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엔 묵묵부답…일방적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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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포커스뉴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정치의 '한 축'이 된 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정치인 개인부터 정당, 청와대까지 SNS를 주기적으로 운영·관리하고 있다.
이들은 SNS 중에서도 페이스북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당은 주 평균 4~5개의 게시물을 업로드하고 페이스북 업로드용 이미지를 별도로 만드는 등 이른바 '페이스북 정치'에 투자하는 모양새다. 청와대도 유사한 방법으로 페이스북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일방통행식 홍보, 일회성 이벤트, 팬클럽 운영 등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 일정 홍보가 대부분…정책 비전 상실
청와대는 페이스북에 주로 박근혜 대통령의 일정에 대한 게시물을 게재한다. 특히 외국 방문 등 외교 일정에 큰 부분을 할애한다. 각종 보고회·컨퍼런스 등 행사 참여에 대한 내용도 다수 있었다.
반면 정책에 관련된 내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현안에 대한 청와대의 입장·정책 추진 과정 등이 부재했다.
예컨대 '과학의 날을 맞아 박근혜 대통령이 과학기술을 통한 대한민국의 발전을 강조했다'는 내용이 있을 뿐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중요한지, 이를 위한 정부 사업은 무엇이 있는지는 언급되지 않았다. 청와대 SNS가 대통령의 일거수 일투족을 좇는 팬클럽 역할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페이스북 등 SNS가 '신속함', '간단함'이라는 속성을 가지기 때문이라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청와대는 이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지난 4월21일 청와대는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 철폐에 대한 내용을 이미지화 해서 보다 쉽게 전달했다. SNS를 정책적으로 이용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함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4·13 총선 기간을 돌이켜보면 페이스북은 '제 3의 선거운동본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각 정당은 선거 운동 기간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총선 하루전인 4월12일 총 18개의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다른 당에 비해 월등히 많은 게시물 수였다.
그러나 이날 업로드된 게시물은 선거송·율동 등이 담긴 유세 현장 영상, 심판론· 단순 지지 호소를 주장하는 글이 전부였다. 정책 홍보나 설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새누리당은 "통진당 출신 울산 무소속 후보의 국회입성을 막아야한다"는 내용의 호소문, "1번에 한표찍기 1분이면 됩니다" 등의 홍보물을 주로 올렸다.
국민의당이 유일하게 '여성 공약' '경제혁신 공약' 등 주요 공약을 설명하는 콘텐츠를 게재해 '정책 선거'를 실현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선거 운동 기간 전체로 봤을 때도 상황은 유사했다. 연예인의 지원 유세·당 대표 등 주요 인사의 메시지 등이 자주 업로드 됐다.
총선 후의 SNS 정치 역시 '홍보'와 '호소'에 방점이 찍혀 있었다. 19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 기간에도 현안. 정책에 대한 게시물은 드물게 게재됐다. 임시국회의 주요 쟁점 법안이었던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4법' 등에 대한 내용조차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처럼 국민과 소통하기 위한 정당의 SNS가 행사, 홍보 위주로 운영됨에 따라 정책은 가려지고 이벤트만 부각된다는 문제가 제기된다. 선거 기간에는 유권자가 정책으로 후보를 판단하지 못하는 '정책 깜깜이 선거'가 될 공산이 크고 평상시에는 각 정당별 정책에 대한 입장을 파악하기 어렵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2013년 '제19대 국회의원 인터넷·SNS 이용 현황 및 소통 전략의 모색’ 발표·토론회토론회'에 참석해 "SNS를 눈앞의 목적을 위한 도구로만 보지 말고 정책을 만들어 내고 노선을 정하는데 소중하게 이용해야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일방적 SNS 운영, 질문에도 묵묵부답
새누리당은 지난 4·13 총선을 대비해 '온통소통'이라는 대국민 소통 어플리케이션을 신설했다. 이 어플리케이션을 당원과 일반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위한 '뉴미디어 플랫폼'으로 사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기존에 쓰던 일방향적, 정보 전달용 정당 홈페이지와 달리 쌍방향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온통소통에 올라오는 시민들의 의견에 새누리당이 답을 해주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새누리당은 몇몇 이용자의 토론 제안에 "좋은 의견 감사하다"는 댓글을 달았지만 그 마저도 극소수였다. 한 이용자는 "올리면 뭐하나 소통도 안되고 반영도 안되는 계정"이라며 새누리당의 SNS 운영을 비판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의 경우에도 상황은 비슷하다. 시민들이 SNS 게시물에 궁금한 사항이나, 자신의 의견을 댓글로 남기지만 답이 돌아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쌍방향'을 특징으로 하는 SNS지만 '일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기형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정치인들이 대개는 자기 이미지를 관리하는 인상조정으로 SNS를 사용해 SNS의 잠재력이 발휘되지 못한다"며 "최소한의 정보나 관점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특징은 정치인의 개인 SNS에서도 드러났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자신이 보도된 기사 링크를 올리거나 특정인이나 기관에 대한 심경을 토로하는 용도로 SNS를 사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올린 글에 달린 댓글을 확인하고 답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 급격히 증가하는 SNS 이용률…'약'으로 쓰려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SNS 이용률은 39.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8.6%p가 증가한 것으로 스마트폰 보급 등으로 인해 SNS 이용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더 많은 사람들이 SNS를 통해 정보에 접근하는 만큼 정당이나 정치인들의 SNS 정치 방법이 정당 지지도나 차후 선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하는 이들이 많다.
얼마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댓글들을 확인하고 이에 반응해 새로운 글을 올리는 일종의 쌍방향적 소통을 선보인 바 있다. 문 전 대표는 18일 '강남역 살인 사건' 현장을 찾은뒤 "강남역 10번 출구 벽면은 포스트잇으로 가득했습니다.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슬프고 미안합니다"라는 글을 썼는데 이 글이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네티즌들의 지적이 있었다.
그는 이같은 지적을 반영해 다음날 "오해의 소지가 있었나요? '다음 생엔 부디 같이 남자로 태어나요' (어느 여성분이 쓰셨을 이런 글을 읽게 되는 현실이) 슬프고 미안합니다. 이런 뜻으로 읽어달라"는 내용의 새로운 글을 게재했다.
이처럼 네티즌의 의견을 즉각 반영하는 쌍방향적 소통은 시민들의 정치 참여를 돕고 정치 전반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민의당이 주기적으로 페이스북에 게재하고 있는 '최고위원회 요약 보고' 역시 정당의 주요 정책에 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고있다. 무조건적인 지지 호소, 상대 당에 대한 비난에서 벗어나 정책적으로 시민과 마주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기형 교수는 "SNS가 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는 만큼 더욱 조심스럽게 SNS를 운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며 "하려면 제대로 하고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Photo Illustration by Chris Jackson/Getty Images)2016.05.28 ⓒ게티이미지/이매진스 더불어민주당 페이스북 캡쳐 화면. 2016.05.29 류연정 기자 j4837415@focus.co.kr국민의당 페이스북 캡쳐 화면. 2016.05.29 류연정 기자 j4837415@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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