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 여성 상대 잇단 강력범죄…'마운틴 포비아' 확산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10 09:4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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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락산 살인 이어 10일 만에 '사패산 살인사건' 발생

산에서 발생하는 살인 등 강력범죄, 연평균 100건 안팎

불안감 호소하는 사람들…"등산 자제" 분위기 확산
△ 그날의 끔찍한 사건

(서울=포커스뉴스) 9일 오전 7시30분 서울 관악구 관악산. 등산로에서 만난 등산객 김모(38‧여)씨와 최모(41‧여)씨는 "매번 지나는 곳이지만 요즘에는 가끔씩 소름이 끼친다"고 입을 모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함께 오전 산행을 즐기는 이들은 "최근 등산객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는 스마트폰을 꺼내 보이며 "지난주부턴 불안해서 산에 들어오자마자 위성항법장치(GPS)도 켜 놓는다. 아예 산행 대신 공원산책으로 대신 할까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등산로 치안 문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지난 8일 경기도 의정부 사패산에서 또다시 살인사건이 발생했다. 지난달 말 서울 노원구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이 살해된 지 열흘 만이다.

이번에도 피해자는 여성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10분쯤 발견된 A(55·여)씨 발견 당시 반팔 상의가 가슴까지 올려져있는데다 목 주변에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9일 오전 A씨가 피살됐다고 밝혔다.

폐쇄회로(CC)TV 등 최소한의 범죄예방시설 설치도 어려운 산에서 연이어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등산 애호가들, 특히 산을 좋아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마운틴 포비아(mountain phobia·등산 공포를 뜻하는 신조어)' 현상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주요 피해 대상인 여성 등산객들은 불안감을 호소했다. 이달 중 여고 동창들과 강화도 마니산 등산을 계획했던 주모(57·여‧서울 양천구)씨는 인근 해변으로 여행지를 변경했다. 지난달 모임에서 등산을 가기로 결정했지만 수락산 살인사건 이후 여론은 정반대가 됐다.

주씨는 "수락산 사건 피해자와 비슷한 나이대여서 다들 더 무서워하는 것 같다. 대낮에 등산로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젠 범죄가 일상으로까지 침입해 온 느낌"이라며 몸서리 쳤다.

서울 북한산과 인왕산 등을 즐겨 찾는 50대 여성 안모씨 역시 최근 산행을 중단하고 동네 산책만 하고 있다. 그는 "평일에는 백사실 계곡과 청와대 뒤 북악산 자락도 인적이 뜸할 때가 많다. 그럼에도 안전 대책이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등산로에서 발생하는 살인 등 강력범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경찰청이 공개한 범죄통계(2011~2014년)에 따르면 산에서 발생한 범죄는 연간 8600여건에 달한다.

이중 살인, 강간 등 강력범죄는 100건 안팎이었으며 그 중에서도 살인사건은 꾸준히 발생했다. 특히 2013년에는 범죄발생 수가 9701건으로 가장 많았는데 살인 역시 11건이나 발생했다.

하지만 뚜렷한 대책은 없는 상황이다. 산 전체에 CCTV를 설치하거나 순찰관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지만 산림청 등 관계자들은 비용 및 인력 부족 등의 이유로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선 이용객들 스스로 예방하는 것이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범죄심리학과)는 "산 전체에 조명이나 CCTV가 설치된 곳은 일부에 불과한 반면 범인들이 도주하거나 숨을 수 있는 면적은 넓다"며 "범행 동기만 있다면 얼마든지 산에서 범행이 발생할 수 있는 곳이 산"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등산할 경우에는 반드시 정해진 등산로만 이용하는 등 이용객들이 스스로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산행 시 여럿이 동행하고, 부득이하게 혼자 할 경우에는 늦은 시간 또는 새벽 같은 이른 시간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산림청 관계자도 비슷한 의견을 보였다. 이 관계자는 "현재 주요 등산로 입구에 설치된 CCTV로는 등산 목적으로 온 이용객만 파악할 수 있다. 이마저도 다른 샛길을 찾아 들어오면 찾아낼 수 없다"며 치안 활동의 한계를 언급했다.

다만 "외진 곳이 없도록 등산로를 재정비하거나 특히 외진 곳에 가로등, CCTV를 추가로 설치하는 등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서을 관악구 관악산. 2016.06.09. 박나영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29일 서울 노원구 수락산 등산로에서 60대 여성을 살해한 피의자 김학봉(61)에 대한 현장검증이 열린 3일 오전 한 경찰 관계자가 피해자 마네킹을 들고 범행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2016.06.03 김인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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