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남양유업, 말 못하는 속사정…이상한 시위현장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2 18: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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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우리나라에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한번 판결이 확정되면 같은 사건에 대해서는 다시 심판할 수 없다는 이중처벌 금지의 원칙이다. 하지만 ‘갑의 횡포’의 대명사로 불리는 남양유업은 2013년 5월 대국민 사과를 한 이후에도 3년이 지난 현재까지 ‘괘씸죄’를 용서받지 못하고 있다.

2일 서울 중구 대일빌딩 앞에서 이창섭 옛 남양유업 피해자 협의회장의 주도로 본사를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창섭 회장은 2013년 당시 남양유업 갑의 횡포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기자는 과거 이창섭 회장과 전화 취재로 처음 연락을 취했고,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고소사실을 기사화 하면서 남양유업 갑의 횡포 사실을 수면 위에 올렸다. 하지만 이날 본사 앞에 선 이들은 3년 전 시위를 하던 대리점주들과는 많이 달라보였다.

시위에 나선 인원은 어림짐작으로 약 46명이다. 이창섭 회장에게 이 가운데 남양유업 대리점주가 얼마나 되는지 묻자 구체적인 지점 언급 대신 “5~6명”이라고 답했다. 사실 확인 결과 이들 가운데 실제 남양유업 대리점을 운영하거나, 했던 이들은 이날 없었다. 둘째 줄에 선 어르신들은 만세삼창 구호 후 다리가 아프다며 계단에 앉아서 웃으며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기자가 어르신들에게 대리점 운영 중이냐고 묻자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며 “아가씨는 어디서 나왔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후 이들은 젊은 아르바이트생에게 다음 주 목요일에 다시 나오면 된다는 안내를 듣고 일당을 챙겨 돌아갔다.

우리 사회를 휩쓴 갑의 횡포 사건의 종말로 보기에는 씁쓸하다. 기자는 분명 3년 전 대기업의 횡포에 억울한 대리점주들의 눈동자를 봤다. 그리고 기사화 했다. 그러나 오늘 시위현장에는 수년전부터 봤는데 현재는 어느 시민연대 위원회의 완장을 차고 있거나, 여기서 물풍선을 왜 던지는 것이냐고 묻는 어르신들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남양유업은 망해야 한다며 소리치는 이들에게 ‘귀가 따가우니 조용히 좀 해달라’고 요청하는 시민이 있었던 것도 새로웠다. 과거에는 이들이 주장하는 갑의 횡포가 우리 사회의 충격적인 사건이었다면, 현재는 ‘소음’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이창섭 옛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장은 현재 본사로부터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대한 납품 권리를 양도 받아 월 700만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과거 자신이 운영하다가 매각했던 왕십리 대리점을 되찾아 달라고 회사에 요구하는 중이다.

이창섭 회장을 제외한 남양유업 대리점주들은 ‘갑의 횡포’라는 이미지 때문에 영업을 하기가 어렵다며 오히려 이 회장 측에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다.

이 사회의 ‘을’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남양유업 사태를 을의 보상요구가 아닌 본사의 진정한 반성 여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2일 오전 서울 중구 남양유업 본사가 있는 대일빌딩 앞에서 이창섭 옛 남양유업 피해자협의회 회장(맨 왼쪽)과 어르신들이 시위를 하고 있다.2016.06.02 이서우 기자 buzacat@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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