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안전 사각(死角)]④ 주차장 하루 한번 강력범죄…대책 없나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2 15:3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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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 연평균 강력범죄 327건…공중화장실의 1.5배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기존 건축물 소급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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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1. 1991년 11월 2일. 40대 여성이 도심의 백화점 주차장에서 납치됐다. 납치범은 쇼핑을 마치고 나오는 여성에게 접근해 흉기로 위협한 후 승용차를 이용해 납치했다.

#2. 2016년 5월 25일. 백화점 주차장에 주차하던 30대 여성이 한 남성에게 흉기로 위협당했다. 이 남성은 주차장 주변에서 서성이다 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따라가 차에 올라탔다.

주차장은 25년전이나 현재나 여전히 범죄에 노출돼있다. 2015년 6월 기준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는 2550만여대이다.

블랙박스, 충격감지센서 등 자동차의 안전에는 많은 돈을 투자하지만 사람이 이용하는 주차장은 여전히 범죄에 취약하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 영등포구의 대형마트 주차장에서 60대 여성이 납치됐고, 같은해 7월에는 서울 강남구 백화점 지하주차장에서 60대 여성이 흉기로 위협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각 층마다 주차요원이 있고 폐쇄회로(CC)TV가 곳곳에 설치된 백화점 지하주차장은 역설적으로 강력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는 장소다.

최근 흉기 위협사건이 발생한 서울 강동구 천호동 백화점 지하주차장 이용객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백화점 주차장 이용객 주부 A(41·여)씨는 "지난주에 사건이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조명이 밝고 주차요원이 있어도 인적이 드문 곳이 있어 불안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며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가족과 함께 백화점에 온 남성 이용객 B(37)씨도 "아내가 저녁에 종종 장보러 오는 편인데 혼자 보내기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범죄자의 시각에서 어둡고 폐쇄적인 구조의 주차장은 매력적인 범행 장소"라며 "특히 백화점 주차장은 피해자가 현금을 소지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돼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이런 불안감은 단순히 기분탓이 아니다. 실제로 경찰통계를 분석해보자 주차장 범죄가 다른 장소보다 강력범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에 수록된 2011년~2014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연평균 179만여건의 범죄가 발생한다.

이중 강력범죄는 2만6000여건. 전체 범죄의 1.4% 정도가 살인, 강도, 강간, 방화등의 강력범죄다.

통계에 따르면 대부분의 강력범죄는 가정과 길거리에서 발생한다. 강력범죄의 17.7%가 노상에서, 22.3%가 아파트, 연립, 주택에서 발생한다.

주목할 수치는 주차장이다. 연평균 327건의 강력범죄가 주차장에서 발생한다. 하루 한 번꼴로 주차장에서 강력범죄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 수치는 흔히 강력범죄가 발생한다고 생각하는 공중화장실(평균 222건)보다 높고 편의점(평균 374건)이나 상점(평균 32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특히 살인(미수 포함)의 경우 주차장에서 살인이 연평균 14.5건 발생할 때 공중화장실은 1.5건만 발생하는 등 열배에 달하는 큰 차이를 보였다.

2014년에는 공중화장실에서 단 한건의 살인 사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강력범죄뿐만 아니라 전체 범죄수를 봐도 주차장에서는 연평균 2만6000건의 범죄가 발생한다. 통계청이 분류한 범죄 발생 장소 중 8~10위에 달하는 수치다.

이에 대해 이윤호 교수는 "범죄자들이 성범죄등 특정 목적으로 가지고 화장실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실제 범죄수는 주차장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공간이 제한적이고 사람들이 빠르게 드나드는 화장실보다는 통로가 길고 사람들이 긴장을 풀고 있는 주차장의 우범율이 높은 것이 사실"이라고 수치를 분석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각종 대책을 내놓고있다.

주차장 범죄 예방과 관련된 법령은 가장 크게 주차장법이 있다. 주차장법에서는 방범용 CCTV의 설치 등 주차장 설비기준을 국토교통부령(시행규칙)과 지방자치단체의 조례에 맡기고 있다.

구체적인 주차장 방범설비에 관해서는 국토교통부 훈령으로 지난 2009년 '주차장내의 방범설비설치 세부지침'이 나와있다.

이를 어길시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지만 50만원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다.

또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4월부터 시행된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에서는 여성전용 주차구획의 설치를 권장하고 접근통제시설을 활용하도록 하는 등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러나 신축·증축·용도변경 건축물에 한해 적용되고 기존 건축물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고 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범죄예방 건축기준이 소급적용이 가능하면 좋겠지만 건축법의 특성상 쉽지 않다"며 "소규모 연립주택 주차장 등은 아직 대책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 범죄예방보다는 사후 처리의 측면이 강한 CCTV보다 사건 발생시 즉각 대처하기 위한 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많았다.

이웅혁 건국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CCTV만 있어야 하는게 아니라 수시로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상황 발생시 현장으로 출동할 수 있는 보안요원이 대기하고 있어야 범죄 예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CCTV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CCTV가 아무리 많아도 구체적인 범죄예방 인프라가 부족한 이상 사각지대는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서울=포커스뉴스) 서울의 한 백화점 지하주차장. 김대석 기자 통계청에 수록된 2011년~2014년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주차장에서 연평균 327건의 강력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이 수치는 공중화장실(평균 222건)보다 높고 편의점(평균 374건)이나 상점(평균 329건)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6.06.02 이희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국토교통부 범죄예방 건축기준 고시. 김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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