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굿바이 싱글' 김혜수 "이름이 주는 부담감? 그 이름이 뭐라고?"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9 07: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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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딱서니 없는 톱스타 '고주연' 역 "공감 의지 있는 인물…사회에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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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데뷔 30년 차. 인생의 반 이상을 배우로 살아온 김혜수가 '여배우'를 연기했다. 영화 '굿바이 싱글'에서다. 김혜수표 '여배우'는 어떨까?

"제가 여태껏 맡은 역 가운데 단연 철딱서니 없는 역이에요." 김혜수는 극 중에서 맡은 역을 이렇게 설명했다. 정말 그랬다. '굿바이 싱글'은 진짜 내 편 만들기에 나선 톱스타 고주연이 어린 미혼모를 만나면서 대국민 임신 사기극을 펼치는 내용이다.

그가 맡은 고주연은 '철없는 여배우'의 전형이다. 보통 한 대만 맞는 필러를 세 대나 맞아서 입술이 퉁퉁 붓기도 하고, 부은 입술을 하고서도 아들뻘 남자친구에게 키스를 퍼부으며 "느낌이 다르지 않냐"고 물어보는 황당한 인물이다.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혜수는 짧은 머리에 모자를 눌러쓰고 회색 티셔츠를 입은 소탈한 차림새였다. 발랄한 역할을 해서일까, 밝게 웃는 특유의 표정이 유난히 빛났다. "어둡고 무거운 영화를 하면 저도 따라가게 되죠. 영화가 경쾌하니까 부담을 덜 갖고 얘기하는 것 같아요."

'시그널', '차이나타운' 등 묵직한 분위기의 전작을 떠올리게 되는 발언이다. 그는 전작에서 사랑하는 연인을 잃은 형사, 차이나타운의 여자 두목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무거운 거 하다가 가벼운 거 해보자고 한 것은 전혀 아니에요. 장르 때문에 작품을 선택하진 않아요. 제일 중요한 것은 하고자 하는 얘기가 뭔가 하는 거죠."

그는 이어 코믹극인 '굿바이 싱글'과 고주연이란 인물을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다. "의지가 있는 배역을 좋아해요. 고주연은 기본적으로 타인의 결핍이나 약점에 대한 공감할 의지가 있는 여자에요. 자기 스스로도 결핍이 있어요. 여배우란 화려한 직업을 가졌는데도 이면은 공허한 사람이죠."


김혜수가 '결핍과 공감'이 두드러진 캐릭터를 고른 이유는 뚜렷했다. 팍팍한 세상살이에 지친 대중에게 진심으로 따뜻한 얘기를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우리 영화가 소재로 삼은 것들은 사회에서 외면할 수 없는 한 부분이에요. 영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진심이 반짝 빛나는 것이 느껴졌어요. '진짜' 이야기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너무 따뜻하고, 요란하지 않았어요. 그 점이 좋았죠."

결국 김혜수표 '코믹' 여배우 연기는 진짜 웃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 따뜻함을 전달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다. "영화를 보면서 웃고 지나가는 와중에 '아, 나 외롭지. 조금이라도 돌아볼까, 손 내밀어 볼까?'하는 용기도 생기게 되고, '사회적으로 이런 문제들도 있었지'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지점이 있어요. 요절복통 웃기려고만 만든 영화가 절대 아니에요."

여배우란 직업을 연기하는 점이 어려웠을 법도 하다. "고주연이 여배우 전체를 대변한다는 느낌 자체가 없었어요. 진짜 그냥 캐릭터로만 만난거죠. 그래서 관객이 여배우를, 김혜수를 오해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은 아예 없이 재미있게 연기했어요." 여유가 넘치는 답변이었다. '김혜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 말고, 실제 배우로서의 삶을 사는 그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다. 그런데 김혜수는 "배우가 차지하는 영역이 내 삶에서 엄청나게 크다"고 답했다. 그는 담담하게 "전 워낙 이 일을 일찍 시작했잖아요. 이 일을 하면서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성장했어요. 어릴 때는 일과 나를 분리시키려고 노력했는데, 그게 무의미하단 걸 알았어요"라고 설명했다.

혹시나 김혜수란 이름이 부담감을 주지는 않냐는 질문에 그는 단박에 "없는데요? 그 이름이 뭐라고?"하며 호탕하게 웃어 보였다.

그에게는 여유를 넘어 달관의 태도가 보였다. "어릴 때 우연히 배우를 하게 된 건데 시간이 많이 흘렀죠. 사실 '이 일은 나랑 안 맞고 자질도 없는 것 같은데'란 생각을 한 적은 있어요. 너무 버겁죠. 촬영 현장에서도 다들 저한테 선배님 선배님 하잖아요. 그렇다고 해서 부담감만 느낀다면 뾰족한 답이 없어요."

'배우'란 정체성이 확립되니 타인의 반응에 흔들리는 일도 적어졌다. "저랑 대중은 사적으로 만나는 관계가 아니잖아요. 그분들이 절 비판하거나, 좋아하거나 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그러잖아요. 제가 그걸 어찌하려고 발버둥 칠 필요는 없죠."

'굿바이 싱글' 개봉을 앞두고도 부담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단다. "열심히 찍었고, 개봉하고, 그다음은 그냥 흘러가는 거에요. 어쩔 수 없죠.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마음만 갖고 있어요."

'굿바이 싱글'은 오는 29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배우 김혜수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배우 김혜수 <사진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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