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전문가 통한 노동상담 '다양'
당사자의 권리구제 요청과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 중요
"사용자에게는 경고, 노동자에게 희망 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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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당.jpg |
(서울=포커스뉴스) "권리는 스스로 찾지 않으면 아무도 찾아주지 않는다."
걸그룹 출신 가수 겸 배우 혜리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알바당'을 창당하면서 이렇게 외쳤다. 광고 문구에 불과할지 모르는 이 말이 박모(24)씨의 몸과 마음을 움직였다.
시급 5800원짜리 편의점 알바를 하던 박씨는 지난 5월 '최저임금 받을 권리'를 지키기 위해 청년들의 노동조합을 자처하는 시민단체 청년유니온을 찾았다. 박씨는 이 단체 근무자에게 1차 상담을 받고 단체를 통해 자문변호사와 노무사를 연결 받았다.
변호사와 노무사는 최저임금법에 따라 박씨가 추가로 받아야 하는 임금을 산정한 뒤 사용자에게 알렸다. 노무사와 사용자, 박씨의 3자 대면이 두 차례 이어진 후에 박씨의 월급통장에 체불된 임금이 들어왔다.
박씨가 약 두 달에 걸쳐 쟁취한 결과다. 그는 "중간에 귀찮기도 하고 어차피 그만둘 곳인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지만 지금 내가 나서지 않으면 다음 알바생도 똑같이 최저임금을 못 받겠구나 싶었다"며 "가만 있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 최저임금·휴일수당…모두 법에 명시된 '권리'
우리 법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제도를 두고 있다.
사용자는 최저임금을 노동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거나 적당한 방법으로 노동자에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 법정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사용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상시근로자 5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1일 8시간, 1주 40시간 초과해 근로할 수 없다. 당사자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이때 사용자는 추가 근로에 대한 수당을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하루 8시간을 초과한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기본 시급의 1.5배를 가산해 받을 수 있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근로한 것에 대한 것은 기본 시급에서 0.5배를 더 받을 수 있다. 일요일을 포함해 법으로 정한 공휴일에 일했다면 휴일근로에 해당한다. 8시간 근로한 것에 대해 기본 시급의 1.5배를 받는 것이 맞다.
노동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것 중 하나로 주휴수당이 있다. 한 주 동안 빠짐없이 일한 노동자는 하루는 돈을 받으며 쉴 수 있다. 주15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면 모두 주휴수당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사용자가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위 사항들을 위반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모두 임금체불로 노동청이나 각 지자체에 있는 고용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신고 과정에서 사용자와 작성한 근로계약서는 권리구제를 위한 중요한 자료가 된다. 근로계약서에는 임금과 지급방법, 근로시간, 휴일, 업무내용 등이 명시돼야 한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사업주는 기간제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 뭉치면 알바도 '갑이다'
권리 구제를 받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다. 법에 명시된 최저임금도 안 지킨 사업장에서 노동자인 '을'의 요구가 받아들여지기도 쉽지 않다. 이럴땐 관련 시민단체를 찾아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방법이다.
저임금 노동이 심각한 아르바이트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경우엔 청년유니온과 알바노조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청년유니온은 현재 온·오프라인에서 노동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임금 위반 사례가 접수되면 단체의 노동담당 관계자가 먼저 사태 파악에 나선 뒤 이곳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변호사와 노무사의 도움도 받을 수 있다.
알바노조도 '알바상담소'를 통해 임금체불, 부당해고, 산업재해 등의 상담을 운영한다. 노동자의 권리 구제뿐 아니라 청년들을 대상으로 노동법, 근로기준법 등을 교육하기도 한다.
'노동권' 개념이 취약한 10대 노동자들만을 위한 상담소도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공인노무사회가 운영하는 청소년근로권익센터다. 이곳에서는 만 24세 이하 청년들의 노동상담을 진행한다.
공익 노무사들이 1차적으로 상담을 해주고 문제가 심각할 경우엔 사업장 관할 지역의 공익 노무사와 피해자를 연결해 준다. 노무사는 피해자를 대신해 고용부에 위반 건수들을 모아 진정을 접수하는 등 적극적인 권리 구제를 위해 발벗고 나선다. 이 과정에서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무료다.
관련 절차가 여전히 복잡하다고 생각되면 국번없이 1350에 전화하는 방법도 있다.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노동상담센터로 연결돼 전문가와의 상담 서비스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
◆ 권리구제 위해선 고용관계·근로시간 입증이 중요
내 권리를 구제받는데 모든 걸 전문가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 청년유니온은 권리구제를 받기 위해 이것만은 챙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먼저 사용자와의 고용관계가 입증돼야 한다.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의 경우 대부분 근로계약서 작성 규정도 지키지 않는 곳이 많기 때문에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입증하는 데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사용자에게 급여받을 때 이용한 통장의 사본이 고용관계를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다.
또 일정한 기간 꾸준히 근로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일터로 이동할 때 썼던 교통카드 내역은 지속적으로 출퇴근했다는 것을 입증할 만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평소 사용자와 주고받은 스마트폰 메시지도 향후 고용관계와 노동실태를 파악하는 데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니 저장해 두면 좋다.
마지막으로 피해 당사자가 위반사항을 알리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한국공인노무사회 관계자는 "노동상담 후 문제해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과정도 복잡해 중간에 그만두겠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저임금이 일상에서 현실화되기 위해선 당사자의 적극적인 권리구제 요청뿐 아니라 법 위반 사업장에 대한 정부의 관리·감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저임금 미만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들은 생계형 일자리에서 근근하는 경우가 많다. 권리 구제를 받을 때까지 기다리기엔 당장 생계가 막막해지고 또 신고한 뒤에 되려 일자리를 잃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때문에 정부가 상시적으로 사업장 관리 감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위반 사업장을 적발하면 일벌백계해 잘못하면 처벌받는 것을 명확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사용자에게는 경고를, 노동자에게는 희망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아르바이트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업체 알바몬의 광고 영상 갈무리. <사진출처=알바몬>청년·비정규직 노동자들이 8일 오전 서울 연세대학교 교정에서 최저임금 1만원 인상을 주장하며 행진하고 있다. 박지선 기자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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