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여성 살해 사건' 토론회…"여성혐오는 이데올로기의 발현"

편집부 / 기사승인 : 2016-05-26 19:5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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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서 여성단체·학계·정치인 함께한 토론회 열려

전문가 "정신질환자 망상도 현실 논리로 만들어지는 것"
△ 더민주,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 원인과 대책 긴급토론회 개최

(서울=포커스뉴스) 전문가들이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서 벌어진 '여성 살인' 사건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하는 토론회에서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의 이데올로기로 자리잡은 여성혐오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문화평론가)는 "그동안 공기처럼 퍼져 있던 여성혐오를 이번 사건으로 각성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라며 "정신질환자의 우발적 범행이라고 하더라도 이 사건 자체를 여성혐오와 무관하다고 볼 순 없다. 정신질환자가 망상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현실 논리와 연관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명 연예인들이 여성혐오 발언으로 논란이 됐던 것이 최근의 일이며 이런 것의 약한 버전이 유명 개그 프로그램에서 뚱뚱하고 못생긴 여성에 대한 혐오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즐거워하고 공감한다는 것은 여성혐오가 그만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은 여성혐오의 극닥전 표현을 '여성폭력'이라고 규정하며 통계를 통해 여성혐오가 만연해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송 사무처장에 따르면 2013년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서 신체적 성폭력을 경험한 여성은 2.7%인 반면 남성은 0.3%로 여성이 훨씬 성폭력에 많이 노출돼 있다.

또한 지난해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성폭력을 포함한 4대 강력범죄 피해자의 약 90%가 여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송 사무처장은 "이러한 통계는 여성폭력이 만연한 현실, 여성혐오 인식이 확산된 사회임을 드러내고 있다"며 "여성과 남성이 절대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회에 참석한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상대로 한 범죄를 두고 남녀 성대결의 다툼이나 정쟁으로 몰고 가는 것은 바람직한 접근이 아니"라며 "이 사건 계기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 대한 폭력과 혐오를 비판하고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남역 인근에서 발생한 이번 사건의 원인으로 여성혐오라는 구조적 문제가 지적된 만큼 이날 토론회에서는 문제해결을 위한 여러 정책과 제도가 제시됐다.

노성훈 경찰대학 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 발생 장소인 남녀공용화장실처럼 범죄취약공간을 분석, 셉테드(CPTED) 기법을 적용해 건축설계 단계부터 범죄예방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며 "특히 범죄피해 약자인 여성들을 위해 여성 안전 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범죄취약공간에 '여성안전인증'을 별도로 부여하는 제도를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란희 사무처장은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폭력에 대한 명확한 정의도 없고 관련 통계도 부실하다"며 "여성폭력근절기본법을 제정해 여성폭력에 대한 국가의 기본방침을 명문화하고 피해 여성에 대한 지원체계도 사각지대가 없도록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 폭력과 혐오는 결국 성 차별적 인식이 원인"이라며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변경하고 실질적인 남녀 평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 성평등 정책 총괄기구를 신설하자"고 제안했다.

인식 개선을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교육체계도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정춘석 당선인은 "여성과 인권에 대한 교육을 정규 교과과정에 넣어야 한다"며 "학년이나 연령에 따라 그에 따른 체계적인 교육을 할 수 있고 지속적으로 교육이 돼야 인식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온라인으로 토론회 개최 소식을 들은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했다.

'강남 여성 살해' 사건으로 두려움을 느끼는 등 간접적 피해를 입었다는 박모(32·여)씨는 앞서 제안한 노성훈 경찰대 교수의 '여성안전인증' 제도에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그런 인증제도가 생겼는데도 범죄가 발생할 경우엔 '위험하다고 한 지역에 왜 갔느냐'며 여성에게 책임을 묻게 될 수도 있지 않느냐"고 꼬집었다.

반면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내용이 '여성혐오'라는 관점만 전제로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토론회에 참석한 문모(27·여)씨는 "일부 여성들 조차도 여성혐오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는데 토론회가 한 가지 입장에만 치우쳐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권미혁, 정춘숙,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인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발제자로는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사무국장, 이택광 경희대 교수, 허민숙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연구교수, 노성훈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실장 등이 참여했다.(서울=포커스뉴스) 표창원(왼쪽 다섯 번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5.26 강진형 기자 (서울=포커스뉴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강남역 여성 살인사건의 원인과 대책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6.05.26 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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