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이 잘 잡힌 배우가 됐으면…"
![]() |
△ [K-포토] 포즈 취하는 김태리 |
(서울=포커스뉴스) "처음인데…어떻게…타고 나셨나 봐요."
김태리가 김민희에게 하는 '아가씨' 속 대사다. 아가씨(김민희 분)을 '애기씨'로 생각했던 숙희(김태리 분)가 놀라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말은 김태리 같기도 하다. '아가씨'로 처음 장편 상업영화에 데뷔한 그 역시, 참 놀랍다.
김태리는 '아가씨'를 통해 관객과 처음 만났다. 무려 1500:1의 경쟁률을 뚫고 된 숙희였다. 시나리오를 처음 받게 됐을 때 걱정이 앞섰다. "처음 볼 때는 제가 못 할 거라 생각했어요. 아직 아무런 경험이 없는데 큰 작품은 좀 위험할 것 같기도 하고, 영화에 해가 될 것 같기도 했고요. 과연 저에게 좋은 결과가 될지, 나쁜 결과가 될지 고민이 많았죠."
결과물이 나온 지금 상황을 김태리는 "기분이 새롭고 그렇죠"라며 간단한 말로 밝힌다. "'아가씨'를 칭찬하는 말에는 솔직히 마음이 들떠요.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습니다. 일단 반응을 보며 웃고 있는 들뜬 저를 한 발 뒤에서 객관화해서 봐요. 그리고는 '뭐하는 거얏!' 하고 눈을 감죠.(웃음)"
김태리는 숙희에 대해서 "명확한 지점이 없는 아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이야기가 흘러가면서, 그때그때 숙희도 처음 느끼는 감정과 부딪혀서 싸워야 했잖아요"라고 이유를 설명한다. 부딪히며 쌓아 올려가는 캐릭터이기에 처음에는 막막했다. "숙희는 촬영장에서 만들어진 것 같아요. 촬영장에 가고, 의상 입고, 세트장에 가고, 선배님들 만나고 하면서요."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이어서 찍는 게 아니라, 순서가 뒤죽박죽 촬영하잖아요. 그런데 '아가씨'는 특히 호흡이 중요한 영화였어요. 앞과 뒤를 계속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보고 또 보고, 그래도 안 되는 건 박찬욱 감독님께 여쭤봤어요. 감정을 계속 누덕누덕 붙여가려고 노력을 많이 했죠."
김민희는 "김태리가 촬영 현장에서 흥에 겨운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김태리는 "긴장을 풀기 위해 습관적으로 좀 돌아다니고 그런 모습이 선배님들께는 그렇게 보이셨나 봐요"라고 당시를 회상한다. 사실 김태리는 현장에서 울기도 울었다. 처음으로 긴 호흡의 영화 현장에 있으면서 감정의 기복이 심했다.
"너무 답답하고 그럴 때, 몇 번 운 적이 있었어요. 다들 그러지 않나요? 정확히 딱 언제라고 꼽아서 이야기하긴 힘들어요. 제가 너무 '못하고 있다'고 느낄 때도 있었고, '괜찮아. 잘하고 있어', '너무 재밌다'고 느낄 때도 있었어요. 그런 기복이 심해지니 한 번 곤두박질치면 끝까지 내려가더라고요. 그럴 때 좀 울기도 했어요."
김태리는 '아가씨' 촬영 현장의 즐거웠던 기억 중 한 가지를 꺼냈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아가씨'의 대사를 인용해서 장난치던 때였다. "되게 사소한 순간에 치고 들어오세요. 그런데 현장에서 다들 또 그 대사가 뭔지 아시고요. 그때를 생각하면서 무대인사 때, 아가씨의 말을 인용해 '하고 많은 영화중에 하필이면 '아가씨'를 보러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어요.(웃음)"
유독 인상 깊은 대사가 많은 작품이다. 김태리가 인용한 히데코의 말은 코우즈키에게 보낸 편지에서 '세상에 많고 많은 여자 중에 하필이면 숙희를 보내줘서 약간은 고맙다'는 말이었다. 김태리는 좋아하는 대사로 "비도 오시는데"를 꼽았다. "비에게 존댓말하는 게, 옛스러우면서도 좋더라고요. 햇님, 달님이라고 하던 말을 생각하고 쓰셨다고 하셨어요."
김태리는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했다. 그는 "학교를 선택한 건, 아버지가 다닌 학교인데 운이 좋아서 제가 후배가 됐어요. 그런데 전공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더 빨리 연극 동아리 활동에 빠져든 것 같아요. 제가 지금까지 꿈이라는 게 별로 없었는데, 연기를 접하고 '이건 업으로 삼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주저하지 않고 하게 됐죠."
연극 동아리에는 연기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김태리는 "그래서 여러 가지를 엉터리로 시도했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하며 웃었다. 운동장에서 발성을 연습한다며 소리도 참 많이 질렀다. "다들 아마추어잖아요. 자기 몸에 뭐가 맞는지도 모르고 다 해보는 거죠."
일단 소리를 내는 것. 김태리에게 연기가 준 첫인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 덕분에 하고 많은 역중에 하필이면 숙희를 만나 달릴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앞으로 연기의 꿈을 잘 지켜갈 생각이다. "좀 유연하면 좋겠고, 자기 소신도 좀 있었으면 좋겠고, 중심이 잘 잡힌 배우가 됐으면 좋겠어요. '뭘 하고싶다'는 생각은 없어요. 그보다 계속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죠."(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7 김유근 기자 영화 '아가씨'에서 숙희 역을 맡아 열연한 배우 김태리. 사진은 박찬욱 감독 포토북 '아가씨 가까이' 이미지.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호필름>'아가씨'에서 사기꾼 백작과 하녀 숙희로 열연한 하정우(왼쪽)과 김태리. 사진은 '아가씨' 스틸컷.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모호필름>(서울=포커스뉴스) 7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영화 '아가씨'의 배우 김태리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6.06.07 김유근 기자
[저작권자ⓒ 부자동네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