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잠룡(潛龍)들의 '영남권 신공항'…편 들거나, 발 빼거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7 16:4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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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김무성·안철수·손학규 '중립적 반응'

문재인, 가덕도 vs 김부겸, 밀양
△ [그래픽]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서울=포커스뉴스) '영남권'신공항 입지 선정 결과 발표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밀양'을 지지하는 대구·경북·경남·울산과 '가덕도'를 지지하는 부산간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신공항이 지역간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영남권 의원들도 분열됐다.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대구시당 및 부산시당은 각각 자당에 밀양, 가덕도 유치를 도와달라 요청하기도 했다. 영남권 지역구 의원들에게 신공항은 오히려 지역 민심을 모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청와대 및 정치권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말 한마디가 자칫 과열된 경쟁에 기름을 붓고 정치적 입지까지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13 총선 과정에서 '친박계' 조원진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밀양 선정을 암시하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대권 잠룡들은 이같은 이슈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어느 한 지역이 아닌 전국구 단위의 지지를 끌어모아야 하는 대권 잠룡들에게 신공항은 대권 가도의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다.

◆ '밀양 vs 가덕도' 불똥 튈라…한발 빼기

대권 잠룡들은 모든 지역의 표심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구에 유리한 발언을 하기 어렵다. 자신의 지역구가 연관된 문제라도 섣불리 의견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대권 잠룡들은 신공항 문제에서 '한 발을 빼는' 경우가 많다.

신공항 부지로 밀양을 밀고 있는 대구의 유력 대권주자는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다. 이번 20대 국회까지 내리 4선을 한 유 의원은 새누리당 내 대표적 비박계로 지난 19대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대권 주자로 떠올랐다.

그는 최근에는 신공항 위치에 관해 구체적인 언급을 삼가하고 있지만, 2010년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었을 때 신공항의 밀양 유치를 적극적으로 주장했었다.

이에 맞서는 부산의 유력 대권주자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다. 새누리당의 당대표였던 김 의원은 4·13 총선 참패의 책임을 지고 당대표직을 내려놨다. 그러나 아직도 김 전 대표는 새누리당의 유력한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다.

김무성 전 대표는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 후보 지원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 부지에서 현장최고위원회를 열어 역풍을 맞았다. 때문에 김 전 대표는 이후 대구·경북·경남·울산지역에 사과해야만 했다. 또 정부의 용역 결과 발표가 나올 때까지 당내에서 신공항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후 김 의원은 지금까지 가덕도에 대한 명확한 지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여권 뿐만 아니라 야권의 잠룡들도 신공항과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기를 꺼리고 있다.

야권의 유력한 대권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는 지난달 23일 부산상공인 간담회에서 "신공항은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고 했을 뿐 특정 지역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는 않았다.

또 다른 야권의 잠룡인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역시 신공항이 지역간 갈등으로 비화될 것을 염려했을 뿐, 아직까지 부지 선정에 대한 의견을 드러낸 바는 없다.


◆ '밀양 vs 가덕도'…표심 몰이

대권 잠룡으로서 지역간 경쟁 이슈에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는 것이 안전한 길이지만, 오히려 역풍을우려하기보다 명확한 의사를 표현해 원하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고 자신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는 경우도 있다.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최근까지도 부산 가덕도에 대한 지지 의사를 표명해왔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28일 더민주 부산시당 가족 산행 행사에 참석해 '시민과 더불어! 가덕신공항 유치'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또 문 전 대표는 총선 직전이던 지난 4월11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에 출마한 배재정 후보 지원 유세에서 "PK(부산·경남)에서 더민주 소속 후보가 당선이 되면 박근혜 정권이 깜짝 놀라 동남권 신공항을 즉각 추진할 것"이라며 "부산과 경남, 울산에서 더민주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책임지고 박근혜 정부 임기 내 동남권 신공항을 착공시키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이 덕분인지 부산지역에서만 5명의 더민주 의원이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야권 불모지였던 대구에 야당의 깃발을 꽂으며 단숨에 대권주자로 떠오른 김부겸 더민주 의원 역시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민심을 의식해 밀양을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

김 의원은 또 가덕도를 지지하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정치 지도자로서 신중하게 처신하라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최근 차기대권 관련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는 반기문 UN 사무총장은 '예상대로' 그 어떤 언급도 한적이 없다.(서울=포커스뉴스) 국토교통부가 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 의뢰해 24일께 발표되는 '동남권 신공항 사전 타당성 검토 연구 용역' 결과에 신공항 후보지 밀양과 가덕도를 사이에 두고 영남권이 들썩이고 있다. 2016.06.16 김일환 기자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출처=포커스뉴스 DB>좌측부터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출처=포커스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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