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PK, 두 동강 난 새누리당 '텃밭'…정계개편 시나리오까지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7 16: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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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부산·대구 의원들, 정진석 원내대표 찾아 '당부'

서병수 "보이지 않는 손"…홍준표 "부적절"

패배한 여권 일부 이탈 가능성…정계개편으로 이어지나
△ 생각 많은 與

(서울=포커스뉴스) D-7. 오는 24일로 예정된 정부의 '영남권 신(新)공항' 입지 선정 발표를 일주일 앞두고 여권의 텃밭인 영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특히 발표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진동의 강도가 더해져 발표 직후엔 아예 두 개로 쪼개져버릴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똘똘 뭉쳤던 영남권이 분열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바로 '신공항 유치' 때문. 영남의 두 축 가운데 하나인 TK(대구‧경북)가 신공항이 들어설 적격지로 경남 밀양을 꼽은 반면, PK(부산‧경남)는 부산 가덕도를 밀면서 두 지역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밀양과 가덕도 중 어느 한곳으로 최종결정이 나더라도 사실상 여권 분열을 피할 수 없을 거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제발 정치권은 개입하지 말아 달라"는 지방자치단체들의 간절한 호소에도 불구, 공항 유치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최고점을 갱신하고 있어서다.

심지어 신공항 입지가 발표되면 유치에 실패해 타격을 입은 여권 일부 인사들이 떨어져 나와,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계개편이 본격화될 수도 있단 정계개편 시나리오도 속속 나오고 있다.

◆ 새누리당 부산·대구 의원들, 정진석 원내대표 찾아 '민원'



신공항 유치를 둘러싸고 여의도가 분주해지기 시작한건 용역 발표를 20여일 앞둔 6월 초. 새누리당 소속 부산‧대구 지역 의원들이 지난 1일과 2일 각각 정진석 원내대표를 방문, '공정한 평가'를 당부하면서다.

한 발 먼저 움직인 건 부산 쪽. 새누리당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세연 의원(부산 금정)과 조경태 의원(부산 사하을)은 1일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과 함께 국회에 방문, 정 원내대표와 만나 "(용역 절차가)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돼야 한다. 이를 철저히 준수해달라"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전문가 자문회의에서 공정성‧객관성이 일부 무너지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됐다"며 이같이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부산지역 야당 의원들과의 공조와 관련, "그동안 별도로 만나는 일은 없었지만 필요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면서 "공정성과 객관성이 훼손됐다고 판단되면 야당과 연대를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특히 면담을 마치고 나온 김세연 의원은 지역 간 유치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에 "조원진 의원의 '선물보따리' 발언 때문에 (이번 사안이) 촉발된 것"이라며 조 의원에게 책임을 돌렸다.

앞서 조원진 의원은 지난 3월29일 4‧13 총선 선거운동 도중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에 선물보따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해 대구가 밀고 있는 경남 밀양에 신공항이 유치될 것을 암시했다는 해석을 낳은 바 있다.

이날 면담에서 정 원내대표는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취지로만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이번엔 새누리당 대구 지역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를 찾아갔다.

부산 의원들이 다녀간 지 하루만인 2일 새누리당 대구시당 위원장인 윤재옥 의원(대구 달성을)을 비롯한 조원진(대구 달성병)·김상훈(대구 서구) 등 대구 의원들은 곧바로 국회 내 원내대표실에 방문, 부산 의원들의 선제적인 조치에 맞불을 놨다.

윤재옥 의원은 면담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공정하게 얘기를 해서 결정할 수 있도록, 밀실 경쟁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가 됐으니까 그것을 당 차원에서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말하려고 왔다"고 방문 취지를 밝혔다.

이후 이들은 20분여간 정 원내대표와 비공개 대화를 한 뒤, "원내대표께서 저희들의 입장을 이해하셨다. 정부의 용역 결과를 따지면서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잘 지킨다는 그런 입장"이라고 내용을 전했다.

또 전날 부산 지역 의원들이 정 원내대표와 만나 용역의 공정성을 지적한 것에 대해 "어떤 것으로 그렇게 얘기하는지 모르겠지만 근거를 가지고 공정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 서병수 "보이지 않는 손" 주장에 홍준표 "부적절"


부산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협의를 중앙정치 무대인 서울 여의도에서 개최해 정부를 압박하고 나선 것.

새누리당 부산시당과 부산시 관계자들은 지난 8일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첫 당정협의를 개최하고 '가덕도가 신공항 적격지'란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날 부산시당 위원장인 김세연 의원은 모두 발언에서 "새누리당이 신공항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한다면 부산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완전한 지지철회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며 "우리가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거기에 맞게 대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서병수 부산시장 역시 "합리적으로 객관적인 평가 기준에 따라 오로지 경제원리에 의해 평가를 한다면 틀림없이 가덕도에 공항을 지어야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라고 주장했다.

또 "밀양보다 더 수용력이 크고 앞으로 확장 능력이 훨씬 더 많은 것이 가덕도"라며 가덕도의 장점을 한껏 치켜세웠다.

아울러 김세연 의원은 협의가 끝난 후 브리핑에서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신공항 용역이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진행되지 않으면 5개 시‧도지사간 합의를 존중하기 어렵다"며 공정한 용역을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도 단체장(서병수 부산시장‧홍준표 경남지사‧김기현 울산시장‧권영진 대구시장‧김관용 경북지사)은 신공항 용역 시행과 관련, 공정하고 객관적인 사전타당성 검토를 촉구하며 △외국기관에 의뢰 △1년 이내 용역기간 △유치경쟁 지양 등을 합의한 바 있다.

또 '정부가 밀양으로 결정하면 불복종하겠다는 얘기가 나왔느냐'는 질문에는 "그런 표현을 쓴 것은 아니"라면서도 "저희가 주장하고 요청하는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용역"이라고 했다.

그러자 이번엔 서병수 부산시장을 제외한 4개(대구‧울산‧경북‧경남) 시‧도 단체장이 부산을 향해 견제구를 던졌다.

네 사람은 지난 14일 오후 밀양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 백년대계를 위해 추진해온 남부권 신공항이 일부 정치인들의 무책임한 개입과 지역 간의 갈등 조장으로 또 다시 무산될지도 모를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 약속대로 이행하자"고 촉구했다.

또 서 시장이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공정성에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홍 경남지사는 "부산시장은 친박 중에서도 최측근"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손을 운운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이어 "아직 용역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는데 (서 시장은) 어떻게 그 내용을 알고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나는 경남지사 선거 당시 신공항 유치에 대한 공약도 언급도 한 적이 없고, 밀양 유치에 대한 주장도 한 적이 없다"고 서 시장을 정면 겨냥했다.



◆ 패배한 여권 일부 이탈 가능성…정계개편으로 이어지나

이처럼 부산과 대구 지역 정치권과 지자체는 신공항을 유치하기 위한 막판 총력전에 가세하고 있다. 특히 신공항 유치에 '시장직'을 건 서병수 부산시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 뛰고 있는 모양새다.

서병수 시장은 17일 BBS라디오 '고성국의 아침저널'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부산 가덕도에 신공항이 유치되지 않으면 시장직을 그만두겠다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며 ”시장선거 때 공약을 했었고 시장이 된 뒤에도 시민들에게 한 중요한 약속"이라고 재확인했다.

그는 "(입지 선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과정을 거쳐 결정되지 않아 결과가 잘못돼 나왔을 경우에는 그것을 고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면서 "시장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책임을 져야 된다"고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처럼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는 TK와 PK간 갈등 속에서 만약 경남 밀양이나 부산 가덕도 중 한 곳에 신공항 유치가 결정된다면, 경쟁에서 패한 지역의 일부 인사들이 여권에서 이탈해 야권에 합류하거나 제3의 정치세력이 될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러한 시나리오는 TK보단 PK 지역에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년 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야권 대선주자들이 모두 '부산' 출신이기 때문. 또 상대적으로 '느긋한' 밀양과 달리 부산이 '전력질주'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밀양의 우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한편, 정부는 "지역간 갈등 고조로 신공항 계획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우려와 관련, 현재 진행 중인 용역 조사가 완료되는 즉시 최종 발표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 발표에 따른 후폭풍이 우려되긴 하지만 이미 신공항의 경제적 타당성을 인정한데다 관련 지자체장들도 선정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서명했기 때문에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는 것.

이와 관련해 서병수 부산시장은 "20일쯤 용역 결과가 국토부 장관의 손에 들어간다고 알고 있다"고 말했다.

어느덧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영남권 신공항' 입지선정 용역 결과 발표. 치열하게 경쟁을 벌여온 밀양과 부산, 과연 어느 지역이 최종적으로 웃을 수 있을지, 또 이번 결정이 차기 대선과 정치권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정진석(가운데)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김해공항가덕이전시민추진단과의 면담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부터 김세연 의원, 정 원내대표, 조경태 의원. 2016.06.01 박동욱 기자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열린 20대 총선 대구지역 당선 의원들과의 오찬에 참석해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왼쪽부터 추경호, 곽대훈, 최경환, 윤재옥 의원. 이날 오찬에는 곽대훈, 곽상도, 윤재옥, 정태옥, 추경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2016.06.02 박동욱 기자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부산광역시 당정 협의'에 참석해 모두발언 하고 있다. 이날 부산지역 새누리당 의원 및 부산광역시 관계자들은 당정협의를 통해 가덕신공항 유치와 조선-해양산업 위기 극복에 대한 대책 의견을 교환 했다. 2016.06.08 강진형 기자 새누리당 부산시 당 위원장인 김세연(오른쪽) 의원과 서병수 부산광역시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새누리당 부산시당-부산광역시 당정 협의'에 참석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6.06.08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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