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은 월급 위해 중소기업 사표…대기업 입사 목표"
경총 "대졸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1년 내 퇴사"
일단 취업한 뒤 재도전하는 '취업 반수'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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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 신입사원 채용실태 |
(서울=포커스뉴스) 청년실업이 사상 최악의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요즘, 역설적이게도 신입사원들의 퇴사도 늘어나고 있다. 입사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떠나는 사원들이 4명 중 1명에 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집계됐다. 2014년(27.7%)보다 2.5%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포커스뉴스>는 1년 내에 퇴사했거나 이직한 청년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봤다. 하나같이 '취업성공'을 꿈에 그리던 이들은 직장 생활이 또다른 절망이었다고 말했다.
#1. "대기업 좋죠. 연봉도 높고 복지도 탄탄하고. 그런데 계속 소모되는 느낌을 받았어요. 미련은 없습니다."
지난해 초 하모(27)씨는 2년간의 준비 끝에 서울에 위치한 굴지의 통신사에 취업했다. 그의 부모님은 입버릇처럼 "취업한 것만으로도 자식 도리는 다한 것"이라고 그를 치켜세웠다.
그런 그가 지난해 말 사표를 냈다. 밤낮 없이 기계적으로 할당된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일과에 염증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순간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하씨는 고향인 대구의 중견 건설업체에 재취업했다. 높은 연봉과 복지 혜택은 없었지만 휴식이 있었다.
그는 "연봉 차이는 있지만 서울과 대구의 물가를 비교해보면 차이가 많이 나는 것도 아니"라며 "월세·교통비·식비 등 고정 지출비용이 너무 컸다. 지금은 고향 집에서 생활하면서 생활비를 아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2. 콘텐츠 유통 관련 대기업 계열사를 8개월만에 떠난 윤모(26‧여)씨는 조직 문화에 적응하기가 가장 어려웠다고 꼽았다.
평소 술을 멀리했던 윤씨는 "맡은 업무를 기한 내에 잘하고 싶었지만 매번 술자리, 회식자리로 기한 내에 끝내는 것도 버거웠다"고 토로했다. 5일 근무 중 술을 곁들인 회식자리는 3~4일에 달했고, 회식 후 일 때문에 회사로 들어오면 오전 2~3시나 돼서야 퇴근했다는 것이다.
또 "일을 하는 것이 친목도모, 상사에게 잘 보이는 것에 우선순위가 밀린 것 같았다"며 "술 잘 마시는 다른 동기가 더 칭찬받는, 비합리적인 상황도 자주 목격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윤씨는 "시장조사 통계, 지표 등 엑셀 작업 위주인 업무도 성에 차지 않았다"고 했다. 늦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찾기로 결심한 그는 그동안 모은 월급으로 호주행 티켓을 끊었다. 한창 사회생활에 대한 기대에 부풀었던 대학생 시절로 돌아가기 위해서였다.
지난 5월에 한국에 돌아온 그는 "아직 생각이 정리된 것은 아니지만 일단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셔서 함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3. 2014년 1월 중견 자동차 부품업체에 입사한 신모(28)씨는 경제적 어려움을 이기지 못하고 9개월 만에 퇴사했다. 졸업한 지 1년여만에 어렵게 얻은 직장이었지만 월 200만원 수준의 급여로는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력을 쌓아 이직할 지도 생각해봤다. 하지만 신씨는 "회사에서 하는 일은 개인적으로 성장하기 어려운 일만 반복하는 것 뿐이었다"며 "조금이라도 어릴 때 다른 방법을 찾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재 신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경영학을 공부하고 있다. 석사 학위를 받은 다음 다시 취업할 생각이다.
재취업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할 대상은 급여다. 신씨는 "안정적인 미래를 위해서는 월급이 일단 많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업종은 상관 없다. 대기업에 취업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4. 박모(26)씨는 '취업 반수'를 했다. 취업 반수란 일단 최종합격하는 기업이라면 어디든 입사했다가 또다른 기업 채용에 응해 옮기는 것을 뜻한다.
박씨가 이직을 준비한 건 2014년 하반기에 대기업 생산관리 엔지니어로 입사하자마자였다. 그는 "주말도, 명절도 없이 기계처럼 쉴 틈 없이 3교대로 돌아가는 생활방식을 견딜 수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새벽에 근무하는 기간에는 완전히 "낮과 밤이 뒤바뀌어 신체적으로 힘들었다"며 "동종 업계에 비해 자주 근무 시간이 바뀌는 편이어서 더 적응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틈틈이 취업공부를 해 온 박씨는 지난해 하반기 또다른 대기업에 합격했다. 비슷한 일을 했지만 주말에 쉴 수 있다는 점이 크게 만족스러웠다.
이전 회사보다 적은 월급을 받게 됐음에도 박씨는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값으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기퇴직률이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을 기성 조직 문화에 신입사원들이 스스로 맞추도록 하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는 "대학교 등 교육기관은 기업인을 양성하는 곳이 아니다. 신입사원들은 말 그대로 신입,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이라며 "신입사원의 업무역량을 길러주고 조직원으로 착륙시키는 것은 회사의 역할이자 의무이자 책임"이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책임을 갖고 비용을 투자해야 조기 퇴직문제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다른 문제를 논의하는 건 그 다음"이라고 설명했다.
경총 역시 기업의 역할 개선에 무게를 둬야한다고 봤다.
경총 관계자는 "신입사원의 조기 퇴사율을 낮추기 위해 신입사원이 조직 적응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다양한 측면에서 지원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게티이미지/이매진스ⓒ게티이미지/이매진스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은 27.7%로, 2014년 대비 2.5%p 증가했다. 2016.06.07 이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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