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시절보다 크게 성장
부패 없앤다는 명분으로
정부‘낙하산’은 곤란
민간기업에 정치입김 멈춰야
![]() |
△ kt&g 서울사옥 |
이달 초 검찰은 10개월간 끌어온 KT&G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관행적 리베이트 등 그간의 구조적 문제점이 드러났다. 이 회사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된 이후 롤모델 기업으로 인정받아 왔으나 이번 수사결과 발표로 인해 타격을 입었다.
◆ 검찰, KT&G 수사 발표… 일부 비리 밝혀냈지만 ‘용두사미’ 비판도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치적’ 수사였다는 비판도 일었다. 검찰이 재판에 넘긴 42명 가운데 KT&G 전현직 임직원은 7명. 1년 가까이 한 기업을 먼지털이 식으로 수사한 것 치고는 ‘초라한 결과’였다.
검찰은 비리의 원인으로 경영진에 대한 감시와 견제기능이 미비했던 점을 꼽았고, 이는 KT&G가 정부의 감시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평가, 감사원 감사 등 외부 감시에서 벗어나며 고질적 내부비리가 악화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하나의 민간 기업을 ‘공기업화’ 해야 한다는 뉘앙스로도 해석되어 세간의 뒷말을 낳았다.
◆ 부패 없앤다는 명분으로 ‘낙하산’은 곤란
KT&G 임직원의 비리 사실은 엄중히 비판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 점을 고치기 위해 다시 ‘정부의 감시를 받는’ 기업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주장은 참으로 이상한 결론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는 CEO 자리에 정권의 ‘낙하산’을 내려보내겠다는 의도로 밖에 풀이되지 안된다.
KT&G는 2002년 민영화 이후 공기업 시절에 비해 괄목할만한 성장을 해왔다. 매출액은 2조 306억원에서 2015년 4조 1698원으로 105.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5863억원에서 1조3659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시가총액도 2002년 3조원에서 2015년 14조3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만약 도로 공기업으로 회귀한다면, 민간 경영을 통해 이뤄온 기업경쟁력과 경영성과가 과거로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부패한 부분은 환부를 도려내고, 처치를 통해 회복해야 한다. 잔존한 부조리와 적폐들은 윤리경영을 한층 강화하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고쳐나가야 한다. 지금의 KT&G의 문제점은 이 회사가 민영화 됐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바로 잡아야 할 것은 민영화가 아니라, ‘부패’ 자체이다. 이를 ‘민영화’ 때문이라고 진단한다면 인과관계의 심각한 오류가 있는 것이다.
◆끊임없는 낙하산 논란… 민간기업에 정치권 입김 더 이상 없어야
KT&G의 ‘낙하산 논란’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9월의 신임사장 선정 당시에도 한 외부인사가 유력후보로 거론되면서 정치권 실세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주장이 무성했다.
그가 정치권의 최고 경제실세와 같은 외국대학 출신이었고, 실제로 정부 상층부에서 그를 밀기도 했다는 후문에 한동안 시끄럽기도 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장후보 추천위원회는 낙하산 CEO를 막아내고 내부 출신 사장을 선정했다고 한다.
KT&G 이사회는 최근 내부 감사 기능 강화 및 독립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회사 윤리경영감사 조직을 이사회 內 감사위원회 직속 체제로 전환('16년 2월)하고, 조직별 업무 및 예산 등 현황에 대한 업무보고를 수시로 실시('16년 총 6회)하는 등 실질적인 감사 기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 민영화로 부패했다”주장은 어불성설
이미 민영화된 기업, 그것도 외국인 투자비율이 절반을 넘어서는 회사의 최고경영자 선임이 정부 입김에 휘둘리고, 그 여파로 최고경영자가 검찰 수사까지 받아야 하는 상황은 너무 구시대적이다.
올바른 치료는 올바른 진단에서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민영화가 문제의 원인이라는 식의 ‘오진’은 큰 피해를 부를 수 있다.
검찰의 수장이라는 김수남 검찰총장도 ‘환부를 도려내는’ 수사를 강조해왔다. 세계 5위 담배기업으로 성장한 회사를 자칫하다 우리 정부가 스스로 망가뜨리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다.
정확한 환부가 아닌 ‘심장’이나 ‘뇌’를 마구잡이로 건드린다면 환자는 다시 소생이 불가능하다. 함부로 칼을 들이대는 것에는 득보다 실이 큰 이유다.(서울=포커스뉴스)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kt&g 서울사옥(서울=포커스뉴스) 광고기획사에서 뒷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는 백복인 KT&G 사장이 영장실짐심사를 받기 위해 3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2016.03.31 양지웅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