위해 돈을 건넸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 이민희·홍만표 통화한 차장검사 서면조사도 안 해…'제식구 감싸기'?

최근 정운호 게이트 수사 과정에서 핵심브로커 이민희씨가 재경지검 차장검사 A씨와 수차례 통화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씨는 이미 지난 1월 인허가 관련 청탁 대가로 뒷돈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씨가 A검사와 통화한 시점은 지난 2월 말. 한창 이씨가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중인 상황에서 두 사람의 통화가 이뤄졌단 얘기다.

당시 이씨는 A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수사를 받고 있다며 상담을 했다. 이 과정에서 A검사는 이씨에게 자수할 것을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A검사와 통화한 인물은 이씨 뿐이 아니다. 정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으로 구속기소된 홍만표 변호사 역시 A검사와 친분이 있었다.

검찰은 A검사가 홍 변호사를 통해 이씨를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한 전화가 와 자수를 권유하고 빠르게 통화를 끝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A검사에게 별다른 혐의점이 없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법조계에서는 이같은 검찰 태도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지명수배 중인 피의자와 통화를 한 차장검사가 아무런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한 것이다. 지명수배 중인 피의자에게 전화를 받았다면 번호를 수사 팀에 전달하거나 통화사실을 검찰 내부에 알려 후속 조치를 논의했어야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그러나 A검사의 경우 이같은 후속조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검찰은 A검사에 대해 서면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않고 수사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제식구 감싸기' 의혹이 불거진 이유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도피 중인 피의자가 차장검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추후 신변을 상담했면 둘 사이 상당한 친분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반문한 뒤 "만약 별다른 친분이 없었다면 당연히 이씨 검거를 위해 할 수 있는 조치를 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지금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박 검사는 지난달 초 뇌출혈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해 있다"면서 "입원해 있다고 수사를 대충 하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내부에 쌓여있는 여러 비리 의혹들이 있음에도 박 검사와 감사원 쪽에만 초점을 맞춰 수사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박 검사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상태며 실어증 증세를 보이는 등 인지 능력과 판단능력이 상당히 저하된 상태로 알려졌다.

검찰 역시 이같은 점을 고려해 박 검사의 조사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직접적인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 반응이다.

검찰 출신인 한 법조계 관계자는 "박 검사가 바로 조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더욱 더 검찰의 정운호 게이트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며 "과거에도 특정인으로 시선을 돌리고 내부 문제를 덮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만큼 이번만큼은 검찰이 명명백백한 수사를 통해 이같은 의혹을 털어냈으면 한다"고 말했다.서울 서초구 반포대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2015.08.16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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