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테디베어' 진흙탕 소송전…한류스타·전직 고위공무원 등 피해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20 16: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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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테디베어 선구자, 원명희‧김효영…동료에서 적으로

테디베어 '대모' 원명희, 명예훼손으로 집행유예 2년

'미다스의 손' 김효영, 작품 몰래 쓰다 벌금 200만원

한류스타 S씨 투자손실 수억원…전직 고위 관료, 언론사 대표도 포함
△ [그래픽] 남자 몽타주

(서울=포커스뉴스) 곰 인형 테디베어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다. 테어도어 루즈벨트 미국 26대 대통령의 애칭인 '테디'를 따온 이 이름은 새끼 곰 사냥을 거부한 루즈벨트 대통령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장난감 공장 등 모든 소비재공장이 군수품 공장으로 전환됐던 2차세계대전은 간단한 손바느질로 만들 수 있었던 테디베어가 크게 사랑받는 계기가 됐다. 테디베어는 단순한 곰 인형이 아닌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장난감으로 자리잡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 테마박물관, 병원, 골프장, 유명인 인형까지 테디베어를 기반으로 한 각종 상품들이 만들어지면서 하나의 문화콘텐츠로 자리 잡게 됐다.

그런데 최근 테디베어 문화를 국내에 정착·발전시킨 두 사람이 진흙탕 법정소송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때 동고동락했던 두 사람은 현재 서로를 고소·고발하며 법정서 마주하는 처지에 놓였다.

수십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했고 한류스타 S씨도 5억원 이상의 손해를 입었다. S씨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전직 고위 관료 J씨, 유명 언론사 대표 H씨 등도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 테디베어 선구자 원명희‧김효영…동반자에서 적으로

한국테디베어협회 원명희(53·여) 회장과 테디베어그룹 김효영(42) 대표의 만남은 2004년 시작됐다.

지인의 소개로 만난 두 사람은 2012년까지 전국 곳곳에 테디베어 문화를 전파했다. 2004년 분당 테디베어 캐슬을 시작으로 2007년 제주도 애월읍 테디베어 사파리, 2008년 제주 애월읍 제주 테지움, 2009년 경주 보문단지 테디베어 박물관 등 수많은 박물관을 여는 데 힘을 모았다.

각종 전시회 개최와 사회적 활동에도 함께했다. 원 회장은 디자인과 개발을, 김 대표는 실질적 운영을 맡았다.

테마박물관인 테지움(TESEUM)의 인기는 선풍적이었다. 매년 수십억의 수익이 발생했고 수백억의 자산이 생겼을 때도 있었다고 두 사람은 전했다. 제주, 경주, 담양에서 큰 성공을 거둔 두 사람은 대천, 부산에까지 사업 확장을 계획했다.

사달은 2012년에 났다. 대천‧부산 사업을 진행하다 갈등이 생겼다. 원 회장이 김 대표를 횡령으로 고소했고 김 대표도 원 회장을 횡령, 업무상배임, 무고, 특수절도 등 혐의로 고소장을 접수했다. 이 과정에서 김 대표는 원 회장에게 대부분 회사를 넘기기도 했다.

원 회장은 "김 대표가 사업을 방만하게 운영해 명의신탁 해놓았던 모든 회사주식을 돌려받고 포기각서를 받았다"는 입장이고 김 대표는 "원 회장이 거짓말로 포기각서를 받아냈다"고 주장했다.


◆ 테디베어 '대모' 원명희, 명예훼손으로 집행유예 2년

원 회장은 1997년부터 테디베어 디자인 한 길을 걸어온 인물로 국내 테디베어 문화 전파에서 선구자적인 역할을 해왔다. 업계에서는 '테디베어 대모'라고 불린다.

그는 지난 4월 김 대표에 대한 명예훼손 건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원 회장은 2011년 경주와 부산의 공사를 위해 대천테지움 투자 자금 8억원을 끌어다 썼는데 이 과정에서 대천 투자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이자가 제때 지급되지 못했다. 원 회장은 당시 투자자들에게 "대천과 경주의 이사로 재직했던 김효영이 돈을 횡령해 돈을 지급할 수 없다"는 취지의 말과 확인서를 작성해 줬다.

법원은 원 회장이 허위사실로 김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원 회장은 김 대표로부터 수시로 보고받았고 자금 운용도 상의해 진행된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대천 자금이 경주로 흘러간 이유', '경주의 부실운영 이유' 등을 추궁하자 이를 모면하기 위해 김효영이 자금을 횡령했다고 변명했다"고 지적했다.

원 회장은 즉각 항소해 다시 재판을 받고 있다. 법원이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판단을 내렸다는 이유다. 원 회장은 직원 임금체불과 관련해 두 차례 벌금형 받기도 했다.

이에 대해 원 회장은 "김 대표에게 맡겨놨던 사업체들을 부실운영을 이유로 돌려받으면서 그 책임까지 떠맡게 된 사건들"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김 대표가 제기한 형사고소 사건 9건 중 실제 공소가 제기된 사건은 1건에 불과하다"면서 "남은 1건도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 '미다스의 손' 김효영, 원명희 작품 몰래 쓰다 벌금형

정치권과 연예계에 마당발이었던 김 대표는 사업수완도 뛰어났다. 훤칠한 키에 잘생긴 외모, 말까지 잘했던 김 대표는 테디베어 관련 사업체를 속속 늘리면서 큰 성공을 거뒀다. 원 회장도 김 대표를 '열심히 일했고 머리도 똑똑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원 회장과 이별하고 테디베어그룹을 만든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저작권법 위반 혐의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 받았다. 그룹홈페이지에 원 회장이 만든 테디베어 사진들을 게시했다는 이유에서다.

재판부는 "원명희의 미술저작물들을 마치 그룹의 미술저작물인 것처럼 무단으로 게시해 원명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원 회장과 함께 만들었던 작품들인데 원 회장이 일방적으로 저작권을 등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지난 1일 항소했다.

김 대표는 최근 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등 혐의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2012년 6월 원 회장 측에 주식 전부를 양도했음에도 2013년 9월 '원명희가 해임됐고 김효영이 이사로 선출됐다'는 내용의 거짓 임시주주총회의사록을 작성한 혐의다.

김 대표는 허위로 작성한 문서를 가지고 법원 등기소에 등기부를 등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법정에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은 피했다.


◆ 한류스타 S도…투자자들 수십억 피해

두 사람의 갈등으로 피해자들도 속출했다. 한류스타 S씨는 부산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5억원을 날렸다. 총투자금액이 6억3000만원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돌았다.

S씨 외에도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전직 고위 관료 J씨, 유명 언론사 대표 H씨 등 6명도 대천테지움 사업에 뛰어들었다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 일부는 두 사람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언하는 수고를 해야 하기도 했다. 현재 대천테지움은 1층 철골 형태만 유지한 채 흉물스런 모습으로 남아 있다.

S씨의 소속사 대표는 "적지 않은 돈을 투자했다"며 투자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박물관이 들어설 부지, 인형 물품 대금 등 많은 돈이 필요했지만 예상보다 투자금이 모이지 않았다"면서 "그 과정에서 S씨가 투자한 돈들은 써서 없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보설정 문제로 법적 갈등이 있지만 저희는 '투자실패'라고 생각한다"며 "매달 조금씩 손실액을 상환받고 있고 두 사람의 법적 갈등에서 S씨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 치유와 희망 '테디베어'…갈등 해소(解消)는 절망적

치유와 희망을 상징하는 테디베어와 달리 두 사람의 갈등 해소는 절망적이다.

현재 법원에서 진행 중인 재판은 손에 꼽을 수 있지만 수십개의 소송이 촉발될 가능성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검찰에 계류돼 있거나 불기소 처분된 사건 중 '항고'된 사례도 상당하다.

김 대표는 "원 회장과 관련된 중요 인물이 현재 등장하지 않고 있어서 불기소 처분 된 사건들이 있다"면서 "끝까지 밝혀내 사실관계를 분명히 하겠다"고 말했다.

원 회장은 "김 대표로부터 수 십건의 고소‧고발을 당했지만 여태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면서 "최근 모든 사건을 한 변호사에게 일임해 종합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을 가까이서 지켜본 한 업계관계자는 "두 사람은 저작권이나 경영권을 두고 다툰다기 보다는 오래된 감정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라며 "오랜 동료가 법정에서 마주한 상황을 상상하니 참으로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편, 테디베어는 특정한 디자인도, 이름에 대한 상표권도 없는 보통명사다. 누구나 테디베어를 이용해 사업을 할 수 있다. 제주 테디베어뮤지엄 등 ㈜제이에스앤에프(JS&F)가 운영하는 각종 시설들은 이 사건과 별개다.<사진출처=테디베어사파리 홈페이지 갈무리, http://teseum.net/teseum_jeju/explore><사진출처=한국테디베어협회 홈페이지 갈무리><사진출처=테디베어그룹 홈페이지 갈무리>2015.08.26 이희정 기자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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