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가족 목숨 앗아간 '음주운전 사망사고'…칼빼든 검찰과 법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5 18: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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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음주운전 사망사고 양형기준 강화키로
△ 혈줄알콜농도 측정하는 경찰

(서울=포커스뉴스)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음주운전 교통사고로 일가족 3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진 가운데 검찰과 법원 모두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에 대해 엄한 잣대를 대겠다는 방침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이종근)는 최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된 A(71)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10년을 구형했다.

A씨는 지난 3월 26일 낮 12시40분쯤 경기도 화성시 서신면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승용차를 몰고 가던 중 오토바이 운전자 B(39)씨를 들이받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 수치는 면허취소 수준을 크게 넘어서는 0.213%로 조사됐다.

검찰은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만취 상태였던 A씨는 사고 직후 바닥에 쓰러진 B씨를 80m가량 끌고 가 결국 사망에 이르게 했다"면서 "이는 불특정 국민을 상대로 한 '동기 없는 살인'과 다름없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검찰의 구형은 지난 4월 25일 경찰과 함께 마련·시행 중인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방안에는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해 법정형이 중한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을 적극 의율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 실형 '위험운전치사상죄'

특가법에 명시된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해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3000만원의 벌금,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를 과실범이 아닌 고의범으로 보겠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지난 2007년 12월 신설된 위험운전치사상죄는 사망사고를 낸 음주운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실형 선고를 내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수원지법은 지난 2009년 1월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씨에게 징역 1년6월을 선고한 바 있다.

박씨는 지난 2008년 8월 경기도 화성시의 한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80% 상태로 운전을 하던 중 마주오던 승용차를 들이받은 뒤 인도로 돌진해 승용차 운전자를 크게 다치게 하고 인도에 앉아있던 노인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박씨가 사망한 피해자의 유족들과 합의를 했지만 위험운전치사상죄를 인정해 실형을 선고했다.


그러나 위험운전치사상죄 신설에도 정작 음주운전 사망사고 가해자에 대해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따른 실형 선고는 3건 중 1건가량에 불과하고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되고 있다.

그나마 실형이 선고되더라도 상습 여부가 인정되거나 음주측정 거부 및 뺑소니 등이 경합된 경우가 대다수다.

춘천지법은 지난 2월 특가법 위반(위험운전치사상)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허모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바 있다.

허씨는 지난해 11월 오전 강원도 춘천시 효자동의 한 도로에서 폐기물 수거·운반 화물차를 들이받아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김모씨를 숨지게 하고 김씨의 형을 크게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허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57%에 달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허씨가 피해자 및 유족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 음주운전 사망사고 근절 위해 칼 빼든 검찰

위험운전치사상죄에 따른 엄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감소세를 보이던 음주운전 사망사고도 다시 주춤거리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지난 2012년 815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592명으로 매년 100명 안팎씩 줄었지만 지난해에는 583명으로 9명 줄어드는데 그쳤다.


이에 따라 검찰은 경찰과 함께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을 몰수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음주운전 근절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에는 △음주운전 단속 강화 △음주운전 동승자 등에 대한 적극적인 형사처벌 △상습 음주운전자 등의 차량 몰수 등이 주요 골자로 담겼다.

무엇보다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처리기준 강화가 눈여겨볼 부분이다.

검찰은 음주운전 교통사고에 대한 사건처리기준을 재정립하고 구형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로운 사건처리기준은 처벌정도를 세분화·등급화하고 주요 가중·감경 요소를 합리적으로 반영해 구형 범위를 산출하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음주운전 사망사고의 경우 징역 3년 이상에 비난 가능성 등 가중요소가 있을 시 징역 5년, 다수 사망자를 발생시키는 등 범정이 중하면 징역 7년 이상을 구형하기로 했다.

◆ 법원, 음주운전 사망사고 양형기준 강화

법원 역시 음주운전 근절을 위해 관련 양형기준을 강화하고 나섰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3월 28일 제71차 전체회의를 열고 교통범죄 수정 양형기준 등을 심의·의결했다.

양형위는 회의에서 음주운전 등을 양형 가중요소로 뽑아 특별 가중인자에 추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술을 마신 운전자가 교통사고로 상해를 입힌 경우(교통사고치상)에 8월~2년인 형량범위가 8월~3년까지, 피해자가 사망했을 경우(교통사고 치사) 1년~4년6월까지 형량범위가 늘어나게 됐다.

또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친 뒤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도 최대 12년까지 처벌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양형기준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음주운전 사고에 대해 적정 형량이 선고돼야 한다는 공감대를 양형위가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검찰과 법원 모두 음주운전 사망사고 근절을 위해 칼을 빼든만큼 이번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사고를 비롯해 앞으로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이 더욱 엄격해질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 10일 인천 청라국제도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망사고와 관련해 14일 오후 9~11시 전국 1547곳에서 음주운전 단속을 벌여 총 534명을 적발했다.

단속 결과 적발된 음주운전자 중에는 면허정지 처분이 313명으로 가장 많았고 면허취소(197명), 채혈(19명), 측정거부(5명) 등이 뒤를 이었다.

또 단속에 불응하거나 음주운전을 방조하는 등 현행범으로 체포된 사람도 5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첫 시행한 4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에 적발된 시민에게 음주 측정기 테스트를 하고 있다. 2016.04.25 성동훈 기자 대검찰청과 경찰청이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음주운전사범 단속 및 처벌 강화 방안'을 시행한 4월 2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인근에서 경찰이 음주단속을 하고 있다. 2016.04.25 성동훈 기자 경찰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1~2015년) 음주운전 단속 건수는 25만 건을 웃돌고 있으며,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 발생건수도 2~3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6.04.26 조숙빈 기자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대법원. 2015.08.17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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