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에이드로 한국-아프리카 상생의 길 걷자"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6-01 18:4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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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전문가 꿈꾸는 마티야씨 "한-에티오피아 교류 확대 긍정적"

레베카씨 "이민호 주연 '상속자들' 재밌게 봐…코리아에이드 기대"
△ 한국 유학 아프리카인 인터뷰

(서울=포커스뉴스) '기회의 땅에 씨앗을 뿌리다'

청와대는 지난달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에티오피아·우간다·케냐 등 아프리카 대륙 3개국 순방을 두고 이렇게 표현했다.

정부는 이번 순방에서 '에티오피아-섬유' '우간다-농업' '케냐-에너지' 구도의 3색 경제외교를 통해 신시장 개척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또 대북 외교 부문에서는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이었던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북 압박 행렬에 동참시키는 성과도 거뒀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대륙 외교 행보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공부 중인 각국의 유학생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포커스뉴스>는 지난달 31일 아프리카 순방국인 에티오피아와 우간다 국적의 유학생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선교와 6·25로 맺어진 한국과의 인연

"한국을 통해 '꿈'을 꿀 수 있게 됐어요. 많은 아프리카인들에게 한국은 기회의 땅입니다."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전통찻집에서 만난 나카레마 레베카(46·여·우간다)씨와 다그마위 미티코(29·에티오피아)씨는 오히려 한국을 '기회의 땅'이라고 입을 모았다.

레베카씨는 우간다에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선교사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처음으로 합창단의 찬송가를 듣고 음악이 주는 평온함을 알게 됐다. 그 뒤로 그는 합창단원으로 활동하면서 음악가에 대한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레베카씨는 선교사 학교의 도움으로 현재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성악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그는 "선교사 학교에 있는 장학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공부할 수 있게 돼 기쁘다. 이곳에서 공부를 마치면 우간다의 선교사 학교로 돌아가 현지의 많은 사람들에게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에 온지 1년 6개월이 지난 레베카씨가 고국에 알리고 싶은 건 또 있다.

그는 "한국에서 생활하면서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를 알게됐다. 한국인의 근면함과 신속 정확함 등 '빨리빨리' 문화가 우간다에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항상 빨리 걷는 것처럼 보인다는 한국인의 모습을 따라하기도 했다.

한편 한국외대에서 국제학을 전공한 미티코씨는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강조했다. 그의 아버지는 1950년 한국전쟁 당시 남한의 편에서 싸웠던 파병군인이다. 에티오피아는 당시 약 7천명의 파병부대를 보내 우리와 전쟁의 아픔을 공유했다.

미티코씨는 "에티오피아에서는 겨울이 없기 때문에 당시 파병 군인들은 한국의 혹독한 겨울날씨때문에 많이 고생했다고 들었다. 아버지는 그때 처음으로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모습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미티코는 아버지때부터 시작된 한국과의 관계를 성인이 되면서 더욱 견고히해 나갔다. 그는 에티오피아 현지 한국국제협력단(KOICA)에서 자립 교육을 받고 근무를 하는 등 더 큰 꿈을 꾸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KOICA의 지원으로 한국에서 국제학을 공부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에티오피아와 한국 사이의 교역을 넓히는 일에 앞장설 거라는 꿈을 밝혔다.


◆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한국식 개별협력 기대…고맙습니다"

고국에서 한국 관련 기관으로부터 꾸준히 도움을 받아온 이들은 이번 박 대통령의 순방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대통령의 이번 순방에서 핵심은 '코리아 에이드(Korea Aid)' 사업이다. 이 사업은 아프리카의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보건, 음식, 문화 분야를 포괄하는 복합형 개발협력 프로젝트를 말한다. 각 분야를 주제로 한 차량은 지원이 필요한 현지 마을에 직접 찾아가 도움의 손길을 보태는 방식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우간다 일정에 앞서 에티오피아에서 '코리아 에이드' 출범식을 갖고 한국형 개발협력 사업을 현지에 알렸다.

이 소식을 들은 레베카씨는 문화 지원 사업에 특히 관심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에 와서 배우 이민호가 나오는 '상속자들' 이라는 드라마를 정말 재밌게 봤다. 현재 우간다에서 다양한 한국 드라마들이 방영되기 시작해 인기를 끌고 있는데 문화 지원 사업을 통해 소외계층에 있는 친구들도 한국 드라마를 볼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고 말했다.

코리아 에이드 사업에 포함된 문화영상 지원 프로그램은 저소득층 거주 마을에 찾아가 차량에 영상 시스템을 연결해 보건교육과 한국문화 소개, 케이팝 등을 상영한다.

에티오피아에서 '청년 사업가' 꿈을 펼치겠다는 미티코씨에게도 박 대통령의 에티오피아 방문 내용은 최근 주요하게 챙겨보는 뉴스거리 중 하나였다.

정부는 이번 순방을 계기로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 동쪽 74㎞에 위치한 아다마공단에 100만㎡ '한국섬유단지' 조성을 추진키로 했다.

미티코씨는 "한국과 에티오피아의 교역이 확장될수록 미래에 무역전문가가 되는 내 꿈에 좋은 영향을 미칠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러한 공적지원은 에티오피아의 주력산업 중 하나가 섬유산업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며 "에티오피아의 낮은 인건비와 원가는 한국 섬유제품의 경쟁력도 높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두 사람은 정부가 한국식 개발협력 사업 중 하나로 추진하고 있는 새마을운동 사업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농업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는 우간다는 새마을운동 관련 30개의 시범마을과 버섯, 양돈, 양계 등의 농장운영을 하고 있어 아프리카의 새마을운동 대표국가로 불린다.

레베카씨는 "우간다의 열대과일과 농산품은 매우 품질이 좋은 편이지만 농업 기술이 발달하지 못해 질 좋은 농산품이 다양하게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며 "과거 농업국가였던 한국도 새마을 사업을 통해 크게 발전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 기회에 우간다에도 한국의 발전과 같은 부흥기가 왔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에 대해 익히 들었다는 그는 이 사업이 박정희 정부 시절 이뤄진 것도 알고 있었다.

그는 "아프리카의 독재정부는 대부분 나라 경제를 크게 감퇴시킨 주범으로 지목된다. 우간다 정부도 현재 무셰비티 대통령이 31년째 장기집권 중인데 경제상황이 매우 열악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한국의 독재자로 알려진 박정희와 다른 부분이다. 박정희에 대한 정치적인 평가는 어렵지만 한국의 경제를 크게 발전시킨 것은 맞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덧붙였다.


◆ 유학생들 "북한은 잘 몰라요…남한이 더 가깝죠"

한편 이들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는 말을 아꼈다.

질문에 앞서 레베카씨는 "우간다에서는 정치적인 발언을 하는 게 자유롭지 않고 정치적 성향을 내비치는 것도 쉽지 않다"며 선을 그었다.

미티코씨는 "과거 에티오피아는 공산주의 국가였기때문에 이념적으로 북한과 매우 가깝긴 하다"면서도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에티오피아 공산 정권이 무너지면서 우리의 국가이념도 크게 바뀌어 지금은 북한보다 남한과 심리적으로 더 가깝다"고 전했다.

김일성, 김정일 등에 대해서도 "북한의 지도자들이었다는 사실만 알고 자세히는 모른다"고 짧게 답했다.

정부는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의 성과 중 하나로 북한의 우방국으로 분류됐던 아프리카 국가들의 대북 제재 공조를 이끌어 낸 것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작은 해프닝도 있었다.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한·우간다 정상회담 이후 청와대가 "우간다 정부가 북한과의 협력 중단을 밝혔다"고 발표하자 우간다 정부 부대변인이 이를 부인한 것. 그러나 하루가 채 안 돼 우간다 외교부장관은 현지 언론을 통해 '북한과의 협력 중단'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이런 상황에 대해 레베카씨는 "북한은 우간다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우간다 정부로서는 한국 정부의 발표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을 것. 그 과정에서 부처간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것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 한국과 교류 늘어났으면…서로에게 '기회의 땅' 되자

인터뷰 내내 한국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보여줬던 두 사람은 한국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두고 한국과 아프리카 국가들 간의 교류 확대를 기대했다.

레베카씨는 "우간다에서뿐 아니라 한국에 와서 적응할 때도 많은 한국인들에게 도움을 받아 왔다. 두 나라 관계가 발전해서 내가 받은 것은 많은 한국인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공부를 마치면 우간다로 돌아가 이곳에서 배운 것들을 토대로 고국의 선교사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며 수줍게 포부를 밝혔다.

2세대에 걸쳐 한국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는 미티야씨는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께서 현재 한국에 있는 내 모습을 봤다면 분명 자랑스러워 할 거다"며 웃어 보였다.

또 "아프리카는 한국에서 약 1만㎞ 떨어진 먼 곳에 위치해 있지만 꾸준히 교류를 확대해 서로에게 '기회의 땅'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서울=포커스뉴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목향 카페에서 한국 유학 아프리카인 나카레마 레베카(왼쪽)와 다그마위 미티코씨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6.01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목향 카페에서 한국 유학 아프리카인 나카레마 레베카 씨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16.06.01 오장환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지난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목향 카페에서 한국 유학 아프리카인 나카레마 레베카(왼쪽)와 다그마위 미티코씨가 인터뷰 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16.06.0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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