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낀박' 정진석의 오락가락 행보…국회의장·비대위 구성 등 말 달라져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9 06: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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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장 야당? 여당? 다시 야당

설문 통해 모인 총의 3자 회동으로 뒤엎어
△ 머리 맞댄 정진석-서청원

(서울=포커스뉴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행보가 심상찮다.

지난달 3일 결선 투표도 필요없는 압도적인 표차로 원내대표에 당선됐지만,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당 혁신작업, 계파 해체, 국회의장 선출 등 원 구성과 관련해 갈팡질팡, 갈 지(之)자 행보가 이어지고 있는 것.

총선에 참패한 당을 추슬러야 할 막중한 임무가 주어졌지만, '친박계'와 '비박계'간 알력 다툼에 밀려 '낀박'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취임 한 달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낀박'이라는 별칭에 대해 "솔직히 기분 나쁘지 않다. 중도 중심의 역할을 상정해 그런 별칭을 붙여준게 아닐까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낀박이라는 표현은 이 눈치 저 눈치를 본다는 따가운 의미도 있지만 해석을 좀 늘려 완벽한 계파주의 혁파라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계파주의가 해체되고 있다기보다, 마땅한 구심점이 없는 비박계가 숨을 죽이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 중진 의원은 8일 <포커스뉴스>와의 통화에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처음에는 자기 생각대로 하려고 했지만 전국위가 무산된 뒤에는 그냥 시키는대로 하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 국회의장 야당? 여당? 다시 야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8일 "교착 상태에 빠진 국회 원(院) 구성 협상에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우리 당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결정은 '친박계 맏형' 서청원(8선) 의원의 "야당에서 국회의장을 달라면 줘버리라"는 발언 직후 나온 것이라, 일각에서는 "또 오락가락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는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회의장을 가져오려면 무소속 의원들을 복당시켜 1당을 되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것은 다른 얘기다. 그건 선거 결과로 받아들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무소속 의원을 복당시켜 인위적인 1당을 만들지는 않겠다는 것으로, 당시에는 새누리당 내에서 국회의장에 가장 근접했던 서청원 의원도 국회의장직을 사실상 포기하는 발언을 한 이후라 '야당이 국회의장을 하는 것'으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이후 여러 차례 비슷한 발언을 했던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30일 열린 의원총회 후부터 "국회의장은 집권여당이 가져가는 것이 관례"라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당시 친박계는 의원총회에서 '국회의장을 가져와야 한다'는 주장을 강력하게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의장은 원내 1당이 하는 것이 아니고 여당이 하는 것이 오랫동안 확립된 관례"라며 "야당에서는 제 1당이니까 국회의장을 해야한다고 주장하는데, 저도 정치권에 30년 가까이 있었지만 처음 들어보는 주장"이라고 했다.

7일에는 "새누리당의 책임있는 어떤 당직자도 국회의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양보할 수 있다는 입장을 단 한 차례도 밝힌 적이 없다"며 "국회의장은 더민주의 몫이라는 일방적인 주장만 있었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의장 자유투표라는 카드를 다시 한 번 꺼내들었고, 의장단 선출은 결국 법정 시한을 지키지 못한 채 22년의 지각 인습을 이어가게 됐다.


◆ 설문 통해 모인 총의 3자 회동으로 뒤엎어

정 원내대표의 오락가락 행보는 이 뿐만이 아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비대위 구성과 관련해 설문조사를 통해 모인 의원들의 총의를 김무성-최경환-정진석 3인의 회동을 통해 뒤엎었다.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이후 비대위 구성과 관련된 당 소속 의원들의 총의를 수렴하기 위해 121명의 당선인 전원에게 설문지를 돌렸다.

당시 가장 많은 응답이 나온 것은 비대위와 혁신위를 투트랙으로 구성하고, 정진석 원내대표가 당 대표에 준하는 비대위원장 역할을 겸임하는 것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지난달 11일 원내대표단-중진의원 연석회의를 통해 이같은 내용을 확정짓고, 15일에는 이혜훈 의원과 김세연 의원 등 다수 비박계 의원이 포함된 비대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또 강성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에 내정했다.

친박계는 이에 강력히 반발, 혁신위원장과 비대위원 인선을 추인하기 위해 17일 열린 전국위를 조직적으로 보이콧해 무산시켰다.

정 원내대표는 친박계의 이같은 반발에 18일 "전국위가 무산된 의미가 무엇인지를 파악해보고 제 나름대로 평가를 해봐야겠다"며 지역구인 충남 공주에서 칩거에 들어갔다.

취임 직후에는 의원들의 '총의'를 모으는 것을 중요시했던 정진석 원내대표지만, 전국위 무산을 겪은 뒤엔 '보스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 원내대표는 24일 친박계 최경환 의원과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 등 계파 수장들과 3자 회동을 갖고 △혁신형 비대위 구성 △비대위원장 외부 인사 영입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로 변경 등에 대해 뜻을 모았다.

이를 두고 당 일각에서는 '보스 정치를 하는 것 아니냐'는 강력한 비판이 제기됐다. 한 비박계 의원은 "3자 회동이라는게 아주 웃기는 것 아니냐"며 "누가 그 사람들한테 그런 결정을 할 권한을 위임해줬나"며 강하게 비판했다.

결국 당 비대위는 외부인사인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새롭게 구성됐다. 이 과정에서 전국위 무산에 대한 논평이나, 설문 조사로 모인 의원들의 총의를 뒤집은 것에 대한 정 원내대표의 책임있는 발언은 없었다.(서울=포커스뉴스)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가미래전략포럼(일명 알파포럼) 창립총회 및 강연회에 참석한 정진석(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대화하고 있다. 이날 정 원내대표와 서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장직을 야당에 양보한다는 뜻을 밝혔다. 2016.06.08 박동욱 기자 정진석(오른쪽)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상견례에서 김용태 혁신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2016.05.16 김흥구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4차 전국위원회에 참석한 정진석(왼쪽) 원내대표와 공식 선출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대화하고 있다. 2016.06.02 박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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